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수사 후" vs 통합당 "결자해지"…원 구성 협상 카드 부상?
[더팩트ㅣ국회=박숙현·문혜현 기자]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을 앞두고 '윤미향 사태'가 변수로 떠오르면서 여야가 샅바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미향 당선인 거취 문제와 관련 '사실 관계 파악 후 판단' 방침으로 야당 공세를 방어하고 있고, 야당은 윤 당선인 논란에 대한 '여당 책임론'을 강조하며 원 구성 협상 카드로 삼으려는 모양새다.
25일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 이후 정치권은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민주당은 '사실 확인 우선'이라는 기조를 분명히 했다. 당 내부에선 기자회견 내용이 기존과 다를 바 없다며 신중한 분위기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오늘 기자회견에서 특별한 내용은 없으니 입장 변화는 없다"면서 "검찰 수사에서 결정적으로 국회의원으로서의 직분을 수행할 수 없는 도덕적 문제가 드러난다면 다시 논의해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30년 역할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 차원의 적극적인 조치 의견을 냈던 의원들도 당론과 보조를 맞추는 분위기다. 이는 야당의 윤 당선인 사퇴 요구에 응하면 21대 국회 초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강훈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야당의 사퇴 요구에 대한 입장'에 대해 "검찰 수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야당에 대한 입장을 말하기보다 수사 결과가 나온 후 입장을 밝히는 게 순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머지 않은 시점에 윤 당선인이 입장을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통합당은 윤 당선인 의혹 관련 TF(태스크포스)를 꾸리고, 국정조사를 요구키로 하는 등 민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곽상도 '위안부 할머니 피해 진상규명 TF' 위원장은 첫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을 향해 "조직적으로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려는 시도가 보이고 있다"며 "민주당 지도부의 결자해지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고 윤 당선인 사퇴를 요구했다.
윤 당선인 논란을 '조국 사태', '울산시장 부정선거 조작 사태' 등에 비유하며 판을 키우는 모습도 보였다. 이종배 통합당 정책위의장은 "겉으로는 공정하다고 하면서 비공정의 극치를 보인 조국 전 장관 사태, 청와대가 직접 개입한 의혹을 받은 울산시장 선거 조작 사태 등이 같은 형태의 문제가 아닌가. 다시 또 윤 당선인과 정의연 사태를 통해 표출되었다는 생각을 갖는다"고 했다.
'위안부' 진상규명 TF는 나눔의집, 정대협, 정의연 등 현재까지 의혹이 제기된 모든 시민단체로 조사범위를 확대한 뒤 역할 배분에 나설 방침이다. 비공개 회의에선 대책 마련 방안과 필요한 법안, 국정조사 가능성 및 방식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논란이 장기화할 경우 국정조사 요구 등 야당의 비판은 거세질 전망이다.
정치권에선 26일 본격 돌입하는 여야 21대 국회 원 구성 논의 과정에서 윤 당선인 사태가 협상 카드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거여야소'(巨與野小) 구도에서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는 21대 국회 운영 전략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통합당은 18개 상임위 중 거대여당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원장직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론이 집중된 윤 당선인 논란이 지속되면서 통합당의 공세 수위가 높아질 경우 민주당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에 힘을 실으며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당내에 설치된 '일하는 국회 추진단'은 이날 '일하는 국회법'을 여야 공동으로 발의해 이를 21대 국회 1호 통과 법안으로 하자고 제안하고,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를 강조했다. 이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도 오는 28일 여야 양당 원내대표와 오찬회동을 갖고, 다음 달 초 21대 국회 개원 연설을 하는 등 협치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정치권이 '윤미향 사태'를 길게 끌고 갈수록 '친일 대 반일' 등 진영 논쟁으로 번지며 여야 모두에 이득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윤 당선인 문제가) 충분히 정치 쟁점화가 될 수 있다"며 "민주당 입장에선 문제의 소지를 없애면서도 정의연의 활동이 절대로 바래지 않도록 다가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사건은 수사가 들어간 일이다. 윤 당선인과 이 문제(정의연)를 분리해야 한다. 보수·진보 논쟁으로 끌고 가면 좋지 않다"며 "마찬가지로 야당도 잘못하다가 일본을 도와주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적당히 선을 긋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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