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2차 기자회견 "무엇 때문에 용서 바라냐"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은 25일 이용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기자회견에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용수 할머니는 이날 오후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2차 기자회견을 갖고 윤 당선인과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정대협, 현 정의기억연대)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용했다는 내용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윤 당선인의 참석 여부에 시선이 쏠렸지만 윤 당선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할머니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지난 19일 대구로 이 할머니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당시 이 할머니는 윤 당선인에게 "며칠 내로 기자회견을 할 테니 그때 오라"고 말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이 이 할머니를 만난 직후 일부 언론에서는 "용서했다"는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할머니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안아달라고 해서 안아줬을 뿐"이라며 "자기 사리사욕을 챙기기 위해서 마음대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나갔다. 자기 마음대로 했는데 무엇 때문에 용서를 바라냐"고 되물었다.
이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에 윤 당선인 불참은 어느 정도 예견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1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 이후로 모습을 감췄기 때문이다. 또, 윤 당선인은 지난 2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제21대 국회 초선 당선자 151명 대상으로 열린 연찬회도 불참했다.
그는 또 정의연과 함께 진행할 예정이었던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브리핑도 하루 전날인 19일 취소했다. 지난 21일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과 더불어시민당 출신 비례대표 당선인들과의 만찬 회동도 취소됐다. 이 역시 윤 당선인 논란 등이 이유로 분석됐다.
박지원 민생당 의원은 이날(25일) 오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은 또 다른 시작이 될 것"이라며 "이 할머니가 '기자 회견하는 데 너 와라, 너 와서 네가 할 말 있으면 해라'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윤 당선인 입장에선 가기도 그렇고 안 가기도 그렇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갈 수 없을 것"이라며 "왜냐하면 그 페이스에 말려드니까"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이 윤 당선인 문제를 '사실관계 파악이 먼저'라고 선을 그은 것도 불참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 9일 이 할머니의 1차 기자회견 이후 윤 당선인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했지만,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공식적으로 내놓은 대답은 "사실관계 확인"이었다.
윤 당선인도 당이 공식적으로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의혹만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자칫 기자회견에 참석했다가 발언을 실수할 경우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자회견 발언이 향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수도 있다.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과 윤 당선인의 불참이 사실로 나타남에 따라 야권에선 당장 민주당과 윤 당선인이 답할 것을 압박하고 나섰다.
황규환 미래통합당 부대변인은 이 할머니 기자회견 직후 "할머니는 윤 당선자를 용서하지 않았다고 했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팔아넘긴 벌을 받아야 한다고도 했다"며 "억울하고 누명 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주기 바란다며, 모든 여성에게 미안하다고 하셨는데, 국민 앞에 할머니들 앞에 정작 미안해야 할 사람은 누군가. 윤 당선자와 민주당이 답할 차례다"라고 했다.
민주당은 "30년간 위안부 운동을 함께 해온 이 할머니께서, 기자회견까지 하시며 문제를 제기한 것 자체만으로도 안타까움과 송구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 당선인에 대해서는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그 결과를 지켜보고 향후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면서 "이 할머니께서 제기하신 문제에 대해서는 정의연이 적극적으로 해소해가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윤 당선인이 이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21대 국회의원 임기를 시작하는 30일에 앞서 윤 당선인이 모습을 드러내고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