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문재인 대통령 긴급재난지원금 기부가 '관제 기부' 독려?
[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21대 국회 시작을 앞두고 여야 신임 원내대표가 모두 결정됐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친문' '당권파'인 4선 김태년 의원이 친문 핵심 전해철 의원을 꺾고 거대 여당의 원내대표가 됐습니다. 또,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5선의 주호영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에 당선됐습니다.
-두 원내대표 모두 중진으로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협치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당장 오는 15일 본회의 개최 여부에 따라 21대 국회를 전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춤세를 보였던 코로나19가 경기도 용인 66번째 확진자로 방역당국을 다시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긴급재난지원금 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대통령의 기부 소식에 청와대 관계자와 기자가 '관제 기부'를 놓고 설전을 벌였습니다. 그럼 먼저,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당시 이야기부터 들어보겠습니다.
◆ '울컥'하게 만든 김태년의 '읍소 전략' 통했다
-7일 민주당 21대 국회 1기를 이끌 원내사령탑에 김태년 의원이 선출됐는데요. 투표 현장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좀 느껴졌나요?
-마지막 순서로 정견 발표한 김 원내대표에게 가장 큰 박수가 나왔던 거로 기억합니다. 특히 원내대표 선거 두 번째 도전인 그의 읍소전략이 막판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의원들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김 원내대표는 사전 준비한 발표문을 읽으며 20개월 간의 정책위의장 시절 정책 성과와 돈독한 당정청 관계를 강조했는데요. 그러다가 마지막 즈음에 물을 한 잔 마시더니 발표문을 보지 않고 "저는 재수입니다. 낙선 후 성찰의 시간 동안 많은 분 만나서 속 깊은 얘기 들을 수 있었습니다"라며 즉석 발언을 했습니다. 이어 얼굴이 발개질 정도로 "일할 기회를 달라"고 4번 연달아 언급한 뒤 끝인사도 다른 두 후보와 달리 90도 허리를 숙여 약 3초간 길게 했습니다. 한 중진 의원은 이를 보고 "나도 울컥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총 163표 가운데 9표를 받은 정성호 의원의 정견 발표 때도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특히 정 의원의 솔직 화법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가 "의리의 정성호, 도움을 요청하는 손을 거부한 적 없다. 그래서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재명 지사를 도왔다가 지금까지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다"고 말하자 동료 의원들과 취재진이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친문 지지층이 자신을 이재명계로 분류하며 경계하고 있다는 점을 해명한 것이죠. 이어 그는 "투표장에 들어가시면 (후보와의 인연, 마음의 빚) 싹 다 잊어버리시라. 누구 찍었는지 아무도 모른다"라거나 "제가 오늘 투표에서 너무 의미 없는 득표로 결선투표도 없이 싱겁게 끝나버리면 국민들께서 어떻게 보시겠나?", "결선 투표는 자유롭게 하시더라도 1차 투표는 3번 정성호를 꼭 찍어달라" 등의 발언으로 장내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본인도 적은 득표를 예상했던 듯하네요.
-김 원내대표가 1표만 덜 받았으면 결선이 진행됐을 텐데요. 물론 정 의원 표가 모두 전 의원에게 가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겠지만, 또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전 의원 정견 발표는 어땠나요?
-정견 발표는 무난했습니다. 다만 그에 앞서 소개된 '후보 영상'이 눈길을 끌었는데요. 후보 본인의 공약이나 성과에 집중한 게 아닌 21대 민주당 당선인 163명 모두의 사진과 선거 구호를 편집한 점이 다른 두 후보에 비해 달랐습니다. 이를 두고 한 초선 당선인은 "163명 의원 영상을 만든 건 아이디어였다"고 호평했습니다. 그런데 동료 의원에 너무 치중했던 걸까요? 전 의원 측은 7일 동료 의원들에게 "163명의 성공적인 의정활동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선거운동 문자를 보냈습니다. 경쟁자인 정 의원에게 까지도요.(웃음) 이에 당 원내대표 선거관리위원회는 당규에 위배됐다며 전 의원에게 '주의 조치'를 내리기로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전 의원은 전날 초선 당선인 대상 토론회 때와 달리 이날 정견 발표에선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무리한 문자 선거운동이 막판 결과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김 원내대표에 대한 '야당과의 협치' 기대도 큽니다.
-그렇습니다. 민주당 당선인들도 177석 거대 의석에 자만하지 말고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습니다. 마침 훈훈한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민주당 원내대표 투표가 한창이던 시각, 같은 건물인 의원회관에선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전신) 전 대표인 김무성 의원이 고공 농성 중이던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최승우 씨와 '창문 면담'을 한 것이죠. 저도 원내대표 경선 취재차 의원회관으로 들어가던 중 이 모습을 보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최 씨는 지난 5일부터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과거사법 개정안(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20대 국회 내에 처리해달라며 회관 현관 지붕 위에서 농성을 벌여 왔는데요. 김 의원이 면담에서 "20대 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 각서를 쓸 테니 내려와 달라"고 설득해 최 씨가 사흘 만에 농성을 풀고 내려오게 됐습니다.
-미해결된 과거사들을 재조사하자는 내용의 과거사법 개정안은 그동안 진상 규명 범위와 과거사위 규모 등을 놓고 여야 견해차가 있어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했었는데요. 이렇게 여야가 법안 처리에 합의한 만큼 20대 국회 종료 전 본회의는 반드시 한 번 이상 열어야만 하겠네요. 이 같은 '깜짝 면담'은 취재진 사이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김 의원이 '협치' 과제를 안은 김 원내대표를 어쩌다 도와준 느낌마저 듭니다.(웃음) 그게 아니면 지역구(부산 중구영도구)의 오랜 민원을 푸는 것과 동시에 차기 당대표를 위한 존재감 과시를 노린 건 아닌가 싶네요.
◆"다 나를 찍어줄 분들인데"…'배우자' 못 찾은 '김태흠'의 미련
-통합당도 8일 신임 원내대표가 정해졌죠. 5선의 주호영 의원인데 당시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네, 주 원내대표(5선, 대구 수성갑)와 이종배 정책위의장(3선, 충북 충주) 조가 전체 84표 중 59표(70%)를 얻어 경쟁자였던 권영세·조해진 후보 조(25표)를 압도적 표 차로 제치고 당선됐습니다. 이날 당선자 총회는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진행됐습니다. 시작 전에는 아직 당선자 워크숍을 진행하지 않아 얼굴이 낯선 당선인들, 오랜만에 만나는 당선인들이 명함을 주고받으면서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나눴습니다. 이 가운데 김웅 당선인(서울 송파갑)은 책을 가져와 읽고 있어 눈길을 끌었습니다(웃음).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출 방식도 기존과는 달랐는데, 별다른 혼란은 없었나요?
-네, 이번에 선출된 원내대표는 4·15 총선 참패 이후 계속된 당 혼란을 수습하고 21대 국회 원 구성 및 전반기 거대 여당을 직접 상대할 중책을 맡아야 하기 때문에 초선 당선자 27명이 난국을 헤쳐나갈 적임자 선출을 위해선 충분한 토론 시간이 보장돼야 한다고 사전에 요구했고, 받아들여졌습니다.
-후보 조별 모두발언, 공통질문, 상호주도토론, 점심(샌드위치·김밥), 현장질문, 마무리 발언이 3시간 30분가량 이어진 후 표결이 진행됐는데요, 상호주도토론 과정에서 약간의 설전이 펼쳐지긴 했지만, 무난하게 진행돼 통합당 측이 당초 예상한 시간보다 20분가량 일찍 투표가 종료됐습니다.
-투표에는 모든 당선인이 참여했나요?
-당선자 총회 시작 당시에는 71명만 참석했는데요, 후보자 합동토론회가 마무리될 시점에 조경태·김태흠·장제원·곽상도 의원 등 기존에 보이지 않던 의원들도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뒤늦게 들어온 이들 대부분이 후보자의 마무리 인사 전 기표소 쪽으로 줄을 서서 투표를 빨리 마쳤습니다. 아마도 이들은 후보자 토론회를 듣기 전 이미 지지할 후보를 결정했던 것 같습니다.
-뒤늦게 당선자 총회 현장에 나타났던 이들 중 김태흠 의원(충남 보령서천)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주 원내대표와 같은 영남 지역 의원들이네요. 김 의원은 당초 원내대표 경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가 막판 불출마로 선회했는데, 아쉬움이 남았나 봐요?
-그렇습니다. 투표를 일찍 마친 김 의원은 기표를 위해 줄을 서 있던 의원들 쪽으로 다가가 차례로 악수를 하면서 "다 나를 찍어줄 분들이네요, 나를 찍어주겠다고 약속했던 분들이야"라고 말하면서 소리 내어 웃기도 했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다른 당선인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똑같이 되풀이하기도 했고요(웃음).
-김 의원은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 후보를 못 구해서 불출마한 거죠?
-네, 그렇게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관련 현장에서 김 의원은 "다 나를 찍어줄 분들인데, 파트너만 만나면, 결혼식장에서 배우자를 못 찾아서"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웃음).
◆재난지원금 '기부' 놓고 靑 vs 기자 '설전?'
-문 대통령이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기부했죠?
-네, 맞습니다. 2인 가족인 문 대통령은 60만 원을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방식은 긴급재난지원금을 수령하지 않는 방식입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꾸준하게 재난지원금 기부와 관련해 지난 4일 수보회의에서도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기부는 선의의 자발적 선택이다. 강요할 수도 없고, 강요해서도 안 될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형편이 되는 만큼 뜻이 있는 만큼 참여해 주시기 바란다"고 독려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이 '기부'와 관련해서 청와대 관계자와 언론인이 설전을 벌였다고요?
-이른바 '관제 기부'가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일부 보수언론과 정치권에서 대통령이 자발적 기부가 아닌 '관제 기부'를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문 대통령의 기부를 발표한 날에도 청와대 관계자가 '관제 기부'라는 비판이 있다는 지적에 "정치권 어디에서 하는지, 일단 정치권, 일부 언론이 그 정치권의 목소리 형식으로 전하면서 관제 기부 또는 관제 금 모으기 운동이라고 주장하는 보도를 저도 본 일이 있습니다. 관제 기부, 관제 금 모으기 운동 운운하는 것은 이런 존경스러운 국민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또, 언론에 보도됐던 일반 국민들의 기부 내용을 일일이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재난지원금은 기부할 수도 있고, 소비할 수도 있으며, 또는 일부는 기부하고 일부를 소비하거나 혹은 기부하지 않고 소비만 할 수도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면서 "기부하지 않고 소비만 한다고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뭐라고 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기부는 돈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관제 기부, 관제 금모으기운동 하면서 재를 뿌리지만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가 충분히 설명한 것 같은데 그렇게 끝났습니까?
-아닙니다. 청와대의 메시지가 기부 쪽에 무게 중심을 두는 것이 재난지원금의 첫 목적과 다르게 느끼는 국민들도 있을 수 있다는 질문이 또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상세히 설명을 드렸다고 생각한다. 기부의 길이 있고 소비의 길이 있다고 말했다. 전액을 소비하더라도 의미는 있다고 말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을 한다. 기부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한쪽도 선택해서 더 부각하거나 강조한 것은 아니다"고 다시 한번 설명했습니다.
-재난지원금 기부는 누가 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공무원이라고 해서 꼭 해야 하고, 누가 했는지 확인도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 관제 기부라는 지적은 좀 억지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20대 국회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동물 국회'라는 오명을 안은 20대 국회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여야는 7일 '한국판 아우슈비츠'로 불리는 '형제복지원' 사건 등 진상규명과 피해자 보상방안을 담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법) 개정안'을 20대 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합의했습니다. 21대 국회에서도 여야가 이런 장면들을 자주 보여주길 기대해 봅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재우 기자, 박숙현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팀),,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이선화 기자, 임세준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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