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성추문 논란'에 주춤 vs 야당 '당 수습 먼저'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20대 국회 임기 말 다양한 민생 현안을 해결해야하는 국회가 성 추문·당 정비 문제로 혼란에 빠졌다. 그나마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은 오는 29일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문에 20대 국회에서 해결하고 가야할 문제를 놓친 채 21대 국회를 맞이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기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1만 5000건이 넘는다. 이중 'N번방 사건' 등 디지털성범죄 관련 법안, 한미 방위비분담 문제로 무급휴직 중인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의 지원 대책에 관한 특별법, 코로나19 사태 등 감염병과 같은 사회적 재난 사태를 위한 체계 마련 법안은 국회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사안에 속한다.
특히 지난 23일 터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 추문 문제를 두고도 정치권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총선 이후에 관련 문제가 알려진 것을 두고 야당에선 '은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야권의 공세 수위가 높아지자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27일 회의를 열고 오 전 시장의 제명을 결정했다.
민주당은 이와 동시에 야권이 주장하는 '선거 전 사전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오 전 시장이 사퇴 기자회견이 정해진 후 알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심재철 미래통합당 당 대표 권한대행은 27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곽상도 의원을 팀장으로 하는 진상조사팀을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심 권한대행은 "성폭력상담소가 오 전 시장의 말에 따라 보름 넘게 지켜보고만 있었다는 것도 석연치가 않다. 총선 직전에 여권 주요 인사인 부산시장이 사퇴를 약속하는 큰 사건이 벌어졌는데 청와대와 민주당의 '몰랐다'라는 말을 믿을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이런 대형사건을 '중앙당이 일절 알리지 않았다'라고 하는데 어느 누가 믿겠는가"라며 다시 한번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사건이 터지고 나서 마무리에 나선 오 전 시장의 측근은 직전에 청와대 행정관이었다. 또, 공증에 나선 법무법인이 문재인 대통령이 만든 법무법인 부산이고, 현 대표인 정재성 변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이며, 오거돈 캠프에서 인재영입위원장을 했던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심 권한대행은 "이런 특수관계인데 어느 국민이 청와대가 몰랐다고 믿을 수 있겠는가"라며 "청와대와 여권은 국민을 속이려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는 통합당도 총선 후 당 수습을 놓고 갈등의 골이 깊은 상황이다.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은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지만, 당내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는 28일 전국위원회와 상임전국위에서 의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27일 통합당 3선 의원 11인은 모임 후 전국위 개최 전 '당선인 총회'를 열기로 했다. 전국위 의결을 통해 곧바로 김종인 비대위를 의결하려 했지만, 당선인 총회라는 관문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이에 따라 김종인 비대위 출범 여부는 28일 오전 당선인 총회에서 사실상 결론 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는 20대 국회가 임기 말에도 갈등과 혼란의 상황을 빚자 전문가들은 "정리를 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을 전혀 교통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21대 국회로 넘기게 됐다"며 우려를 표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번 선거가 정책이나 인물 대결이 아니고 '판 대결'로 가다 보니 그동안 가려져 있었던 게 선거 이후에 분출이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영입한 것도 100% 공감대 하에 이뤄진 게 아니지 않았나"라며 "황교안 전 대표가 일방적으로 데리고 왔던 인물인데 그 인물을 비대위원장까지 시키려 하다 보니 총선 후 위기를 수습·극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극복해야할 체제·주체·대상이 혼재돼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민주당의 경우에도 정책이나 공약 대결이었다면 정책기조를 명확히 할 수 있었는데, 코로나19 위기관리능력으로만 평가되다보니 정책으로 인정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 그 상태에서 부산시장 성 문제가 불거지는 등 상황이 있었다"며 "그러다 보니 양당이 어찌됐든 20대 국회에서 마무리지어야 할 게 있다. 정확히 말하면 21대 국회로 넘기지 말아야 할 일이 있지만 결국 부담을 넘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 상황이 올 정도로 20대 국회 남은 임기는 국회로서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당도 이제는 현실 문제에 직시하는 게 맞다. 재난지원금 문제도 당청간의 정책 조율이 국민들로부터 우려를 사게 하고 있다. 하나하나 현안을 살펴서 국가 위기관리라는 큰 틀에서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논의하는 통합당을 향해 "안 된다. 새로운 제1야당으로서의 비전 창출을 김 전 위원장이 할 수 있겠나"라고 혹평했다.
그는 "김 전 위원장은 선거에서 패배한 사람"이라며 "21대 국회는 당선자들이 주인이다. 그들이 자신의 길과 새로운 정강정책·강령·당헌 등 리더십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벌써부터 외부인사를 들여와서 비대위를 꾸리는 건 총선을 망쳐놨던 사람들에게 기회를 준 것이나 다름 없다"고 쓴소리했다.
박 평론가는 "당선자들 중에서 정치에 감각이 있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새로운 얼굴도 있을 것"이라며 "열띤 토론을 해야 한다. 21대 국회는 전혀 새로운 통합당을 만들어야 하는 거지, 가만히 앉아 있으면서 김 전 위원장에게 바라기만 해서는 발전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기가 다 끝난 상황 속에서 20대 국회에 무언갈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국민들은 코로나 정국에서 마지막 남은 유종의 미를 바라고 있다. 추경 예산을 잘 심사하고 문제가 있다면 타협하고 해결한 뒤에 떠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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