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을' 지역, 잘사는 강남이란 이유로 역차별"
[더팩트ㅣ강남=이철영 기자] "문재인 정부 실정·역주행·실망으로 심판해야 한다는 민심이 상당하다. 제가 종로 3선 의원이었지만, 강남을에서는 초선으로 도전하고 있다."
박진(63) 미래통합당 강남을 후보는 3선 의원 출신이다. 그러나 종로를 떠나 강남을에 출마한 박 후보는 자만보다는 겸손함을 보였다. 지난 10일 오전 <더팩트> 취재진과 봉은사에서 만난 박 후보는 "지역구 현역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강남을 선배로 대하고 있다"며 웃었다.
그의 말처럼 박진 후보의 강남을 출마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한동안 정치권과도 거리를 뒀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더 의외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강남을에 돌연 출마한 후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그는 "종로에서 태어난 서울 토박이다. 대학에 들어간 이후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8년 동안 거주했다. 강남의 초창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발전 과정을 잘 알고 있다"고 근거 없는 공천 의혹을 일축했다.
◆'강남을' 지역, 강남이라는 이유로 역차별
박 후보의 경쟁상대는 여당인 민주당의 유일한 강남 현역 의원인 전현희 후보다. 그만큼 전 후보의 경쟁력이 만만치 않다. 그가 수성전에 나선 전 후보를 꺾는다면 8년 만의 국회 재입성으로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뒤늦게 강남을에 출마했지만, 현재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접전 양상이다. 지난 10일 중앙일보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서울시 강남구(을)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한 결과(유선전화면접 20.0% 무선전화면접 80.0%,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전 후보 44.8%, 박 후보 40.7%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다.
박 후보는 "공천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이 겪었을 혼란에 공감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코로나19로 주민들을 만나는 데 제한 사항이 많지만, 열심히 지역 곳곳을 다니며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를 살려 달라는 목소리가 가장 많다. 지역 현안으로는 교통, 부동산, 세금, 주거환경 개선, 교육·보육에 관심이 많다. 강남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킬 힘 있는 국회의원을 원하고 있다"고 3선 의원 경력을 강조하며 지역구 분위기를 전했다.
강남은 대한민국 대표 '부촌'(富村) 이미지를 가진다. 하지만 박 후보는 강남의 이런 이미지가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고 했다. 그는 "강남을 유권자들은 정치를 이해하는 수준이 굉장히 높다. 강남은 대한민국의 성장과 번영의 상징으로 여겨지지만, 강남을 지역은 대한민국 발전의 명과 암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곳"이라며 "이곳에 오니 화려한 발전도 있지만, 어두운 소외된 면도 있더라. 강남을 지역은 잘사는 강남이라는 이유로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이러니하게도 서울에서 무허가 판자촌이 가장 많은 곳이다. '박진감 넘치는 강남을'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는데 박진감이란 생동감과 활기찬 분위기를 표현하는 말이다. 강남을의 박진감은 '성장동력'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보유세 조정 시급…편법적 세금 인상 시도 원천 차단
박 후보는 강남을 대부분 지역이 주거단지로 성장동력이라 할 기업과 산업체 등이 없다고 진단했다. 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따른 집값 폭등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이 무너진 서민들은 길바닥에 나 앉게 생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남을 성장동력의 발판을 '교통'과 '4차 산업'으로 꼽았다. 박 후보는 "SRT, GTX, 위례과천선, 수서-광주선, 지하철 3호선·분당선 등이 통과하는 교통 중심인 수서역 역세권을 개발해 성장동력으로 삼을 것"이라면서 "구 강남의 발전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4차 산업을 기반으로 신성장 모델을 제시할 생각이다. 이른바 'NEW 강남'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세곡디지털밸리'를 조성해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뱄다. 박 후보는 "교통의 이점을 발휘하고 테헤란노의 금융, 판교의 기술력을 끌어오는 요충지가 바로 강남을"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에서 강남 지역 최대 이슈로 '부동산' 문제를 꼽을 수 있다. 강남에 출마한 여당 후보들조차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내걸었을 정도로 지역 주요 관심사다.
그는 "주민의 사유재산권과 주거권을 보장하는 부동산 정책을 추진하겠다. 재건축을 막는 초과이익환수제, 1주택 실소유자에게조차 무차별적으로 부과하는 재산세, 보유세 폭탄, 장기거주자에게도 예외 없는 양도소득세 폭탄을 제가 나서서 막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후보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아울러 여당 후보의 부동산 공약을 내걸 정도로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와중인 지금 공시지가를 인상해서는 안 된다"면서 "전 후보의 현수막을 보면 1가구 1주택 종부세 감면, 고가주택 규제기준 상향조정, 주택연금 가입기준 상한 폐지 등과 같은 내용을 말하고 있는데, 이 사항은 강남을 지역 주민들에게 정말 정실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이 급격히 올린 보유세 조정이 시급하다. 지금은 시행령에 규정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법률에 명시해 정부가 편법으로 세금을 올리는 시도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며 "문재인 정권이 무려 300%로 인상하려는 조정대성지역 내 2주택 이상 보유자 종부세 부담 상한을 150%로 다시 돌려야 한다. 주택 소유자의 목을 조르는 막가파식 부동산 규제로 주택을 팔고 싶어도 양도소득세 부담에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다.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폐지해야 숨통이 트인다"고 강조했다.
◆'강남을'엔 목소리 낼 힘 있는 국회의원 절실
그는 다른 후보보다 늦게 지역구에 뛰어든 만큼 강남을 현안 파악에 주력한 듯 보였다. 사실 정치권에서 박 후보의 강남을에 출마를 예상한 이는 별로 없었다. 만약 나온다면 당연히 3선을 했던 종로가 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 동안 정치권과 거리를 두기도 했던 그다. 하지만 박 후보는 예상을 깨고 강남을에 출마했다.
박 후보는 "권력의 세계에 있기보다는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정치를 떠났었다"며 "잠시 정치를 떠나 대학 강단에서 청년들을 가르치며 그들에게 대한민국의 독립정신과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심어주고, 글로벌 시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열심히 강의했다"고 했다.
그가 다시 정치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문재인 정부의 역주행과 폭주로 경제, 민생, 교육, 외교, 안보 등 모든 분야가 무너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미래를 살아갈 청년들에게 남겨줄 유산이 없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게 됐다"면서 "무너진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는 각오로 출마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강남을 주민들이 보기에 그는 '이방인'일 수 있다. 거기다 강남에 출마한 통합당 후보들 맏형으로 '강남벨트' 탈환이라는 짐까지 짊어지게 됐다.
박 후보는 "강남이 개발되면서 종로에 거주하던 많은 분이 강남으로 이주했다. 강남은 제게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라며 "당은 강남벨트 탈환을 위해 강남 중 가장 험지인 강남을에 저를 공천했다고 본다. 강남갑 태구민 후보, 강남병 유경준 후보와 함께, 경제·외교·안보 전문가 3총사가 힘을 합쳐 '강남 드림팀'을 결성했다. 맏형인 제가 강남벨트 탈환의 특명을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북에서는 3선 의원의 경력이 있지만, 강남에서는 초선의원이라는 마음으로 긴장감으로 임하고 있다"고 겸손해했다.
그는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 반응도 강북에서 강남으로 온 본인과 거리를 두기보다 힘 있는 국회의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박 후보는 "강남을 지역의 주거환경, 교통, 교육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가 정책의 큰 틀에 목소리를 낼 힘 있는 국회의원이 필요하다. 저는 3선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 지식경제, 외교통상통일, 과학기술정보통신, 국방, 정보 등 5개 상임위를 두루 거치며 실력을 쌓았다"며 "강남을 개발을 위한 전체적인 구상을 이미 머릿속에 해놓은 상태다. 3선의 의정활동 동안 막힌 국정을 풀어내는 협치와 소통의 중심에는 항상 박진이 있었다. 21대 국회에 입성하면 보수 통합에 앞장서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박진 통합당 강남을 후보는 누구? 1956년 출생, 경기고등학교,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후 외무고시에 합격,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 스쿨에서 행정학 석사,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김영삼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관 당시 한국을 방문한 국빈과의 회담에서 통역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후 1997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의 공보특보를 맡으며 정계에 입문, 16대 종로구 재보궐 국회의원 출마해 당선한 후 17대, 18대 선거에서 내리 당선했다. 이후 정계와 거리를 둔 박 후보는 이번 21대 총선에선 서울 강남을에 출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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