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의원들 국방부 '때리기'…"대북 전단, 책임지고 막아야"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판문점 선언) 2조 1항에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하고'라는 규정이 분명히 있었다. 문제는 대북 전단이 살포됐다. 물론 그건 일부 탈북자 단체가 했다. 전체 국민의 뜻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이 볼 땐 합의 위반사항이다. 우리 정부가 나서서 그걸 막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남북관계 경색의 단초가 된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국방부 차원의 철저한 제지를 당부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에 "군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은 하고 있다"며 민통선 안에서의 경계를 언급했다. 북한의 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를 두고선 "9·19 합의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첫 전체회의에선 국방부, 병무청, 방위사업청의 업무보고와 남북관계 긴장 상태에 대한 의원들의 현안 질의가 이어졌다. 이날도 미래통합당은 보이콧을 유지한 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여러 어려운 상황인데 이럴 때일수로 안보 태세를 철저히하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저는 민홍철 위원장에게 부탁하고 싶다. 사실 국방위는 여야가 없다. (야당이) 초당적으로 안보에 대해선 협력하고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우리 민 위원장이 잘 이끌어주시라"고 말했다.
황희 민주당 의원도 "일단 안타깝다"며 "이런 시기에 가장 원칙인 부분이 국가 안보다. 처음 국방위 전체회의를 하는데 우리 야당 의원들이 왔으면 하는데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사실 우리 통합당 의원들에게 말하고 싶은 게 있다. 다른 건 몰라도 법사위 문제로 국가 안보와 국민의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에 (회의장에) 들어오지 않는 건 납득이 안 간다"며 "다른 어떤 갈등 상황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방위만은 예외로 적용된다. 국방위는 국가 안보를 위한,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지 않기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 원칙을 지켜줬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야당 의원들이 불참한 관계로 현안 질의는 여당 의원들이 순서대로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민기 민주당 의원은 "개성공단 내 남북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건 우리 재산을 폭파한 행위지 않느냐. 군사행동이라고 볼 수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통일부 사안이지만 저희는 군사적으로 그 내용을 면밀하게 확인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저는 군사행동이라고 생각하고, 9·19 합의를 북측에서 일방 파기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곧바로 "9·19 군사합의와는 연관성이 없다. 9·19 관련 내용은 직접·우발적인 충돌을 피하기 위해 한 것이기 때문에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는 해당 사안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김 의원은 북한의 전단 대응에 대한 국방부의 대응과 관련해 날카로운 질의를 쏟아내기도 했다. 그는 "지금 북한은 1200만 장의 전단을 인쇄했고 3000여 개의 풍선을 마련했다. 실제로 삐라가 넘어오면 국방부가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느냐"고 물었다.
정 장관은 대체로 안보 상의 이유로 답변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정 장관은 "그 사안을 저희가 주의깊게 보고 있고, 전단 살포 행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세부 사항은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탈북민 단체 등이 보내는 전단에 관한 대책을 두고선 "정부와 같은 입장"이라고만 했다. 이어 '국방부가 대북 전단을 통제해야 된다고 보지 않느냐'는 물음에 재차 "저희는 입장이 (정부와) 동일하다"며 "다만 민간 단체가 한 사안이라 국방부가 나설 수 없다. 민통선 이북의 행위를 한다는 건 국방부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선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의 발달 수준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김병기 민주당 의원이 '그 기술(SLBM)이 어느 정도 접근했느냐'고 묻자 정 장관은 "상당 부분 근접했겠지만, 아직 움직임이 있는 걸로 보아 그 부분이 완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이어 "미국의 소리에 의하면 북한 노동당 창당 창건 75주년 기념식이 10월 10일에 있을 거고, 거기 ICBM이 등장할 거라고 예상한다. 개량된 ICBM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느냐"고 물었다.
정 장관은 "75주년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건 저희가 파악하고 있다. 다만 거기 등장할 무기체계가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정 장관은 북한 서해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도발 징후에 관해 "아직 그런 건 없지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복구는) 당장이라도 마음 먹으면 할 수 있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이날 정 장관은 남북관계에 전면으로 나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을 '실질적인 2인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김 부부장의 위상을 묻는 질문에 정 장관은 "2인자로서의 실질적인 역할을 하면서 업무 분담을 하고 있다"면서 "실질적인 악역은 밑에서 담당하고, 최종적으로 북미관계 개선·남북관계 개선 때는 위원장의 이름으로 해서 위상을 더 확고히 하겠다는 게 있지 않나 싶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이날 회의에선 국방부 차원의 군사 대응에 관한 국민 홍보,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국방부의 제재를 당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민기 의원은 "문제는 지금 군사의 영역에 일반인이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북한에 (전단 살포를) 하고 있고 우리도 심리전의 영역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장관도 민통선 밖에선 민간 영역이라 '어쩔수 없다'고 하는 것도 이해는 가나, 지금 대북 전단으로 인해 안보 상황이 위기에 몰리고 남북 군사위협이 강화됐다면 이건 국방부가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것"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에 정 장관은 "그 행위 자체가 군사 긴장도를 높이지 않아야 한다는 건 저희도 100% 의원님 생각과 동일하다. 다만 저희가 제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조해서 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국방부가 책임질수 있는 부분은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고 답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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