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김두관·홍준표·김태호 존재감↑…황교안·오세훈·유승민·김부겸 '정치 생명' 위기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마무리된 4·15 총선으로 여야 잠룡들의 운명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각 진영의 차기 대권경쟁 구도도 급속히 재편될 전망이다. 21대 국회에 입성한 이들은 당권 경쟁과 현안 주도권을 쥐며 활약할 기회가 많아지지만, 낙선자들은 정치적 타격을 입고 책임론에 휩싸이며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
16일 서울 종로에서 당선이 확정된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2위를 달리던 황교안 미래통합당 전 대표를 18.4%포인트의 큰 격차로 제치면서 대권가도에 탄력을 받게 됐다. 역대 세 명의 대통령을 배출하며 '정치 1번지'라 불리는 종로에서 승리했다는 것도 의미도 있다.
이 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대신해 실질적인 사령탑 역할을 맡으며 전국 다수 후보들의 지원 유세를 다니고 후원회장도 맡았다. 이를 바탕으로 민주당 '과반 이상'이라는 승리를 이끌어내면서 향후 당내 기반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 활약하며, 친문재인 지지층에도 신뢰가 두텁다.
경남 양산을에 출마한 김두관 민주당 후보는 48.9%의 득표율로 나동연 통합당 후보(47.2%)에게 가까스로 승리했다. 김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낙동강 벨트' 사수를 위한 당의 요청으로 지역구인 경기 김포에서 옮겨 출마하는 도전을 강행했던 만큼 PK(부산·경남) 대표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PK 지역 출신 대통령들을 배출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의 험지인 대구 수성갑에서 5선 고지를 넘고자 했던 김부겸 후보는 주호영 통합당 후보에게 20.6%p 차이로 패하면서 대권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김 후보는 앞으로 원외에서 재기를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총선에 출마하지 않은 이들 가운데 숨은 승자도 있다. 선대위에서 특별한 직책을 맡지 않으면서도 선대위원장급 존재감을 보이며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총선 압승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함께 문재인 청와대에서 근무한 고민정(서울 광진을), 윤건영(서울 구로), 윤영찬(경기 성남 중원) 후보 등이 국회 입성에 성공하면서 당내 '청와대 출신' 그룹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측근 다수가 21대 국회 입성하게 된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번 총선의 숨은 승자다. △윤준병(전북 정읍) △김원이(전남 목포) △진성준(강서을) △허영(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 △천준호(서울 강북갑) △박상혁(경기 김포을) △김원이(전남 목포) △민병덕(안양 동안갑) 후보 등이 21대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친박원순계 현역 의원인 기동민(서울 성북을)·남인순(송파병)·박홍근(서울 중랑을) 의원도 지역구를 수성했다. 이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하면서 친문 세력 외에 당내 또 다른 주요 계파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8석이 걸린 강원도 지역 선거를 진두지휘하며 민주당에 3석을 안기고, 본인 역시 강원 원주갑에서 당선하면서 국회에 입성하는 이광재 전 강원지도사도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무현의 남자'라 불리는 그는 당내 남아있는 노무현계의 좌장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참패한 보수진영의 대권주자들은 충격에 휩싸인 상황이다. 공천 과정에서 여러 잡음과 본인의 막말 논란 등이 불거졌던 만큼 거센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황 전 대표는 총선 패배 책임을 인정하고 곧바로 2선으로 물러났다. 그는 15일 오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 마련된 통합당 개표상황실에서 "(총선 참패는) 모두 대표인 제 불찰이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면서 "일선에서 물러나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성찰하면서 당과 국가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성찰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황 전 대표가 향후 재기를 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황 전 대표는 이 후보와 맞붙은 종로에서도 참패하면서 보수진영 대권 선두주자로서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게 됐다.
서울 광진을에 출마한 오세훈 통합당 후보는 '정치 신인' 고민정 민주당 후보에 2746표차로 석패했다. 신인에게 패하면서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으로 시장직을 그만둔 뒤 9년 가까이 이어온 정치 공백은 더 길어지게 됐다.
반면 당과 공천 갈등 끝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자력으로 국회 입성에 성공한 이들은 통합당에서 귀한(?) 대접을 받으면서 당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차기 대선이 2년가량 남은 상황에서 대권주자가 없는 정당은 존재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구 수성을에 출마한 홍준표 전 대표는 이인선 통합당 후보와 접전 끝에 승리했다. 그가 통합당으로 복귀한 뒤 다시 한번 대권 도전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에서 강석진 통합당 후보와의 경쟁에서 승리한 김태호 전 경남지사도 이번 총선으로 존재감을 키우게 됐다.
통합당 일각에선 공천 불복자에 대해 '영구 복당 불허' 조치 요구도 나오고 있지만, 황 전 대표가 물러나며 당의 구심점이 없는 상황이라 이들을 중심으로 당권 경쟁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1대 총선에 불출마한 유승민 의원은 씁쓸한 상황이다. 공식적으로 선대위에 들어가지 않아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론에서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적다. 하지만 측근인 이혜훈(서울 동대문을)·오신환(서울 관악을)·지상욱(서울 중구·성동을)·이준석(서울 노원병) 후보 등 '유승민계'가 줄줄이 낙선하면서 '개혁보수'의 당내 입지가 좁아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존재감이 더욱 옅어지게 됐다. 국민의당은 지역구 의석 없이 총 3석의 비례의석 확보가 예상되면서 21대 국회에서 거대양상 사이의 캐스팅 보트 역할도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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