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왜 나만 갖고 그래?' 황교안의 계속된 논란
[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공식선거운동이 2일부터 시작됐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과거 선거와 달리 비교적 조용히 치러지는 것 같습니다.
-선거를 향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지만, 차기 대권주자 1,2위인 두 사람이 출마한 서울 종로구는 최대 관심사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대결로 '미리보는 대선'으로까지 불리는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의 유세장 발언 하나하나도 관심입니다.
-또, 민주당이 참여한 더불어시민당(시민당)과 민주당에서 탈당하거나 후보 부적격 판정을 받은 인사들이 만든 열린민주당(열린당)의 '적통' 경쟁도 치열합니다. 고민정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발언도 눈여겨볼 만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청와대는 그 어느 때보다 총선에 거리를 두는 모습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이 강조되는 상황으로 자칫 오해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비례대표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민주당 이야기부터 들어보겠습니다.
◆열린민주당 "엠티 온 느낌으로 재밌게 하고 있다"
-범여권 비례정당인 열린당과 시민당의 집안싸움이 갈수록 가관이네요. 'DNA검사', '적자' '효자' 등의 말들도 나오고 있는데요. 실제 각 당 안에선 어떤 분위기인가요?
-저도 궁금해서 관계자에게 물어봤습니다. 시민당 핵심 관계자는 "DNA검사니 뭐니 이런 말들이 너무 부끄럽다.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싣겠다는 사람들이 미래통합당하고 똑같이 막말하고 궤변을 남발하는데 그게 무슨 문 정부에 도움이 되겠나. 적자는 무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비례정당 창당 과정에서 잡음이 워낙 심했기에 차마 강하게 대응하진 못한다며 언론에도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그는 "가뜩이나 국민이 비례정당이 만들어진 과정을 유쾌하게 보지 않는데 우리까지 추태를 보이면 안 된다. 끼어들고 싶지도 않다. 또 우리 후보들도 굉장히 열심히 하는데 열린당이 자꾸 자극적인 발언들을 하니까 그쪽만 (언론) 노출이 많고 자꾸 싸움만 붙여서 안타깝다"고 하네요. 25석을 목표로 하는 시민당은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열린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서인지 시민당보다 민주당이 더 강경 발언들을 쏟아내는 것 같습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2일 양 원장 발언도 의미심장했는데요. 현장에선 어땠나요.
-네, 최강욱 전 청와대 비서관에 대한 질문은 막판에 나왔는데요. 민감한 문제에 말을 아끼는 양 원장이 이번에는 듣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안타깝다"며 열린당을 저격하는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이를 들은 취재진은 내심 '다행이다'라는 듯한 반응이었습니다. 앞서 고민정 광진을 후보 지원 유세로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도 같은 질문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그는 "총선 끝나고 답하겠다"면서 피했거든요.(웃음)
-그런데 선거 책임이 상당한 양 원장과 야인인 임 전 실장의 입장이 다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또, 임 전 실장이 현재는 정치에서 한발 물러서 있지만, 차기 대권에 나갈 수도 있으니 열린당과 껄끄러운 관계를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인 이유도 있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열린당은 어떤 반응인가요?
-열린당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선거 전략상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에 대해서 크게 반감을 갖거나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다만 그는 "사실 민주당 핵심도 누가 노무현, 문재인 정신 적통성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 힘들잖아요. 우리가 민주당을 예전에 '수박'이라고 표현도 했는데 보수 우경화 된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여 말했습니다. 큰형님에게 숙이고 있지만, 청소년기 반항하는 동생 같은 느낌이었습니다.(웃음)
-열린당은 또, 정의당 표를 가져올 수 있다고 낙관적으로 내다봤습니다. 이 관계자는 "일정 부분은 민주당 표를 가져오는 게 분명하다. 그런데 정의당이나 군소정당 지지표들을 많이 가져오지 않을까 판단하고 있다. 정의당을 지지했던 분 중에 온 사람들도 많다"면서 10석 이상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열린당은 남은 10여 일 동안 전국 투어를 돌면서 공약을 알려 표심 다지기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그는 "후보들 사이가 참 좋다. 투어를 엠티 온 느낌으로 재밌게 하고 있다"고도 귀띔했습니다.
-결국엔 범여권의 제로섬 게임인 것 같습니다. 과연 마지막에 누가 웃을지 기다려보죠.
◆'n번방·키 작은 사람' 입만 열면 논란 황교안…"적당히 좀 해라"
-황 대표 발언이 연일 논란입니다. 어떤 말들 때문인가요?
-네, 황 대표는 지난 1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최근 논란이 된 'n번방 사건'과 관련한 질의에 답한 내용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습니다. 당시 황 대표는 "호기심에 들어왔다가 막상 보니 적절치 않다 싶어서 활동을 그만둔 사람에 대해 (신상공개 등)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사회적 관심과 충격을 볼 때 상당히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황 대표는 논란이 확산하자 당 공보실을 통해 "법리적 차원에서 처벌의 양형은 다양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일반적인 얘기를 했을 뿐"이라며 "그럼에도 'n번방 사건'의 26만 명의 가해자 및 관련자 전원은 이런 일반적 잣대에도 해당될 수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즉, 법률가의 한 사람으로 처벌과 관련한 법리적 해석을 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런데도 국민적 관심과 비판이 거센 상황을 고려할 때 신중치 못한 발언이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법률가로서의 해석이겠지만, '호기심'이라는 발언은 좀 적절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황 대표는 공식선거운동이 시작한 2일 발언도 논란이 됐죠.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황 대표가 종로 유세에서 문재인 정부를 지적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시민당과 열린당은 물론 여당을 싸잡아 비판하는 발언이었는데요, 황 대표는 "여러분 비례정당 투표용지 보셨나. 마흔 개의 정당이 쭉 나열돼 있다. 키 작은 사람은 자기 손으로 들지도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이번 총선 정당 투표용지에 기재된 정당은 35개이고, 투표용지 길이는 48.1㎝로 역대 최장입니다.
-투표용지가 여당이 만든 시민당이나 민주당 계열인 열린당 등 때문에 길어졌다는 것을 비판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신체를 비하하는 발언으로 편협적인 사고마저 드러냈다"고 비판했고, 이연기 민생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키 작은 국민들에 대한 비하는 황 대표의 공감 능력 결여, 타인에 대한 배려심 부족을 일관성 있게 보여준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선거 국면에선 당 대표가 오히려 말조심을 당부하는데 전혀 반대의 모습 같습니다. 황 대표는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네, 황 대표는 본인 발언과 관련한 논란에 직접적인 발언을 내놓지는 않았습니다. 당 내부에서도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입니다. 논란을 확대 재생산하고 싶지 않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3일 황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사건건 꼬투리 잡아 환상의 허수아비 때리기에 혈안입니다. 적당히들 하십시오. 현실을 바라봅시다. 사람을 바라봅시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의 글에서 '꼬투리' '적당히들 하라' 등이 자신을 둘러싼 민주당 등의 지적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는 해석입니다.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곳곳에서 견제구를 날리는 것 같습니다. 다만, 황 대표의 신체를 비하하는 듯한 발언도 문제지만, 정치권 스스로 비례정당 난립으로 유권자를 기만한 것에 반성이 먼저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낙연, 선거 유세 첫째 날…'무한반복 연설'의 깊은 뜻(?)
-종로에 나선 이낙연 민주당 후보의 첫날 유세에 수십 명의 취재진이 동행했죠. 아침부터 오후까지 이 후보의 일정은 어땠나요.
-네, 상임공동선대위원장직을 겸임하는 이 후보의 하루는 정말 바쁘게 이어졌는데요. 오전 0시 마트 방문부터 아침 출근길 인사,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와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중앙선대위 합동 출정식, 종로 유세까지 쉴 틈 없는 일정이 있었습니다.
-종로구 경복궁역 앞에서 유세차에 오른 이 후보는 우렁찬 목소리로 구민들을 향해 호소했습니다. 그는 "저의 어른으로서의 생활의 시작과 현재까지의 끝이 적선동에서 있었다"며 "저의 남루했던 청춘의 꿈과 아픔, 총리로 일하며 쌓은 경험과 지혜 그 모든 것을 종로에 쏟아붓게 된 것을 무척 행복하게 생각한다. 그런 기회를 종로구민들께서 저에게 주시길 바란다"고 외쳤습니다.
-그런데 이 후보가 이날 온종일 반복한 이야기 중 취재진 귀에 쏙 들어온 말이 있었다고요?.
-네, 바로 GC 녹십자의 '코로나19 치료제 상용화' 계획이었습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민주당-시민당 중앙선대위 출정식에서도, 종로 유세에서도 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이 후보에 따르면 녹십자는 올해 하반기 내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마치고 본격 상용화에 들어갈 것이라는데요. 이 후보는 이를 두고 "원래 비공개로 들었던 이야기인데, 혼자만 알기 너무 아까워 양해를 구했다"며 관련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1만 명을 넘어선 요즘 같은 때엔 치료제 개발이 국민들에게 큰 희망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민주당 국난극복위원회에서 일하며 현 사태를 지켜봐 온 이 후보 입장에서도 상당히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이 후보가 같은 말을 반복해서 조금 의아했는데, 사안이 사안이니 '그럴 만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소식일수록 널리 알려지는 게 좋겠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이 후보의 반복 연설, 다 계획이 있었습니다.(웃음)
◆ '작은 오해라도 없게'…총선과 거리 두는 靑
-청와대는 4·15 총선과 철저하게 거리를 두고 있죠?
-그렇습니다. 청와대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혹시 총선의 공정한 관리 등 메시지가 있었냐는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습니다.
-이 관계자는 "총선의 공정한 관리와 관련된 메시지는 최근에 있었던 것으로 여러분께서도 기억하실 것"이라며 "그 이상 다른 메시지는 없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국회·정당과 소통 업무를 담당하는 정무수석실에 선거와 관련해 일말의 오해가 없도록 다른 업무는 하지 말고 코로나19 대응 및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전념하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청와대는 국민청원 운영정책을 일부 바꾸기도 했습니다. 국민청원에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지지하거나 비방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게시글은 비공개 처리하고,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답변 대기 중인 청원 중 선거 및 정치 관련 청원 답변은 답변기일을 연기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번 총선은 청와대가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그럴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어느 정도 의석수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 국정 운영의 향배가 갈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야당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면 국정 운영에 제동이 걸리겠죠. 결국 이번 총선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도 직결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청와대는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게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그런데 청와대는 철저히 선거와 관련해 함구하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일단 코로나19 사태가 엄중하고 이에 더해 직격탄을 맞은 민생 경제를 살리기 위해 청와대와 정부가 역량을 모으라는 게 문 대통령의 주문입니다. 다른 것은 일단 제쳐두고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라는 것인데요. 청와대와 정부가 해야 할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만약 청와대가 선거와 관련해 오해를 받는다면 중립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습니다. 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일환인 것으로 보입니다. 논란을 자초하지 말라는 측면이 강해 보입니다. 자칫 청와대의 선거 개입 논란이 불거지면 야당이 총공세를 펼칠 것이고 정부·여당은 곤경에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청와대가 선거와 관련해 일절 언급하지 않는 태도는 당연합니다. 공무원은 선거 중립 의무가 있습니다.
-여담으로 주목되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오는 15일 문 대통령이 한 표를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당일 넥타이가 관심사입니다. 정치인들의 넥타이는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죠. 특히 색에 따라서요.
-참고로 각 당의 당색을 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은 파란색, 열린민주당은 과거 열린우리당을 상징하는 노란색에 더불어민주당 색깔인 파란색을 더했고,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핑크색, 정의당은 노란색 등입니다.
-지난 20대 총선이 치러졌던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을 상징하는 빨간 재킷을 입고 투표했는데요.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노골적으로 선거 개입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습니다. 문 대통령의 넥타이나 복장이 주목됩니다.
-넥타이 색깔을 보면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이 벌이는 적통 논란의 해답을 볼 수 있다는 것인가요? 아예 넥타이를 안 매는 수도 있겠군요.(웃음)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됐지만,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은 건 분명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민은 사회적 거리 두기에 나섰고, 경제는 그야말로 악화일로입니다. 이럴 때 정치가 국민에 희망이 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벚꽃 만개에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외출을 자제하는 국민의 마음을 정치가 조금이라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선거철 한 표를 구걸하기보다 유권자인 국민이 먼저 찾아가는 그런 정치인이 탄생하는 선거이길 기대해 봅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재우 기자, 박숙현 기자, 문혜현 기자, 한건우 인턴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임세준 기자, 김세정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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