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해찬 "부산 초라", 이낙연 측 '거짓 해명' 논란…통합당 김대호 "3040 무지" 막말
[더팩트ㅣ허주열·박숙현 기자] 4·15 총선 투표일을 9일 앞둔 6일 여야에서 나란히 말실수·막말 퍼레이드가 펼쳐져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이낙연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 김대호 미래통합당 서울 관악갑 후보가 주인공이다. 여야 주요 인사, 후보의 부적절한 발언이 이번 총선의 최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오전 부산에서 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 선거대책회의에서 "제가 부산에 올 때마다 많이 느끼는 건데 '왜 이렇게 부산은 교통 체증이 많을까', 그리고 '도시가 왜 이렇게 초라할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100년 전 만들어진 경부선 철도가 부산을 동서로 갈라놓은 것이 부산을 교통 체증이 많고, 초라한 도시로 만든 원인이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나온 발언이지만 '지역 폄하'라는 논란이 일었다.
특히 이 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선거가 한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라며 "열흘 동안이 마지막 그 고빗길인데, 우리가 예상치 않았던 그런 일들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그것을 수습해서 돌이킬 수 있는 시간이 없다"고 '말실수' 자제를 당부해 더 부각됐다.
이에 김우석 통합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막말은 정평이 나 있다. 그의 나쁜 입버릇이 총선이 한창인 지금 어김없이 또 나왔다. 장애인, 해외이주 여성, 경력단절 여성에 이어 이번에는 지역 비하다"라며 "'도시가 왜 이렇게 초라할까'라는 발언은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가지 않는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낙연 선대위원장도 같은 날 오전 황교안 통합당 대표와 종로구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 토론회에서 문제의 발언을 내뱉었다. 이 위원장과 황 대표는 본격 토론회를 앞두고 마이크 테스트 등 리허설을 하는 과정에서 모두발언 일부를 말했다. 사전 추첨으로 먼저 발언 기회를 얻은 황 대표가 "'우한 코로나'로 하루하루 불안 속에 계신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짧게 말했다.
이어 이 위원장도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종로구민 여러분, '우한 코로나'로 얼마나 큰 고통과 불편을 겪으시는지 잘 알고 있다. 여러분을 뵐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 토론회에서 이 위원장은 리허설 과정의 발언에서 '우한 코로나' 대목을 '코로나19'로 바꿔 말했다.
정부와 민주당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초기부터 공식 명칭을 '코로나19'로 통일하고, '우한 코로나' 명칭은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해왔다. 반면 통합당은 현재까지도 '우한 코로나' 명칭을 공식 석상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같은 내용을 일부 언론이 지적하자 이 위원장의 종로 선거를 지원하는 캠프는 취재진이 있는 단체대화방에 공지를 통해 "일부 보도에 (이 위원장이) '우한 코로나' 발언 후 정정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기사 정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뒤이어 논란이 커지자 해당 공지를 삭제한 뒤 추가 공지를 통해 사과했다.
이 위원장 측은 "리허설 풀 영상이라고 받아서 확인해보니 해당 내용이 없다.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도 사실이 아니라고 해서 확신을 가지고 공지했다. 그러나 녹음본을 확인하니 기사가 맞았다"라며 기존 공지 삭제에 대해선 "혼선을 막고 정리해서 올려드리고자 했다. '거짓해명'이라고 봐주지 않길 부탁드린다. 실수를 용서해주시면 더 노력해서 만회하겠다"고 해명했다.
같은 날 미래통합당에선 당 지지세가 약한 3040세대를 겨냥한 부적절한 발언이 나왔다. 서울 관악갑에 출마한 김대호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 현장 선대위 회의에서 "60대, 70대, 깨어있는 50대 민주화 세력의 문제인식은 논리가 있다. 그런데 30대 중반부터 40대는 논리가 아니다. 막연한 정서다. 거대한 무지와 착각"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당장 관악갑에 출마하는 상대 후보들이 들고일어났다. 유기홍 민주당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관악구는 20·30대가 40%에 달하는 등 젊은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다. 유권자에 대한 모독을 중단하길 바란다"라며 "김 후보는 일전에도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똘X이'라는 막말을 한 바 있다. 이제 통합당의 막말 DNA가 국민들까지 향한다"고 비판했다.
김성식 무소속 후보도 페이스북을 통해 "세대 문제를 떠나서 평소 얼마나 유권자를 무시하고 우습게 보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치인으로서 기본이 의심스럽다"며 "관악에도 30~40대 젊은 직장인, 젊은 부부가 많이 살고 있는데, 이런 김 후보가 관악에서 무슨 정치를 할 수 있을가"라고 반문했다.
김 후보의 30·40세대 비하논란이 커지자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이날 오후 한국노총 위원장과 면담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주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발언들이 나와선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결국 김 후보는 "사려 깊지 못한 제 발언으로 마음에 상처를 드려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분초를 다투고 각지에서 최선을 다 하고 있는 통합당 후보들께도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후보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통합당은 추가 조치를 내놨다. 이진복 통합당 총괄선대본부장은 "김 후보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통합당 선대위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해당 발언으로 상처받았을 모든 분들께 사과드린다"라며 "김 후보가 오늘 오후 본인의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했다. 이에 선대위는 김 후보에 '엄중경고'했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이어 "선대위를 비롯해 모든 후보자들은 앞으로 더욱 신중하고 겸허한 자세로 선거운동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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