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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이슈] '35조' 3차 추경안 뜯어보니…野 "진단·처방 틀린 '빚'잔치"

  • 정치 | 2020-07-02 05:00
더불어민주당이 독식한 16개 국회 상임위원회는 미래통합당 불참 속 1~2시간 만에 역대 최대 규모인 35.3조 원 규모의 3차 추경안 예비심사를 마쳤다. 특히 운영위는 50여 분 만에 심사를 마쳐 가장 짧은 희의 시간을 기록했다. /배정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독식한 16개 국회 상임위원회는 미래통합당 불참 속 1~2시간 만에 역대 최대 규모인 35.3조 원 규모의 3차 추경안 예비심사를 마쳤다. 특히 운영위는 50여 분 만에 심사를 마쳐 가장 짧은 희의 시간을 기록했다. /배정한 기자

민주당, '5일 만에 심사·처리' 예고…과도하고 불필요한 지출 수두룩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35조3000억 원 규모의 역대 최대 규모 '2020년 제3회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국회 심사가 시작됐다. 여야 합의가 필요한 정보위원회를 제외한 17개 상임위원장(예결특위 포함)을 독식한 더불어민주당은 하루 만에 16개 상임위 예비심사를 마치고 3.1조 원을 증액해 30일 예산결산특위로 3차 추경안을 넘겼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상임위가 1~2시간 안에 3차 추경안 예비심사를 마쳐 역대 최대 규모 추경 심사를 졸속으로 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야당의 비판에도 민주당은 6월 임시국회 회기 내(7월 3일)에 3차 추경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5일 만에 심사·처리가 예고된 3차 추경은 제대로 된 계획하에 준비된 것일까.

◆민주당 주도로 역대 최대 추경 초스피드 심사

대부분의 상임위에서 정부안대로 예비심사가 끝난 가운데 정부가 제출한 3차 추경안을 살펴보면 크게 코로나19에 따른 성장률 하락 영향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세제감면 등 요인을 반영한 세입경정 11.4조 원, 금융지원, 고용·사회안전망 확충, 한국판 뉴딜 등 재정정책 추진을 위한 23.9조 원 규모의 세출 확대로 구성됐다.

정부는 필요한 재원은 강도 높은 지출구조조정으로 10.1조 원, 기금 자체 재원 활용 1.4조 원, 국채발행 23.8조 원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주요 사용처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소상공인, 중소·중견기업 긴급 자금 지원 및 주력산업·기업 등에 대한 긴급 유동성 지원(5조) △고용유지·직접일자리·실직자 지원 등 고용안전망 강화(8.9조) △저소득층·취약계층 사회안전망 강화(0.5조) △새로운 성장 발판을 위한 한국판 뉴딜(5.1조) △내수·수출·지역경제 활성화(3.7조) △K-방역산업 육성 및 재난 대응 시스템 고도화(2.5조)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달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3차 추경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달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3차 추경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 참석해 "3차 추경은 민생을 돌보는 손이자 한계기업을 보듬는 품"이라며 "정부 재정지원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추경안을 조속히 의결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박병석 국회의장의 미래통합당 의원 상임위원 강제배정에 반발해 3차 추경안 심사에 참여하지 않은 통합당은 "3차 추경은 잘못된 진단에 근거해 잘못된 처방을 내린 현실 인식이 결여된 과도한 추경"이라고 평가했다.

이종배 통합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에서 "오늘 생존해야만 내일이 있다는 단순한 진실마저도 인식하지 못하는 현 정부·여당이 3차 추경안의 조속한 처리만 강조하며 국민을 호도하고, 야당을 겁박하는 현 상황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이같이 말했다.

이 의장의 3차 추경안 분석에 따르면 이번 추경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고통받는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중소기업이 빚으로 5개월을 버틴 상황에서 직접 지원 없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빚을 또다시 강요하게 구성됐다.

또한 깜깜이 환자 급증으로 제2의 코로나 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역학조사·방역 관련 일자리는 일체 반영하지 않고 DB 알바, 전수조사 등 당장 시급하지도 않고, 통계 왜곡용 일자리를 위해 억지로 일거리를 만들어낸 무대책 추경이다.

대표적 예로 이번 추경 중 코로나방역시스템 예산은 전체 추경의 2%인 6953억 원에 불과하고, 세수경정의 57%인 6.5조 원은 코로나와 관련 없이 올해 본예산을 초슈퍼예산으로 만들기 위해 세입을 과다 계상했다.

특히 소상공인·중소기업 금융지원을 위한 5조 원은 소상공인 융자와 관련 없는 신용보증기관과 국책은행의 경영개선지원을 위한 지원사업에 불과하다. 또 DB 알바 사업에 6025억 원, 과기부의 전 국민 디지털 역량 강화교육에 600억 원이 투입되는 등 시급하지 않은 금액이 다수 포함됐다.

이와 관련 이 의장은 "3차 추경은 이미 빚으로 5개월을 버틴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중소기업에게 내일이 있는 삶을 제공하기 위해 '무이자 융자'와 '생존자금'을 지원해야 하고, 대학당국은 코로나로 정상적인 대학 생활이 불가능한 대학생에게 특별장학금을 지원하되, 정부는 대학의 재정상황을 고려해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코로나 피해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강화와 코로나 대응에 헌신하고 있는 의료진에 대한 특별수당도 증액되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종배 통합당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3차 추경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이종배 통합당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3차 추경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통합당, 3차 추경은 15조 규모로 필요한 곳에 쓰면 충분

기자회견 후 기자와 만난 이 의장은 "우리가 제안한 방식으로 3차 추경을 구성하면 대략 15조 원으로 적자국채 발행을 줄이고 증액 재원으로 충당하면서도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3차 추경에 대한 충분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민주당이 저희와 의사일정을 다시 협의하면 (심사에) 적극 참여할 의사가 있다"며 "일단 민주당 측에 저희가 분석한 추경 관련 자료를 제시하고, 심도 있게 심의돼야 한다고 강력히 의견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3차 추경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번 추경안이 과도하고 불필요한 내용이 많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재정으로 한시적 단기 일자리를 제공하는 직접일자리 사업(3.6조)은 5월 기준 전체 실업자 수를 30만 명가량 초과하는 규모로 설정됐고, 5.1조 원이 투입되는 한국판 뉴딜 사업은 혁신적인 정책이라는 의미의 '뉴딜 사업' 취지를 충분히 살리기 어려운 사업 목적이 불분명하거나 사업계획과 사전절차가 미흡해 효과를 담보하기 어려운 사업들이 상당수 편성돼 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회에 제출된 정부 추경안에 빈 곳이 많다"며 "정의당이 주장해온 2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 노동자-자영업자에 대한 직접 지원은 찾아볼 수 없고 부랴부랴 끼워 넣은 등록금 지원 방안은 부족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업무보고도 없이 형식적인 심사를 거쳐 3차 추경이 의결될 것으로 보이는데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동일 연도에 세 번째 추경안이 제출된 것은 1972년 이후 48년 만에 처음이다. 1회(11.7조), 2회 추경(12.2조)과 3회 추경(정부안 기준 35.3조)을 더하면 59.2조 원에 달한다. 이는 올해 정부 예산안(512.2조)의 약 12% 수준이다. 23.8조 원이 국채발행으로 이뤄진 3차 추경까지 확정될 경우 올해 국가채무는 99.4조 원이 늘어난 840.2조 원(GDP 대비 43.5%)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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