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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상임위 강제배정' 반발 전원 사임계 제출…국회의장, 수리 거부

  • 정치 | 2020-06-29 19:00
김성원 미래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가 29일 오후 국회 의사과에 박병석 국회의장의 일방적 상임위원 강제배정에 따른 상임위원회 위원 사임의 건을 제출하고 있다. /국회=남윤호 기자
김성원 미래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가 29일 오후 국회 의사과에 박병석 국회의장의 일방적 상임위원 강제배정에 따른 상임위원회 위원 사임의 건을 제출하고 있다. /국회=남윤호 기자

주호영 "헌정사상 최초 두 차례…의사일정 당분간 불참"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이 29일 미래통합당 의원들을 강제로 상임위원회에 배정한 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로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한 것과 관련해 통합당 소속 의원 103명 전원이 사임계를 제출했다. 앞서 지난 15일에도 박 의장과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해 통합당 의원 45명을 6개 상임위에 강제배정한 바 있다. 이에 반발해 강제배정된 통합당 의원들이 다음 날(16일) 사임계를 제출했지만, 박 의장은 수리를 거부했다.

박 의장의 상임위원 강제배정과 사임계 수리 거부에 반발한 통합당은 당분간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국회 의사일정에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에 따라 박 의장과 민주당이 예고한 6월 임시국회 기한 내(7월 4일) 35조3000억 원 규모의 역대급 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및 처리는 통합당을 배제하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 통합당은 3차 추경안, 대북정책 논란, 정의기억연대 의혹,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각종 현안에 대해 국회 내에서 자체적으로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당초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18개 상임위원장 모두 민주당에 내주지만, 야당 국회의원의 역할은 포기하지 않겠다"며 "상임위원 명단을 오늘 내로 제출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9일 본회의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예산결산특위원장 등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이 이뤄진 뒤 정세균 국무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대독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29일 본회의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예산결산특위원장 등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이 이뤄진 뒤 정세균 국무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대독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하지만 박 의장은 이날 오후 2시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를 열고 "11일, 15일, 26일, 29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서면으로 상임위원 선임을 요청할 것을 공문으로 요청했고, 교섭단체 대표의원과의 회동에서도 구두로 열 차례 이상 요구했으나 (통합당이) 상임위원 명단을 제출하지 않아 의장 직권으로 상임위원을 선임하고 상임위원장을 선출해 오늘 원 구성을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또한 박 의장은 "국회법 제48조 1항에 따라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은 총선 후 첫 임시회 집회일부터 2일 이내에 상임위원 선임을 요청해야 하고, 국회법 제41조 3항에 따라 상임위원장 선거는 첫 임시회 집회일로부터 3일 이내에 실시해야 한다"며 "이번 21대 국회의 경우 지난 8일까지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이 상임위원 선임을 요청하고, 국회는 상임위원장을 선출해야 했으나 한 달이 지난 오늘에야 선출했다"고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에 통합당은 박 의장이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하기 위해 통합당 103명 의원 모두를 상임위에 강제로 배정한 것은 권한 남용이라고 항의하면서, 이날 오후 5시 55분 국회 의사국에 소속 의원 전원의 상임위원 사임계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최형두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의장이) 사임계를 수리해주지 않는다"며 "오늘 전원 사임계를 다시 제출했는데, 상임위 전문성을 배제하고 숫자 채우기로 강제배정을 했는데 (강제배정된 상임위에서) 활동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29일 오후 국회에서 통합당 의원총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29일 오후 국회에서 통합당 의원총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통합당에 따르면 박 의장은 "상임위원 명단을 미리 내지 않으면 9월까지 사보임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협박에 가까운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런 일방적 국회 운영에 통합당은 따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마친 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이 우리 당 의원 103명 전원을 강제로 상임위에 배정하고, 18개 중 정보위원장을 제외한 17개 상임위원장을 일방적으로 선출했다"며 "제헌 국회 이후 교섭단체 의원들의 상임위를 의장이 일방적으로 2차례나 배정할 수 있는지 할 말을 잃었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단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의사일정에는 당분간 전혀 참여하지 않으면서 의원으로서의 책무인 정책활동과 (정부·여당의) 실정을 알리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황규환 통합당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33년 전 6.29 선언으로 민주화의 문이 열렸던 오늘. 하지만 2020년의 오늘은 거대여당이 의회 독재의 문을 연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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