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박병석 의장의 '수난 시대(?)'…대변인 말이 공식입장 아니라는 청와대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21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 추미애 법무부 장관 탄핵소추안 표결,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여진 지속 등 이번 주도 정치권은 굵직굵직한 이슈가 넘쳐났습니다. 큰 현안이 여러 개였던 만큼 여야의 설전도 거셌던 한 주였습니다.
-대부분의 사안은 누구나 예상하던 선에서 매듭이 지어졌는데요, 청와대에선 대통령의 '입'이라 불리는 대변인의 발언이 '공식입장이 아니다'라는 예상 밖 답변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파괴력이 큰 이슈들을 국회에서 다루는 과정에서 여러 에피소드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먼저 현안이 많았던 국회 이야기부터 해보죠.
◆지각, 고성, 항의…첫 대정부질문도 '파란만장'
-지난 22일 국회가 우여곡절 끝에 21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을 진행했죠. 야당이 총공세를 예고했는데요,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네, 이날은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이 진행됐는데요, 가장 핫한 분야답게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여야는 야당 의원의 첫 질의부터 격하게 충돌했습니다. 고성이 오가고, 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의장석에 나와 항의하는 등 익숙한(?) 모습이 연출됐는데요, 20대 국회 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심지어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에 대부분의 의원이 지각하면서 박병석 국회의장의 '쓴소리'가 이어졌습니다. 빈 의석이 다수 보이자 박 의장은 "시간을 지켜 달라", "늦지 않게 와 달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그는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의원이 질의를 마친 후에 '박수'를 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박 의장에 따르면 본회의장에서의 박수는 예외적으로 교섭단체 대표연설 때에만 허용된 것이라고 하는데요, 지난 국회에선 그렇지 않아서 취재진에겐 새로운 소식(?)이었습니다. 여야 의원들은 소속 의원들의 질의가 끝나면 으레 '잘~했다!'며 박수를 치는데요, 이날도 역시 질의가 끝날 때마다 의원들의 박수와 격려가 이어졌습니다.
-취재진은 이날 박 의장의 사회가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야당 의원과 정부 측 인사의 고성이 오간 설전 때문입니다. 특히 김태흠 통합당 의원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 장관 입장문 유출 의혹'을 둘러싸고 거친 설전을 벌였습니다. 추 장관과 김 의원은 "질문엔 금도가 있다", "말 끊지 마시라",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 "추적추(추미애의 적은 추미애)" 라는 등 고성과 막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거칠게 몰아붙이는 김 의원의 질의에 추 장관은 물러서지 않았는데요, 두 의원의 설전에 통합당 의원들도 추 장관 태도를 문제 삼으면서 소란이 벌어졌습니다.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장석에 나와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가"라고 따지기도 했습니다.
-첫 대정부질문을 주재하던 박 의장은 "정부 측에 말한다. 의회 일정 중 대정부질문은 의원 개개인의 질문이 아니라 국민을 대표해서 하는 질문이기에 국민 전체를 상대로 엄중하게 답변해주시는 게 바람직하다"며 "의원 질문은 국민 대표 기관으로서 국민을 대표해 질문하는 거다. 우리 헌법기관으로서의 의식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이외에도 일부 의원들은 질의를 마치고 의장을 향한 인사를 생략하는 등의 실수가 종종 목격됐습니다. 21대 국회가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고, 초선 의원들이 많아(151명) 이런 일이 있는 듯합니다. 그때마다 박 의장은 "의원님, 의원님"하고 부르거나, 뒤에 있는 다른 의원들이 '의장에게 인사하고 가라'는 손짓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야가 차분히 이견을 주고받고, 기본적 예의는 말하지 않아도 지키는 평화로운(?) 국회 모습은 요원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 대정부질문 기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탄핵소추안 표결도 있었죠?
-그렇습니다. 지난 20일 통합당(103명), 국민의당(3명), 야권 성향 무소속(4명) 의원 100명은 추 장관 탄핵소추안을 제출했고,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이 진행된 23일 본회의에서 무기명 표결이 이뤄졌습니다. 결과는 재적 의원 292명 가운데 찬성 109명, 반대 179명, 무효 4표로 부결됐습니다.
-민주당 쪽에서도 이탈표가 나온 건가요?
-네, 안 그래도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탄핵소추안 부결 직후 본회의장을 나와 "민주당 쪽에서 최소 6표 이상 다른 표(이탈표)가 나온 걸로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탄핵에 찬성하는 야당 의원 3명이 이날 본회의에 불참해 찬성 109표와 무효 4표 중 최소 6표는 범여권에서 나왔다는 설명입니다.
-범여권 어디서 이탈표가 나온 거죠?
-여야 모두 이탈표 찾기에 나섰지만, 무기명으로 진행돼 드러나진 않았습니다. 다만 민주당은 표결에 176명의 소속 의원 중 172명이 참여했고, 이탈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양쪽 주장이 모두 맞다는 것을 전제로 추정해보면 열린민주당(3명)과 정의당(6명)에서 이탈표가 나온 걸로 보입니다.
◆외로워 보였던 이인영…청문회 뒷자리 '서바이벌(?)'
-지난 23일엔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렸는데요, '사상검증' 논란으로 뜨거웠다는 보도가 쏟아졌는데, 현장에선 어땠나요?
-네, 실제로 북한 외교관 출신 탈북민 태영호 통합당 의원이 이 후보자에게 "'주체사상'을 아직도 신봉하느냐"라는 질문을 해서 파장이 상당했습니다. 이 후보자도 발끈하며 "태 의원이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고 반박하면서 온종일 시끄러웠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 말고는 별다른 게 없었습니다. 후보자의 자녀와 아내에 대해 청문회 전부터 관심이 많았지만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았습니다. 조국·추미애 법무부 장관 청문회와 비교하면 조용하고 차분(?)했던 청문회였던 것 같습니다.
-청문회가 진행될수록 카메라에 잡힌 청문회장에 빈자리가 많이 보였는데, 어떻게 된 거죠?
-청문회나 국회 상임위 회의는 통한 저녁 시간쯤 되면 발언 순서가 아닌 의원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면서 텅텅 비기 마련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반대 상황이 펼쳐졌는데요,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저녁 시간이 되자 이 후보가 뒤에서 그를 돕던 공무원들이 자리를 비웠습니다.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이 후보자 뒤에는 10~12명 남짓이 있었는데, 3~4명만 남고 나머지는 자리를 비웠습니다. 마치 '서바이벌' 오디션을 보는 것처럼 늦게까지 남은 분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된 일이죠?
-글쎄요. 청문회는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오후 10시까지 12시간가량 진행됐습니다. 추측해보자면 이렇게 긴 시간에 또, 비까지 오는 날이어서 끝가지 자리를 지키긴 힘들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예상보다 별 탈 없이(?) 마무리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조기 퇴근을 지시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동안 청문회나 상임위에서 보였던 공무원들의 자리 지키기는 사실 비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실제로 망부석처럼 앉아있지만, 장관 또는 장관후보자의 실무를 돕는 공무원들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가끔 공무원들은 졸고 있는 모습을 들켜 의원들에게 혼나는 장면도 연출되기도 합니다.
◆박주민, '뜬금' 출마 선언에 취재진도 긴장?
-민주당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8.29 전당대회 대진표가 3파전으로 바뀌었는데요. 당이나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박주민 최고위원의 당 대표 경선 출마 선언 얘기가 이전부터 나왔던 건가요?
-당 내부에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입니다. 박 최고위원과 친한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사석에서 "서울시장 출마 준비한다고는 했는데 당 대표 경선 출마는 정말 뜻밖이다.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실제로 지난 15일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고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으로 내년 4월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서울시장 후보에 박주민, 우상호, 추미애 출마 가능성이 높다. 친여성적 이미지를 고려해 박주민에 힘 쏠리는 분위기이며, 추미애는 출마 부담감을 느낀다고 한다"는 지라시가 공유됐습니다. 이어 지난 19일 '박 최고위원의 당 대표 출마 검토설'이 흘러나왔는데요. 이때까지만 해도 출입기자들은 "설마"라는 반응이었습니다. 당시 박 최고위원 보좌관도 "금시초문"이라고 했고요. 혼자서 고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출마선언 전날 밤을 꼴딱 새우고 씻지도 못하고, 평소보다 흡연량도 3배가량 늘었다고 했습니다.
-그렇군요. 박 최고위원 출마선언 현장에 취재 열기도 상당했죠?
-네, 박 최고위원 출마 여부가 흥미로운 '내기' 대상이 됐던 건데요. '출마한다'에 건 이들은 "출마하지 않는다면 '고민해보겠다'는 말도 안 했을 거다", "본인한테 손해가 전혀 아니다. 서울시장 후보 도전을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는 것"이라는 등의 이유를 들었고요, 반대하는 쪽은 "그렇다고 이득도 없지 않나"라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특히나 후보 등록 마감일인 21일 오전에는 '불출마설'이 돌았고, 오후에는 출마로 가닥을 잡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서 내기를 걸었던 출입기자들이 진땀을 뺐습니다(웃음). 이 때문일까요. 기자들이 박 최고위원에게 빨리 결정해달라며 들들 볶았죠. 박 최고위원도 "조용히 고민하고 결정 내리고 말하려고 했는데 예상 밖으로 아이 보는 게 어려울 정도로 기자들 전화가 많이 와서 좀 더 고민의 속도를 냈다"고 뒷얘기를 들려줬습니다.
-아무래도 40대 재선 의원의 '당찬 도전'이라고만 평가하기엔 아쉬운데요, 출입기자들은 박 최고위원 출마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요?
-'40대 기수론'으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긍정 평가가 있는 반면 박 최고위원의 출마 목표가 '친문(친문재인)'의 표심을 흔들어 김부겸 전 의원을 밀어주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미래 권력으로 급부상 중인 이낙연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당권파가 내세운 전략이라는 것이죠. 당 지도부의 권유가 있었는지에 대해 박 최고위원은 "그런 건 전혀 없었다"라며 일축했는데요, 진실은 전당대회 결과를 봐야 확인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청와대, 대변인의 말이 공식입장이 아니다?
-청와대가 고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해 입장을 냈는데, 뒷말이 나오고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23일 오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사건 발생 2주 만인데요, 그간 청와대가 박 전 시장과 거리를 둬왔던 것과 다른 태도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강 대변인의 위로 메시지가 청와대 공식입장이 아니라면서요?
-청와대는 강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 공식입장이 아니고, 대변인의 설명이라고 했습니다. 사실상 강 대변인의 개인입장이라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그러니까 '피해자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는 것은 청와대의 입장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언제 청와대의 공식입장을 낸다는 건가요?
-강 대변인은 "국가인권위의 진상규명 결과로 사실관계가 특정되면 더 뚜렷하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상규명 결과를 보고 판단한 뒤 청와대의 입장을 내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강 대변인이 오해할 만한 상황을 연출했다고 봅니다. 강 대변인은 브리핑에 앞서 같은 날 오전 한 언론과 전화 통화에서 "피해자의 입장에 공감한다"라며 "피해자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해당 언론은 박 전 시장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가 입장을 냈다며 단독 보도했고요. 기사에 개인입장이라는 내용은 없습니다. 또한 최초 보도 때는 청와대의 공식입장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대통령의 입'인 대변인이 한 발언이기에 무리는 아니라고 봅니다. 후에 보도 내용은 강 대변인 발언을 인용한 것으로 수정됐습니다.
-강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가 아닌 자신의 말로 무게를 낮췄습니다. 강 대변인은 "고위공직자 성 비위에 대해 단호한 입장이고, 피해자 입장이 최우선이라는 건 청와대의 기존 입장"이라며 "전화취재에 응대한 것이고 어떻게 받아들이실지는 여러분들의 몫"이라고 했습니다. 또 "고위 공직자의 성 비위에 대해 단호한 입장이고 피해자 보호가 최우선이라는 것은 청와대의 원래 입장"라고 했습니다.
-다만 일부 기자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입니다. '청와대는 피해자 보호가 최우선이라는 원래 입장은 있지만, 그렇다고 대변인이 한 발언은 공식입장은 아니다'라니까 혼란스럽다는 겁니다. 어쨌든 '대변인의 위로 메시지는 청와대 공식입장이 아니다'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입니다. 가장 중요한 피해자 측에서도 오락가락하는 청와대의 행보를 좋게 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재우 기자, 박숙현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이선화 기자, 임세준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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