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文 중재 노력 '거부 의사'…제재 완화 미지수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최선희 제1부상) 담화에서는 때도 모르고 또다시 조미수뇌회담 중재 의사를 밝힌 오지랖이 넓은 사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자꾸만 불쑥불쑥 때를 모르고 잠꼬대 같은 소리만 하고 있으니 북남관계만 더더욱 망칠 뿐."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중재' 의지에 반감을 드러냈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7일 담화를 내고 문 대통령을 겨냥해 이처럼 밝혔다. 그는 특히 제3차 북미정상회담과 함께 문 대통령의 중재 의사를 '삐치개질(참견)'이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유럽연합(EU) 집행부와 화상 정상회담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을 역설하며 북미 대화의 중재자 역할에 다시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으나, 이에 대해 북한은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남북 교착 국면이 길어지면서 문 대통령의 북미관계 중재자 입지는 위축됐다. 노골적으로 문 대통령을 겨냥한 비난은 북한의 불만과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다만 북한은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 무조건적인 반대 의견을 내진 않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권 국장은 "참으로 보기에도 딱하지만 중재자로 되려는 미련이 그렇게도 강렬하고 끝까지 노력해보는 것이 정 소원이라면 해보라"며 "그 노력의 결과를 보게 되겠는지 아니면 본전도 못 찾고 비웃음만 사게 되겠는지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낮은 수준의 여지를 남겼다고 볼 수 있다. 제재 완화를 비롯한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적극 설득하는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 따라 북미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도 해석된다. 특히 '노력의 결과'는 문 대통령의 목표 중 하나인 북미 대화로 읽힌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촉진하려면 미국의 경제적 보상이 선행돼야 한다는 북한의 메시지라고 봐도 무리는 아니라는 관측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조치가 먼저라는 미국의 기조는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이 미국의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에 맞춰 "미국과 마주 앉지 않겠다"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것도 자신들의 기조를 부각하기 위한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북한으로서는 비건 부장관은 제재를 풀어줄 수 있는 수준의 사람이 아니라고 봤을 수 있고, 또 제재 완화 조치가 없는 한 미국과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북 제제를 완화하는 국제사회의 약속이 북한의 추가 도발을 방지하는 한편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조건일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중재 역할은 한다더라도 미국 대선이 넉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향적 태도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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