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이해관계 달라 현실적으로 어려울 듯"
[더팩트ㅣ통일부=박재우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기간 동안 줄곧 강조해온 남북관계 '창의적 해법'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24일 미래통합당의 불참 속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번 주말 늦어도 다음 주 중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는 지명 이후부터 줄곧 "남북관계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가지고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금강산과 백두산의 물, 대동강의 술을 우리의 쌀, 의약품과 바꾸는 물물교환식 새로운 구상을 밝혔다. 또한 "대북제재 속에서도 인도적 협력 부분인 '먹는 것, 아픈 것, 죽기 전에 보고 싶은 것'은 우리가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추진해도 될 것"이라며 적극적 대북정책 전개를 예고했다.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진 이후 창의적 해법이라는 발언을 한 인사는 이 후보자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취임한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도 인사청문회 당시 스냅백(Snapback) 방식과 협력적 위협감소(CTR) 등 학문적인 용어를 꺼내며 창의적 해법을 강조한 바 있다.
스냅백 조치는 제재를 해제하되 위반행위가 있으면 제재를 복원하는 조치이고, CTR 프로그램은 핵이나 미사일 시설을 해체하고 그 지역에 산업을 대체함으로써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으로 카자흐스탄·우크라이나·벨라루스 등 구소련에서 미국이 행했던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김 장관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재임 14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김 전 장관의 임기 내 스냅백과 CTR을 꺼낼 만큼 북미·남북 대화는 진전되지 못했다. 결국 북한의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김 전 장관은 남북관계 악화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북한이 '통미봉남(미국과의 외교를 지향하면서 남한 정부의 참여를 봉쇄하는 북한의 전략)' 태도를 보이면서 우리 정부의 '보건의료 협력', '비무장지대(DMZ) 평화지대화' 제안에 반응조차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물물교환' 방식의 남북교역을 북한이 받아들일지에 전문가들은 의문을 품고 있다.
신범철 한국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창의적인 해법에 대해 유엔 제재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떠나서 실현 가능성이 작다"라며 "북미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고 북한으로서 끌리지 않는 제안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이어 "물자 자체는 제재 위반이 아니지만, 추진 과정에서 물자 이동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측의 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사과없이 진행하는 것에 대한 의구심도 든다"고 설명했다.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도 통화에서 "번지수가 틀렸다"라며 "창의적인 해법은 미북대화가 다시 제기되는 국면에서 시작돼야 하지 지금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번 김여정 담화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면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협상 문턱을 높였다"면서 "미국은 대북압박 기조를 유지하는 국면이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낮고 타이밍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4선 의원이자 여당 원내대표 출신인 이 후보자가 특유의 돌파력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창의적인 해법의 '창의성' 보다는 경색된 남북관계를 돌파해나가겠다는 결단과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게 여권의 주장이다.
이 후보자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출신의 친북 인사라는 점에서 남북관계가 개선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실제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14일 남측 매체를 인용해 "이번 인사에서 이인영, 임종석 두 사람에게 거는 기대도 많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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