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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숙고 '혁신안' 정의당 내부서 "집단지도체제 막겠다"

  • 정치 | 2020-08-13 15:26
정의당 혁신위원회가 출범 3개월 만에 '최종 혁신안'을 내놓았다. 부대표 수를 늘리고 권한을 강화해 당대표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한다는 내용이다. '청년 정의당' 도 신설한다. /국회=박숙현 기자
정의당 혁신위원회가 출범 3개월 만에 '최종 혁신안'을 내놓았다. 부대표 수를 늘리고 권한을 강화해 당대표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한다는 내용이다. '청년 정의당' 도 신설한다. /국회=박숙현 기자

공개 파열음 파장 확산…'포스트 심상정 찾기'도 난항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21대 총선 이후, 우리는 낙담과 좌절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침체되어 있을 수는 없습니다. 새로운 시대를 향한 정의당의 도전, 다시 힘차게 시작합시다." (7월19일 정의당 혁신위원회 혁신제안서 초안 '혁신안 초안을 제출하며' 중)

'포스트 심상정' 체제를 논의해온 정의당 혁신위원회가 13일 당 대표에게 권한이 집중된 현 '단일지도체제'를 보완하는 내용의 최종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내부에서 공개 반발해 파장이 예상된다.

혁신안은 가장 큰 과제였던 지도체제 개편 문제를 다뤘다. 혁신위는 당내 최고 의결 기구 역할을 할 '대표단 회의'를 신설하고, 선출직 부대표를 현행 3명에서 7명으로까지(원내대표, 청년정의당 대표 포함)확대하기로 결론 내렸다.

당 대표 1인에게 집중된 권한을 부대표들에게 분산해 '대표 입김이 강하다'는 그동안의 당 안팎 지적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정의당은 지난해 조국 전 장관 사태 때 민주당을 보조하는 입장을 취하며 '진보 정당'으로서 타격을 입었다. 준연동형 비례제를 반영한 선거법을 더 우선했던 심상정 대표의 결단으로 당의 정체성이 흔들렸다는 말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비례 위성정당의 출현으로 21대 총선 결과도 6석에 그쳐 '책임론'에 휩싸였다. 최근에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추모에 거부하는 청년 의원들의 조문 거부에 심 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사과하면서 당내 세대 갈등,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 등 고질적인 당내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혁신위는 또 청년정의당을 신설하고 지역위원회를 지역 현안을 중심적으로 다루는 민생센터로 운영하는 지역조직 강화 방안도 내놓았다. 이와 함께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해 오는 9월 중 당 대표와 부대표,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 광역시도당 위원장 등 모든 선출직 당직자를 뽑는 조기 동시당직선거 실시를 제안했다.

장 위원장은 혁신안을 설명하면서 "어떤 분들은 깃발 같은 혁신을 기대했을 수 있지만 오늘 (혁신안은) 밥그릇, 국그릇같이 기본에 충실한 혁신"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최종 혁신안을 소개하는 도중 쟁점이었던 지도부 체제 개편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앞서 혁신위 내부에선 현행 '단일대표체제'와 최고위원 제도를 도입하는 '집단지도체제'를 두고 이견이 팽팽했다. 이에 혁신위는 지난 8일 약 8시간여 마라톤 회의 끝에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하되 부대표의 수를 늘리고 발언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절충안으로 결론 내린 바 있다.

하지만 내부 갈등이 봉합되지 못하고 혁신안 발표 당일 터지고 만 것이다. 성현 혁신위 위원은 "가장 쟁점은 부대표 수를 늘리는 것이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혁신위는 사실상 실패했다"며 "정작 당원들이 바라는 주제에 대해 토론되지 못했고, 많은 부분이 담기지도 못했다. (당이) 2030 여성이라는 새로운 지지층이 열리고 있다는 오류와 착각에 빠져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장 위원장이 "짧게 해달라"고 제지하며 분위기가 차가워졌다.

하지만 성 위원은 기자간담회 끝 무렵에도 "개인 의견"이라면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정당정치가 될 것이다. 혁신위가 고작 한 것은 자기 계파에 따라 밥그릇을 늘린 것이다. 집단 지도 체제 차악을 막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혁신위에서 파열음이 나오는 것도 죄송하고 불쾌할 텐데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고, 이게 정말 당원과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혁신위인지 솔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진보정당 역사에 남을 개악으로 밀어 넣는 혁신안을 파열음이 무서워서 목소리 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 같은 내부 갈등 외에도 3개월 숙고한 데 비해 '맹탕 혁신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의 정체성과 관련해 '인간의 보편적 존엄을 위해 노동과 생태, 젠더를 비롯한 다양성을 동등하게 존중하자'는 내용을 강령에 담자고 제안했지만 분명한 설계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정의당은 20대 국회 이전까지 '민주당 2중대론'에 사로잡혀 뚜렷한 색깔을 보이지 못하고 스스로 당의 발목을 잡는 모습을 보였다.

'포스트 심상정' 체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것도 정의당의 향후 주요 과제다. 정의당은 혁신안을 오는 15일 전국위원회에 보고해, 오는 30일 당대회에서 최종 추인하고 9월 말까지 새 지도부를 구성할 계획이다. 당대표 후보로는 윤소하 전 원내대표, 여영국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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