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국론 분열 우려에도 靑 침묵...역사 왜곡 저지 강력한 메시지 필요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몹시도 추운 2015년 12월 말. 서울 종로구 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를 위한 1211차 정기 수요집회가 열렸다. 취재를 목적으로 간 현장에서 처음 이용수 할머니를, 수요집회를 직접 목격했다.
당시 마이크를 잡은 이 할머니는 울분을 토했다. "오리발만 내밀고 있는 일본을 그냥 둬서 되겠나. 우리는 일본에 공식적인 사죄와 법적인 배상을 하라고 24년 동안 외치고 외쳤다. 아베(일본 총리)는 정신을 못 차렸다. 죄를 짓고도 죄를 모른다."
찬 공기를 녹이는 할머니의 절절한 외침에서 통한의 삶과 분노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끔찍했던 과거를 떠올리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투쟁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우면서도 존경스러운 마음이 절로 일어났다. 한편으로는 죄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이 할머니는 일본의 공식 사과와 법적 책임이 있을 때까지 집회를 계속하겠다면서 의지를 다졌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취임 후부터 현재까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이 이 할머니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각별히 챙겼다. 취임 첫해인 2017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식, 11월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국빈만찬에도 이 할머니를 초대했다. 다음 해 1월 15일, 2월 25일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8월 14일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2019년 3월 1일에도 문 대통령은 이 할머니의 손을 잡았다.
김 여사 역시 이 할머니와 특별한 일화가 있다. 지난해 3·1절에서다. 당시 김 여사와 나란히 앉아 기념식을 지켜보던 이 할머니는 끼고 있던 가락지를 빼 손에 끼워 줬다. 뜻밖의 선물에 김 여사도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웃었다. 이 할머니는 가락지를 끼워주며 "대통령님과 여사님 두 분이 건강하시길 바란다. 늘 두 분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대통령께서 우리나라를 위해 해나가시는 일들, 옳은 일이고 잘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가락지를 받아든 김 여사는 "어려운 역사 속에서 고통을 당하신 할머니께서 보내주시는 믿음과 신뢰에 보답해야 한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 역시 지속해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미안함과 정부의 노력 등을 수차례 피력했다.
그런데 최근 이른바 '윤미향 의혹'을 폭로한 이 할머니에 대해 조롱과 비난이 거센 것을 보면서 국민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든든한 힘이자 후원자라는 생각이 꼭 그런 것 같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정치적 목적이 있지 않느냐는 음모론 뿐 아니라 '토착왜구' '노망났다'라는 공격이 벌어지고 있다.
극우성향 단체는 어수선한 상황을 틈타 망언을 쏟아내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위안부 자체를 부정하며 소녀상의 즉각 철거, 수요집회를 중단하라는 주장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일본 우익 언론도 이때다 싶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 전체에 대해 왜곡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사안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이 할머니가 제기한 기부금 유용 등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을 둘러싼 의혹은 수사기관에서 밝힐 일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이 할머니 폭로의 진정성과 정당성이 명확히 드러날 것이다. 냉정한 시각으로 의구심을 갖는 것은 자유지만, 최소한 이 할머니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는 것은 가혹하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침묵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 관계자를 만났을 때 '윤미향 사태'와 이 할머니 기자회견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말이 자주 나왔다. 이때마다 청와대는 당이 대응할 문제이며 정의연 회계 문제 등은 관련 부처가 자료를 받아 검토하고 있다는 식의 답을 되풀이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 할머니는 물론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그동안의 노력 등을 비춰 볼 때 현재 청와대의 침묵은 아쉬운 대목이다. 국민 갈등 조짐과 우익단체의 망동이 날로 심화할까 염려된다. 또, 이 할머니를 향한 도 넘은 조롱도 멈췄으면 한다. 청와대도 분명한 메시지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2018년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은 "할머니들은 가족들에게도 피해사실을 말하지 못한 채 고통을 안으로 삼키며 살아야 했다. 국가조차 그들을 외면하고, 따뜻하게 품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죄송해했다. 이 할머니를 향한 비판과 비난이 도를 넘는 지금 문 대통령의 발언을 새삼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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