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폭우'에 한 발 빠른 통합당 대처…"이래서 지지율 올랐나?!"
[더팩트|정리=문혜현 기자] -8월 들어 비가 오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습니다. 이어지는 장마에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요. 모쪼록 건강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정치권도 수해를 입은 국민들을 돌보느라 바삐 움직였습니다.
-이번 주 정치권의 단연 화제는 21대 국회 최연소 류호정(27) 정의당 의원의 붉은색 원피스였습니다. 온라인상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면서 취재진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면서 정치권은 앞다퉈 류 의원을 응원하고 나섰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은 모두 휴가를 반납하고 업무에 복귀했습니다. 그런데 청와대 참모진 다주택자의 부동산 매각을 둘러싼 지적이 이어지자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김조원 민정수석 등 5수석이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모두 수해 복구 현장을 방문했는데요. 통합당이 임시국회 회기 종료 직후 누구보다 빠르게 수해 복구 작업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먼저, 류 의원의 원피스를 둘러싼 논란부터 들어보겠습니다.
◆'8만 원대야? 검소하네' 원피스로 주목받는 류호정 반전 포인트
-류호정 의원이 지난 4일 본회의장에서 붉은색 '원피스'를 입고 나와 정치권에도 뜨거운 의제를 던졌는데요. '2040청년다방' 공동대표인 류 의원이 동료 의원과 해당 복장을 하기로 약속을 했던 것이라는 뒷얘기가 밝혀졌었죠.
-네. 심 대표가 지난 6일 "원피스가 입고 싶어지는 아침"이라며 류 의원을 응원했죠. 여야 할 것 없었습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도 "류호정 의원의 의상을 문제 삼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며 "거기에 성희롱성 발언이 있다면 비난받거나 처벌받아야 할 일"이라고 했죠. 특히 류 의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누리꾼들 다수가 이른바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을 줄인 말로, 친문 열성 지지층을 비하하는 용어)'들인 것으로 알려지며 비판 여론이 들끓는 걸 보고 취재진 사이에선 '류 의원 한 명이 통합당 의원 열 명보다 전투력이 좋다'는 평가까지 나왔습니다.(웃음)
-류 의원이 입은 원피스도 주목받았습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그가 입은 원피스가 '쥬시쥬디'라는 브랜드 것이라는 정보가 순식간에 퍼지면서 몇 시간 만에 대부분 사이트에서 동난 겁니다. 해당 원피스는 8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었는데요. 이를 접한 국회 출입 기자들은 '검소하다'며 호평했습니다. 동시에 류 의원의 개인사도 재조명됐습니다. 류 의원은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다 어머니가 일하는 공장에서 지내는 등 힘든 시절을 보냈다고 합니다. 졸업 후 곧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든 그는 의대에 다니는 세 살 터울 남동생 학비를 대주기도 했다고 하네요. 참고로 류 의원은 멘사 회원이며 보드게임도 즐겨한다고 합니다(웃음).
-그런데 정작 지난 4일 본회의장에선 류 의원 복장에 대해 별말 없었다고요?
-네. 현장에 직접 있었는데요. 전~혀 얘기 없었습니다. 다만 논란 이후 한 의원실 젊은 보좌진과 얘기를 나눴는데요. "그래도 국회에선 예의가 필요하다. 빨간색은 좀 그렇다"라는 얘길 듣고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이번 의상 논란을 보고 류 의원에게 '국민의 대표로서 권위를 떨어트린다'는 비판이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국회가 그동안 보인 모습들은 복장은 정중히 갖춰 입었지만 행실은 '개망나니'보다 못하다는 비판을 받았잖아요. 국회가 권위나 예의를 따질 문제인가 싶었고, 21세기에 살고 있는데 여성을 상품화하는 얘기를, 더구나 '진보' 지지자들이 말하는 게 어이없었습니다. 청와대 취재진 반응은 어땠나요?
-청와대 출입 여기자들도 '일만 잘하면 되지 이게 무슨 논란거리가 되나'라는 반응이었습니다. 또, 고민정 의원도 청와대 대변인 시절 원피스를 종종 입었는데요. 물론 류 의원과 치마 길이와 색깔이 차이 나긴했지만, 청와대나 국회 본회의장이나 격식을 차리는 곳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왜 고 의원이 대변인할 땐 뭐라고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런데 미국도 본회의장에서 의회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그런 옷을 안 입고 가긴 합니다. 정작 한국은 권위주의적인 분위기인데 그래서 오히려 더 한국 젊은 층이 그런 목소리에 압박을 느끼는 것 같네요.
-미국은 민주주의와 개인의 자유가 확실히 보장된 반면 우리는 권위주의와 남성우월주의, 또 나이 어린 친구에 대한 무시 같은 게 저변에 깔린 것 같아요.
-맞아요. 특히 복장이 단정하지 못하다는 걸 넘어 '티켓다방' '새끼 마담' 등이라고 말하는 걸 보고 역하다고까지 느꼈습니다. 한 언론은 이런 자극적인 용어를 받아 제목으로 썼는데 이것도 잘못됐다고 봐요.
-그런가 하면 류 의원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전화 취재를 했는데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의견을 말하면서 '익명'을 요청하기도 했잖아요. 이런 것조차도 공개적으로 말을 잘 못 하는 게 현재 민주당 초선들이 처한 현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실제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과 통합당 의원들의 모습이 뒤바뀌었음을 가끔 느끼곤 합니다. 얼마 전 한 통합당 의원에게 '운동화도 신고 그렇게 옷 입으면 김종인 비대위원장이나 지도부가 뭐라고 하지 않느냐?'고 물은 바 있습니다. 그러자 그 의원이 하는 말이 "몰랐어요? 통합당이 예전 민주당이 같고, 민주당이 예전 우리 당같은 분위기에요"라고 했는데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통합당 수해현장서 '팔걷고 삽질'…지지율 오른 이유(?)
-최근 기록적인 폭우로 경기 남·북부엔 엄청난 수해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정치권도 현장을 방문해 수재민들을 위로하고 현장 복구에 힘을 보탰는데요. 야당인 통합당이 한발 더 빨랐다고요?
-네, 맞습니다. 통합당은 지난 5일, 7월 임시국회 회기가 종료되자마자 집중 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충북 충주를 방문해 복구 작업에 나섰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 이종배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통합당 의원들은 고무 장화를 신고 집 안에 밀려들어온 진흙은 퍼내는 등 성심껏 복구 작업을 도왔는데요.
-취재진들 사이에선 "통합당 의원들이 '찐'으로 하더라", "정말 성실히 해서 놀랐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의원들은 집 안까지 들어온 나무 뿌리를 함께 옮기는 등 열심을 보였습니다. 마침 이날이 류 의원의 원피스 논란이 있었던 날로, 통합당 의원들의 생각이 궁금해 전화를 했는데요, 한 의원이 전화를 받은 후 "지금 삽질 중이다"고 말해서 웃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네요. 다음날엔 민주당 지도부가 부랴부랴 현장을 방문했죠?
-그렇습니다. 지난 6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안성 수해 현장을 찾아 현안 보고를 받았는데요. 민주당은 피해 지역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선포 및 이재민 지원을 위한 공병부대 투입 등을 약속했습니다. 다만 이날 민주당 지도부는 "복구작업을 하는 데 지장을 주지 않을까"라며 현장 직접 방문은 하지 않았는데요.
-이를 두고 취재진들 사이에선 "민주당이 '꿀'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합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면사무소에서 관련 현안 보고를 받았지만, 수해 현장에서 복구작업을 하는 통합당 의원들과 함께 간 취재진은 바지 전체가 진흙으로 물들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현장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었는데요.
-이처럼 통합당이 빠른 민생 현안 대처와 진정성 있는 메시지로 최근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8일 통합당 지지율이 처음으로 30%대를 넘으며 민주당과 0.8%p로 간격을 좁혔는데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3~5일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통합당이 34.8%, 민주당이 35.6% 지지율을 기록했습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통합당에선 특히 초선 의원들을 향한 기대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본회의장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부동산 입법의 부당함을 알린 윤희숙 의원을 시작으로 더욱 다양한 목소리와 입장이 나올 수 있도록 당 차원의 격려도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한목소리'를 강조하며 다양한 쟁점과 이슈에 '함구령'을 내린 민주당의 모습과도 비교됩니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대체로 이슈가 되는 사안에 중립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거대 집권 여당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평가와 '너무 폐쇄적'이라는 지적이 동시에 나오는데요. 통합당을 향해서도 '총선에 패배해 당연히 초선 의원들의 혁신적 목소리가 나오는 거다', '그래도 변화하려는 모습이 긍적적이다'란 분석이 공존합니다.
◆호우 피해에 휴가도 반납…靑의 무게
-7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김조원 민정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김외숙 인사수석이 돌연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했죠?
-네, 그렇습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사퇴 배경에 대해 "최근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근 청와대 다주택 참모들의 주택 매각이 미흡한 데 따른 판단으로 보인다고 배경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김조원 민정수석을 둘러싼 논란이 연일 이어졌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군요. 청와대의 사의 표명 발표 당시 분위기는 어땠나요? 갑자기 나온 발표라 모두 놀랐을 것 같은데요.
-생각보다 차분했습니다. 사의 표명을 예상해서가 아니라 보고와 속보 쓰기에 바빠서였습니다. 기자들이 탄성을 지르거나 그런 것도 없었고, 무덤덤했습니다. 요즘이 또 휴가철이고 금요일 오후이다 보니 기자들도 많지 않았습니다.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이 비서실장과 수석들의 사표를 수리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문 대통령도 부동산 민심이 상당히 악화한 상황을 모르지 않기 때문에 반려 결정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본격적인 휴가철입니다. 모처럼 삶의 여유를 즐기려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안타깝게도 집중 호우로 인해 피해를 본 이들이 많습니다. 호우 피해 대처 상황 등을 점검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를 취소했을 정도로요.
-그렇습니다. 문 대통령은 3~7일로 예정했던 휴가 일정을 전격 취소했죠. 지난 주말 경남 양산 매곡동 사저로 내려가서 휴가 기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서울과 수도권 등 중부지방 집중 호우 피해가 잇따르면서 청와대로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문 대통령이 휴가를 반납하면서 참모들도 영향을 받았겠는데요?
-일반적으로 대통령의 휴가 일정에 맞춰 참모들도 휴가를 낸다고 합니다.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인데요. 윤도한 국민소통수석과 강민석 대변인 등 참모들도 3일부터 휴가였는데 결국 업무에 복귀했습니다. 격무를 이어오다 오랜만에 숨 돌릴 시간이 생겼는데, 하늘이 돕지 않았네요.
-춘추관 분위기는 어떤가요?
-평소보다 한산해 보입니다. 일부 기자들이 문 대통령의 휴가일에 맞춰 휴가를 떠난 것으로 보이는데요. 덥고 습한 날씨 속에서도 춘추관의 시계는 돌아가고 있습니다.
-애초 휴가 일정에 따라 이번 주 문 대통령의 공개 일정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4일 문 대통령이 호우 피해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하고 6일에는 접경지역 호우 피해 현장을 방문하는 일정을 진행했습니다. 게다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비서실 소속 수석비서관 5명 전원이 7일 문 대통령에게 일괄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휴가를 떠난 일부 기자들도 난감해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청와대의 무게라고 할까요. 어느 조직이든 마찬가지겠지만,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은 한시도 무거운 책임감을 내려놓을 수는 없겠지요. 비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을 위한 일에 최선을 다해주셨으면 합니다. 국민께서도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준수하시면서 즐거운 휴가 즐기시길 바라고, 이재민 등 비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도 힘내셨으면 합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재우 기자, 박숙현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이선화 기자, 임세준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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