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낙선 후 로펌 상임고문으로 활동 재개
[더팩트|용산=이철영·문혜현 기자] "국회를 잠시 떠나있는 게 저한테 유익한 시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한숨 돌리고 되돌아보는 시기가 될 수 있다. 작은 것에 몰입된 상황을 벗어나 큰 그림을 그리게 됐다."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이언주(48)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생각과 달리 무척 밝은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경제인이자 정치인으로 누구보다 치열하게 활동했다. 정치도 나름의 사명감으로 발을 동동 구르며 달려왔다. 그러다 보니 주위에 너무 팍팍했던 것 같기도 하다"며 "앞만 보고 달려 여유가 없었다"며 미소 지었다.
그는 20대 국회 임기 말 '보수 여전사'라고 불렸다. 일부에서는 '변절'이라는 딱지도 붙였다. 그의 정치 이력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은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으로 정계에 입문했지만, 2017년 탈당해 국민의당, 바른미래당을 거쳐 직접 전진 4.0을 창당한 후 미래통합당과 통합했다. 바른미래당 시절부터 반(反)문재인 연대를 외치며 보수 정치권과 스킨십을 넓혔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임명됐던 지난해 9월엔 삭발을 하며 반대의 뜻을 보이기도 했다. 때문에 이 전 의원에겐 '언다르크', '여전사'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은 지난 총선 경기 광명을 떠나 고향인 부산으로 옮겼다. 그는 부산 영도가 아닌 남구을에 출마했지만, 박재호 민주당 후보에 져 고배를 마셨다. 그는 현재 한 법무법인의 상임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더팩트>는 지난 23일 서울 용산 모처에서 이 전 의원을 만나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낙선 후 생활, 출마했던 부산시에 대한 관심, 보수의 혁신에 대한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놨다. 편안하고도 분명하게 자신의 의견을 펼치는 이 전 의원의 모습에 평소 이 전 의원을 '강성'이라고만 생각했던 취재진의 편견은 보기 좋게 깨졌다.
◆'국회 밖' 이언주 "나라가 걱정된다"
이 전 의원은 낙선 후 일상에 대해 "그냥 쉬고 있다"며 웃었다. 그는 "최근까지 아무 생각도 하지 않다가 요즘 화날 일이 너무 많이 생겨 보고 있으면 답답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민주당과) 의석 수 차이도 많이 나지만, (너무) 일방적으로 끌려 다닌다. 민주당이 아무리 다수당이라고 해도 전횡을 하고 있다. 대화가 실종된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전 의원은 여야를 떠나 현 정치권 상황 자체를 '총체적 난국'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남북관계 악화 등 상황을 두고서도 "하루하루 터지는 뉴스들을 보면 (정부여당이) 맥없이 상황을 맞닥뜨리는 느낌"이라며 "어떤 대책이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우리 전략은 이렇다'며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는 게 아니라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의도 밖에서 본 정치권은 전과 전혀 다른 기분을 갖게 한다고 했다. 이 전 의원은 "국회에 있었다면 보이지 않았을 부분도 분명히 있다"며 "안에 있으면 희망 상임위와 매일 이슈에 대한 브리핑을 고민했을 거다. 그런데 밖에선 전체적인 것이 보인다. 떨어진 게 좋은 일은 아니지만,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연인(?)'이 된 이 전 의원의 한가로움을 가장 반긴 건 초등학생 아들이라고 한다. 그는 "우리 아들은 정말 좋아했다"며 "하지만 낙선한 것 치고 너무 바빴다. 4월 한 달은 (아이와 함께) 지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로펌에 들어가고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여전히 바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들이 며칠 전에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며 따지더라. '엄마는 새로운 직장을 구한 건가'라고 묻기도 했다"며 웃었다.
코로나19 상황 속 아이와 함께 지내다 보니 정부의 대처 특히, 온라인 개학에 대한 부족함도 체감하고 있다는 이 전 의원이다. 그는 "정부의 세심함이 부족하다. 조금 더 구체적이었으면 좋겠다"며 "(정부가) 너무 관료적인 것 같다. 대응을 형식적으로 하는 느낌인데, 형식적으로 방안을 내놓지만 실제 진행되는 걸 보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미래통합당, 권력투쟁하려면 '근성' 있어야"
정치인인 그는 국회를 떠났지만, 관심은 여전히 여의도 국회일 수밖에 없다. 특히 여야의 상임위원장 협상 관전은 이 전 의원 특유의 투지를 꿈틀거리게 하는 것 같다. 거대 여당을 대하는 통합당의 대응에 할 말이 많아 보였다.
"통합당의 근성이 부족하다"는 게 이 전 의원의 관전평이다. 그는 "권력투쟁을 하려면 근성이 있어야 한다. 야당은 권력을 쟁취하는 것"이라며 "국민에게 우리가 이렇게 악착같이 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최근 야당의 보이콧이 장기화됐던 부분을 두고 "정치에서 꼭 상대가 민주당이 아니다"라며 "정치는 국민을 설득하고 여론을 모으는 과정이다. 그래서 지지를 많이 얻는 쪽이 이기는 것이다. 야당 입장에선 여당과 국민을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론이 기울면 상대가 우리에게 올 수밖에 없다. 싸우기 전에 여론이 어떻게 올 것인가, 어떤 메시지를 던질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하다. 메시지가 간명한 것도 국민에게 각인이 잘 될 거다"라며 "바쁜 국민들의 시선을 붙잡고 순간의 짧은 단어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게 국민들 대화의 주제로 넘어가게 해야 한다. 아쉬운 건 사전에 그런 것들이 부족했다"고 안타까워했다.
통합당이 이처럼 대여 투쟁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 전 의원은 법제사법위원장을 민주당이 가져간 것이 가장 치명적이었다고 보았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단독 본회의에서 법사위원장을 선출하자 국회를 떠난 전국 사찰을 돌며 칩거했다. 이후 국회에 복귀했지만, 통합당의 투쟁은 18개 모든 상임위를 민주당이 가져가 알아서 하라는 게 전부다.
이 전 의원은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가져가는) 상황이 벌어지고 나서 저항하게 되니 비참하다"며 "국민은 꼭 옳을 때만 지지하는 경향도 있지만, 어떤 열정에 기울어지기도 한다. 사전에 여론 형성 치열하게 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지지층을 흡수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안타까운 건 (통합당이) 너무 조용하게 (대여투쟁을) 진행하다가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법사위의 의미'에 대해 "어느 정권이 힘을 잡든 법사위가 '마지막 보루'란 게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걸 넘겨주게 되면 다른 걸 갖는 게 의미가 없다"며 "국회는 야당의 무대다. 야당은 야당 역할(견제)을 잘 했을 때 '다행이야 너희 때문에 저렇게는 가지 않았어. 그래도 야당이 능력있구나'란 인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민주당이 집권 전에 (견제를) 잘한 것"이라며 "그렇게 본다면 법사위를 빼앗기는 모습은 치명적이다. 국회가 견제 기능을 상실하면 모든 걸 그냥 통과시키는 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에 있었으면 금태섭 전 의원처럼 됐을 것
'언다르크'라는 별칭을 얻으면서 이 전 의원은 다양한 시선을 받았다. 그는 본인을 향한 조롱과 비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돌아온 대답은 예상외로 쿨(Cool)했다.
이 전 의원은 "(바른미래당을) 탈당하면서 각오했다"며 "여기(통합당에서) 소리를 지르지 않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제 정치 스타일은 약간 민주당 스타일"이라며 "어떻게 보면 굉장히 공세적이기도 하고, 야당 기질이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이슈를 제기하고 아젠다를 선점하는 감각은 민주당 쪽이 더 뛰어나다. 민주당은 다양한 삶의 경험을 가진 사람이 많다. 저 같은 경우도 집안이 망하면서 삶의 굴곡이 있었고, 본인의 노력없이 성공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 스타일과 정치적 이념은 다른 데 저는 이념적으로 통합당이 더 맞다"며 "그런데 여기는 모범생이 많다. 처절하거나 치열한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게 품격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적당히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사람이 어떤 임무를 맡으면 악착같이 뭔가를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다들 움직이지 않는다. 안타까운 사람이 앞장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 전 의원이 민주당 이야기를 꺼낸 김에 '만약 민주당을 탈당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후회되지 않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제가 선택했지만, 탈당하지 않았다면 당선하지 않았을까 싶다. 3선 정치인, 여성이고, 상임위원장도 했을 것 같다. 그대로 있었으면 원내대표급이 될 수도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또, 그때가 아니었어도 분명 탈당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제와 맞물린다. 이 전 의원은 "민주당에 있었다면 스스로 엄청 괴로웠을 것 같다. 제가 탈당한 시기는 조국 사태 전이다. 당시 민주당에 있었다면 조국 사태에 탈당했을 것이다. 아니면 결국 엄청나게 싸우고 금태섭 전 의원처럼 찍혀서 공천 못 받았을 수도 있다"며 탈당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이언주에게 '부산'이란…"세대교체·개혁은 시대적 과제"
정치권 일각에선 낙선한 그의 정치적 재기 시점과 지역으로 부산이 거론된다. 여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오거돈 전 시장이 물러나며 내년 재보궐선거가 부산광역시장 재보궐선거로 치러진다. 이 전 의원의 출마설도 이 때문에 나온다. 그는 "깊고 신중하게 고민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너무 신중한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단순히 단체장 보궐이 아니라 정치적 의미가 매우 큰 선거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며 "당의 입장에서는 차기 대선의 전초전이라 할 만큼 가장 중요한 정치 일정으로, 당이 변화와 쇄신을 얼마나 해냈는가를 판가름 짓고 침체된 지지층을 깨우고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켜 대선으로 가는 강력한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부산시민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각종 비리와 성추행으로 얼룩진 부산시가 변화되고 개혁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라며 "과거 대한민국 산업화의 전초기지이자 제2의 도시였던 부산이 침체돼 지방의 군소도시로 전락되고 있는 현 상황을 극복하고, 활기가 넘치고 번영하는 국제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인가를 판가름하는 선거"라고 설명했다.
부산 영도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이 전 의원은 현재 부산의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재보궐 선거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그런만큼 저 자신이 그러한 당의 혁신과 변화, 강력한 정치적 에너지를 얼마나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지 보고 있다"며 "부산시의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시민들의 바램, 우리들의 '태평양 도시국가의 꿈'을 내가 과연 구현할 수 있을 것인가? 그 목표로 가는 험난한 과정을 돌파할 각오가 되어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나 자신의 출마여부를 떠나 고향 부산의 현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부산을 사랑하는 시민으로서, 그런 시대적 과제를 잘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부산시장이 되길 바란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너무 슬픈 일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앞으로 계획? 한국 보수 정신 되돌아보겠다"
이 전 의원은 앞으로의 계획과 관련해 "한국 보수의 정신이 무엇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70년대 시절 우리 국민들이 환호했던 요소가 있다 그게 어찌됐든 보수의 뿌리가 있다"며 "미국의 자유방임식 경제도 아니고, 영국이나 유럽의 신분사회도 아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품격이 보수에게 필요하긴 하지만 그건 사실 유럽에서 평민들이 중심이 된 의회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거다. 그게 보수의 중심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의원은 "우리나라의 원래 보수는 전부 흙수저 출신"이라며 "개척정신이 가득했다. 우리나라의 많은 제도와 근간을 만든 사람들이다. 그것이 사실 자랑스러워 할 만 하다고 본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을 때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금수저나 고관대작의 이미지와는 다른 것"이라며 "우리 국민은 그런 개척정신을 갖고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뛰어들었던 것 같다. 너무나 어려운 시절 사회를 진보시킨 사람들이다. 실제로 그들이 어려운 서민 출신이어서 사회보장을 굉장히 중요시하고 국가의 역할을 크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의원은 산업화시대 한국 보수의 도전정신·개척정신의 '초심'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처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 국민적 힘을 결집시켜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걸 이뤘다"며 "전략적으로 하는 거다.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가의 역할이 우리의 운명과 열악한 환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동력을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대한민국 보수 세력이 '진보적인 보수'라고 본다"며 "그런데 세대를 넘어가면서 변질된 부분이 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때문에 이 전 의원은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이 꺼내든 '기본소득 논의'도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필요한 건 '좋은 사람' 같은 리더가 아니"라며 "국가가 역할을 하고 필요없는 데 개입하지 않는 '강단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어떤 것은 '책임지고 해볼 테니 밀어달라'는 게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터뷰 내내 이 전 의원은 '강한 추진력'과 '근성'을 강조했다. '눈치 보는 권력'보다는 '설득하는 리더'를 중요시한 그는 "그렇지 않으면 대의민주주의가 왜 필요한가. 똑똑한 수행자가 필요하다"며 웃었다.
▶이언주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누구?
부산 영도구 출생. 1995년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해 1997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법무법인 충정·지평지성 변호사, 르노삼성자동차 법무팀장을 거쳐 에쓰오일 상무를 지내고 2012년 민주통합당을 시작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전략공천으로 경기 광명을에 공천을 받아 19대 국회의원으로 등원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뒤 2017년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이후 안철수계로 활동하며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앞장섰다. 2019년 4월 당내 갈등으로 바른미래당 탈당을 선언했고, 2020년 1월 '미래를향한전진 4.0'이란 이름의 보수 정당을 창당했다. 이후 보수 대통합 과정에서 미래통합당에 합류해 21대 총선 부산 남구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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