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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의 눈] '성폭행 월북자 송환', 이인영 장관이 풀어라

  • 정치 | 2020-07-30 05:00
남한에 3년간 머물렀던 탈북민 김 씨가 재월북해 논란이다. 사진은 28일 오전 김 씨의 가방이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강화읍 월곳리의 한 배수로 모습. /뉴시스
남한에 3년간 머물렀던 탈북민 김 씨가 재월북해 논란이다. 사진은 28일 오전 김 씨의 가방이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강화읍 월곳리의 한 배수로 모습. /뉴시스

北에 요구할 건 요구해야 협상력도 커져

[더팩트ㅣ통일부=박재우 기자] '우산시위'로 알려진 홍콩 시위가 확산된 배경에는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이 있다. 이 시위는 대만에서 자신의 연인을 살해한 홍콩인이 홍콩으로 도피하면서 비롯됐다. 대만에서 범죄인 인도 요청을 했지만, 홍콩과 범죄인 인도 협정을 맺지 않아 송환하지 못했다. 이에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중국 본토, 마카오, 대만, 홍콩을 포함한 '송환법'을 추진하자 홍콩의 반체제 인사·민주화 운동가 등을 중국 본토로 압송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 시위가 촉발됐다.

국가 간에는 '범죄인 인도조약'을 통해 다른 국가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자국으로 도피해 온 범죄인을 국가의 요청으로 인도해 주곤 한다. 중국은 일국양제(一國兩制:중국이라는 하나의 국가 안에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공존시키는 체제)하에서 일어난 일이라 '조약'형식이 아닌 '법안'형식으로 송환법이 추진됐다. 여기에 민주주의와 인권적인 요소가 들어가면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사태는 악화됐다.

한국에서도 범죄인 인도 조약과 관련한 논란이 발생했다. 얼마 전 남한에 3년간 머물렀던 탈북민 김 씨가 성폭행 혐의를 받는 도중 재월북을 단행한 것이다. 김 씨는 자신의 집에서 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 6월 김포경찰서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남한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서로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남북 사이에서 또, 남북 관계가 경색된 현 상황에서 정부는 난감한 상황이다. 정부 당국자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휴전선을 넘어간 사람을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지 않느냐"며 "송환을 요구할 마땅한 남북 간 합의 근거도 없고, 남북 관계가 완전히 단절돼 있어 아직 송환 요구 여부를 검토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하고 동해상으로 넘어온 북한 어민 2명을 정부가 북측의 요청이 없었음에도 '흉악범'이란 이유로 닷새 만에 강제 북송한 적 있다. 지난해 추방된 북한 주민 2명이 타고 온 오징어잡이 선박이해상에서 북한에 인계되는 모습. /통일부 제공
지난해 11월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하고 동해상으로 넘어온 북한 어민 2명을 정부가 북측의 요청이 없었음에도 '흉악범'이란 이유로 닷새 만에 강제 북송한 적 있다. 지난해 추방된 북한 주민 2명이 타고 온 오징어잡이 선박이해상에서 북한에 인계되는 모습. /통일부 제공

통일부도 29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관계기관에서 정밀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추후 조사 결과와 남북관계 상황 그리고 그간의 관행들을 종합하여 판단하여 나가도록 하겠다"고 형식적인 답변을 남겼다.

이들의 변명은 북한의 심기를 건들지 않으려는 핑계로 들릴 수 있다. 남북 관계 개선에 있어 북한 의도가 '결정적'이기 때문에 시도조차 않으려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 이 같은 모습은 우리 정부의 무조건적인 '남북대화 일변도'에 '인권'이란 소중한 가치도 무시되는 것처럼 보인다. 피해자 중심주의를 앞세운 문재인 정부가 피해자에 대한 배려와 재발방지 노력이 부족한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하고 동해상으로 넘어온 북한 어민 2명을 정부가 북측의 요청이 없었음에도 '흉악범'이란 이유로 닷새 만에 강제 북송한 적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해당 탈북민에 대한 송환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북한 어민 2명 북송 당시에도 '인권 문제'가 제기됐다. 휴먼라이츠워치(HRW) 등 세계적인 인권단체에서는 이들이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거나 사형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우려를 표명했지만, 정부는 국가 안보적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만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도 정부가 고려했던 것은 이 북한 어민들의 '인권'보다는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우선에 둔 결정으로 보인다.

목함지뢰 사건 당시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면서 남북 긴장관계를 잠시나마 대화국면으로 역전시키는 결실을 보기도 했다. 2015년 당시 목함지뢰 사건 현장. /뉴시스
목함지뢰 사건 당시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면서 남북 긴장관계를 잠시나마 대화국면으로 역전시키는 결실을 보기도 했다. 2015년 당시 목함지뢰 사건 현장. /뉴시스

정부의 스탠스처럼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 보다는 '남북관계' 개선이 우선 돼야만 하는 것일까. 한반도 내 갈등·전쟁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인권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임에도 틀림없다. '로켓맨', '핵단추' 등 북한과 거친 언사를 주고받았던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북미대화를 진행하면서, 오토 웜비어와 북한에 억류됐던 자국민을 귀환시켰고, 한국전쟁 미군 유해송환도 성사시키면서 실리를 챙겼다. 자국민 보호와 인권이라는 가치를 최우선에 두면서도 북미 간 대화를 진행한 것이다.

우리 정부에 미국과 같은 수준에서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일 수 있다.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북한이 협상 대상으로 남한이 아닌 미국을 우선시한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북한에 목소리를 내고 얻어낼 건 얻어낼 수 있다면 '인권'뿐 아니라 우리 정부의 협상력까지 높일 수 있지 않을까.

남북 관계를 흡수통일의 대상으로 봤던 박근혜 정부 당시 남북 관계는 최악이었지만, 배울 만한 교훈 하나쯤은 있다. '목함지뢰 사건(2015)' 당시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면서 남북 긴장관계를 잠시나마 대화국면으로 역전시키는 결실을 보기도 했다. 당시의 교훈을 삼아 협상력을 키워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한다.

특히 '창의적인 해법'을 천명하면서 새롭게 취임한 이인영 통일부 장관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탈북민 송환을 이끌어낸다면, 피해자에게 정의를 가져다주고 인권 중심적인 정부로서 매김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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