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결집·남한정부 길들이기 성공 후 출구전략 모색
[더팩트ㅣ통일부=박재우 기자] 이틀 전까지만 해도 북한이 대남 확성기를 재설치하면서 한반도 긴장 상황이 고조되는 듯했지만 갑작스러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등판해 군사행동계획을 보류했다. 북한이 내부 결속 효과와 대남 강경 메시지 전달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출구전략을 모색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직접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를 열어 대남군사행동계획 등을 보류해 최근 고조됐던 한반도 긴장 상황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전날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조성된 최근정세를 평가하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당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회의에 제기한 대남 군사행동 계획들을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한 이유나 배경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북한은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앞세워 대남 비난전 전면에 나섰다. 김 제1부부장은 4일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구실로 대남비방을 주도해왔고, 지난 13일 담화에서 '대적 행동'의 행사권을 총참모부에 넘기겠다고 밝히면서 비무장화 지역의 재무장화를 천명한 바 있다.
지난 16일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수위를 높였다. 일각에선 연평도, 천안함 사태 같은 실질적인 군사도발 가능성까지 예상했지만, 김 위원장의 등판에 당분간 한반도에서 긴장은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의 지시 직후 접경지역에서 재설치 됐던 북한 확성기 수십개의 철거 움직임이 포착됐다. 또한, 북한 대외선전매체의 대북전단 살포 비난 기사 여러 건이 일시에 삭제되기도 했다.
통일부는 이날 김 위원장의 등장에 대북전단살포 엄중 대처로 화답했다. 통일부 여상기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대북전단살포 등 남북 간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지역의 안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앞으로 단호하고 엄중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앙군사위원회가 '예비회의' 형태로 개최된 것에 대해 "매우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개성연락사무소 폭파 등 대남압박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 현 상황에서 속도 조절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군사충돌 위기가 온다면 이로울 게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북한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라며 "최근 대남압박으로 내부적으로 체제결속을 했고, 대외적으로는 남한 정부 길들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여정 제1부부장의 위상을 부각시키기도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난 3월 김여정이 대남비방을 했지만, 하루 만에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위로 친서를 보냈던 당시와 비슷하다"며 "당시는 하루만이였지만 지금은 20일만에 전략적으로 기획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도 "북한이 연락사무소 폭파 및 대남 전단 등 대남 압박 총공세로 악화한 반북정서를 고려하고, 북한 내 주민결속도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군사적 행동이 무력충돌로 이어지면 이로을 것이 없겠단 판단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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