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당선자 총회, 전권을 갖고 비대위 구성 해야"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미래통합당 대권잠룡들이 '김종인 비대위'에 불편한 심기를 적극 드러낸 이유가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세대교체론'을 꺼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권가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이유라는 것이다.
지난 19대 대선에 출마했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가장 강하게 김 전 위원장 비대위를 비판했다. 홍 전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될 때부터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아 낙선한 사람들이 막무가내로 밀어 부치는 김종인 비대위를 그냥 추인한다면 이 당은 미래가 없다"며 "당선자 총회에서 중지를 모아 향후 당의 진로와 방향을 논의하는 것이 순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퇴장하는 사람들이 당의 진로와 방향을 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며 "모든 결정권을 당선자 총회에 넘겨 주고 총선 망친 낙선 지도부는 이제 그만 총사퇴 하시라"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홍 전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을 '정체불명의 부패 인사', '노욕으로 찌든 부패 인사'라고 힐난하며 비대위 체제 도입을 반대했다.
유승민 의원도 "비상대책위원회를 한다고 해서 금방 답이 나오는 게 아니"라며 절차상의 이유를 들어 비대위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4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누가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알아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심재철 원내대표가 전화로 (지도체제 문제를 선택하도록) 한 방식 자체가 옳지 않았다. 패배의 원인을 알고 갈 길을 찾으면 비대위를 할지, 전대를 할지 답은 쉽게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 의원은 "통합당 참패의 원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121석 중 16석을 얻는 데 그친 수도권의 낙선자들"이라며 "적당히 비대위에 맡기고, 시간이 지나 대선은 와 있고, 지난 총선에서 혼을 냈는데 또 이러고 있다면 보수 야당은 정말 소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전 대표와 유 의원의 이러한 반응에는 '자강론' 뿐 아니라 대권가도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앞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에 출마한 사람들 시효는 끝났다. 검증이 다 끝났는데, 뭘 또 나오느냐"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가급적이면 70년대생 가운데 경제에 대해 철저하게 공부한 사람이 후보로 나서는 게 좋을 것 같다"고도 밝혔다.
이에 따라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을 맡게 되면 본격 당 쇄신 작업과 함께 '세대교체론'을 꺼내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의 물갈이론에 대선주자들 뿐 아니라 당내 중진 의원들도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당권을 확보해 향후 대선주자반열에 이름을 올리려는 이들은 외연확장을 통한 '새인물 수혈'을 반가워할 리 없다는 분석이다. 당내 중진들의 강력한 항의에 심재철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결국 한발 물러서며 갈등을 진화하려고 했다. 심 권한대행은 지난달 28일 당선자 총회를 열고 오후에 전국위를 개최해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의결 절차에 들어갔다.
통합당은 출석 위원 323명 중 찬성 177표, 반대 80표로 김종인 비대위 출범안을 통과시켰다. 전국위에 앞서 열릴 예정이었던 상임전국위는 정족수 미달로 열리지 못했고, '8월 31일까지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당헌 개정안은 상정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4개월짜리' 비대위 임명안이 가결됐지만, 김 전 위원장은 수용을 거부했다. 최명길 비서실장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김 내정자는 오늘 통합당 전국위에서 이뤄진 결정을 비대위원장 추대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홍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젠 총선 망친 당지도부는 당연히 물러나고 당선자 총회가 전권을 갖고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며 "더 이상 추해지지 말고 오해 받지도 말고 그만 물러 나시라. 그래야 다음이라도 기약할 수 있다"며 비난했다.
홍 전 대표는 1일에는 김종인 비대위 반대 이유에 대해 "제2의 황교안 사태를 막기 위함"이라고 주장하며 "김종인 체제가 들어오면 황교안 체제보다 더 정체성이 모호해 지고 지금 통합당이 안고 있는 계파 분열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였다. 나아가 김종인의 오만과 독선은 당의 원심력을 더욱더 키울 것으로 보았다"고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이 '무기한 비대위'를 고수하면서 당내 혼란은 더욱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는 이를 두고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김 전 위원장의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통합당 대권주자들의 반대 행보를 두고 "김 전 위원장이 통합당의 인재풀을 넓히고, 이념 지향을 확장하려고 하니 본인들에게 위협이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향후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이 될 경우 두 대선주자를 배제할 가능성에 대해선 "그럴 순 없겠지만 새로운 대안을 내세워서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김 교수는 김 전 위원장의 물갈이론에 관해 "지금 있는 분들은 월말고사, 중간고사를 쳤으니까 성적이 나온 것"이라며 "이게 점수라면 다음 집권을 하지 못하게 되는 거다. 새로운 게 있어야하는데, 정책·가치·이념·행태 등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인물 대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인물에서 무언가 추가되고 풀을 확장해야 한다. 그게 김 전 위원장의 발언 핵심인 것 같다"며 "새로운 인물을 끌어들이려면 기존의 기득권도 약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5선의 정진석 의원 등은 "지금은 협조하고 협력해야할 때"라며 "지금 이 상황에서 김종인 비대위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힘을 싣기도 했다. 당내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비대위 권한을 둘러싼 중진들의 기싸움은 이어질 전망이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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