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 동시 재보궐 '초유의 사태'…대권까지 흔든다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으로 서울과 부산 시장이 모두 공석이 된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내년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 당헌 96조 2항에 따르면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전신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일 당시 '김상곤 혁신위'에서 제정됐다.
이에 지난 4월 직원 성추행으로 시장직을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해당 당헌을 적용해 "후보자 공천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오 전 시장에 이어 서울시장까지 공석이 되면서 후보자 공천을 둘러싼 당내 논의는 복잡해졌다.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내년 4월 7일 확정된 광역단체 재보궐 선거는 부산과 서울 두곳이다. 지난 총선 기준 서울시와 부산시의 유권자는 모두 1143만 명이다. 이는 전국 유권자의 26%로, 전국 유권자 4명 중 1명은 투표하게 된다.
4·7 재보궐 선거는 2022년 3·9 대선 11개월 전에 치러지는 대선 전초전이다. 대선 3개월 뒤엔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민주당 입장에선 이번 재보궐선거 결과가 대선의 향배를 가를 뿐 아니라 지방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때문에 당내에선 성추행 의혹을 인정하고 사퇴한 오 전 시장에 대해서만 당헌을 적용해 후보를 내지 말고,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된 박 시장 사건엔 적용하지 말자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앞서 '직원 성추행'으로 실형을 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사퇴한 뒤 같은 해 열린 7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후보를 공천했고 양승조 충남지사가 당선된 사례도 언급되면서 "두 곳 모두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오는 재보궐선거가 민주당에게 위기라면 통합당엔 '기회'가 될 전망이다.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나경원 의원 등은 전부터 서울시장 출마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또, 동대문을에서 낙선한 이혜훈 의원 등 여성 의원들을 중심으로 출마 의사가 점쳐지고 있다. 이밖에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김세연 전 의원 등도 거론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범보수 진영 주자로 나설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여당에선 연이은 성추행 의혹을 의식해 여성 인사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또 우상호 의원,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박주민 최고위원 등도 거론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에 대해 "정치현실적으로 후보자를 안 낼순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선거를 일년 앞두고 후보자를 내지 않는다는 건 정권 자체를 사실상 포기하는 것과 같다"며 "어떤 방식으로도 후보를 낼 수 밖에 없는 것이고, 만약 두 자리를 통합당에 내어준다면 문재인 정부는 급격한 레임덕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 평론가는 이어 "어느 쪽이 정당하느냐, 명분이 있느냐가 아니라 결국 진영대결"이라며 "여당 입장에선 여론을 살피고 명분을 만드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은 재보궐선거와 관련한 입장을 아직 내지 않았다. 13일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당 고위전략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재보궐선거에 대해) 오늘 논의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당 핵심관계자는 "이해찬 대표가 연이어 발생된 사고에 대한 기강해이에 대한 말씀이 있었다. 기강을 잡아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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