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불법 촬영물 소지만 해도 법정형 상향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정치권이 성착취 영상물 유포 사건인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청원을 졸속심사했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4·15총선 이후 디지털 성범죄 근절 방안 관련 3법을 통과시키겠다고 31일 밝혔다. 이를 위해 다음 달 5일 법무부·경찰청·여성가족부와 함께 당정 협의를 갖는다.
민주당 디지털성범죄근절 대책단 단장인 백혜련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책단-법제사법위원회 연석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내달 5일 오전 11시에 3개 부처와 대책단, 법사위원들을 중심으로 당정협의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총선 직후 각 상임위 법안소위를 가동해 5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들을 통과시키기로 했다.
민주당이 처리하기로 한 'n번방사건 재발방지 3법'은 형법·성폭력처벌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다. 불법촬영물을 통한 협박행위를 처벌하고, 불법촬영물을 내려받는 행위만으로도 처벌하며, 불법 촬영물 유통을 방치한 정보통신서비스(플랫폼) 사업자를 처벌하는 게 핵심이다.
여당 의원들은 뒤늦은 입법 대응이라는 지적에 대해 사과했다. 백 의원은 "지난 23일 'n번방사건 재발방지 3법'을 발의했다. 늦었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했다. 이어 "총선 이후 국회를 여는 것은 선거라는 현실적 어려움도 있지만 디지털 성범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이고 심도 깊은 논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법원에 성범죄 관련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 강력한 양형기준을 요구했다. 백 의원은 "이제 국민들은 성범죄에 대한 법원의 과거 양형과 온정주의적 태도를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며 "우리나라의 성범죄에 대한 양형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며 이제 국민 법감정에 맞는 양형기준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도 "법사위가 국민 법감정을 살피지 못하고 부족함이 있었다. 송구스럽다"며 "지난번에도 나름대로 디지털성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을 했지만 국민이 보시기에 100점이 아니라 70점 정도가 아니었다 싶다"고 말했다. 그를 비롯한 법사위 위원들은 최근 법사위에 회부된 디지털 성범죄 관련 양형 기준 강화 등을 요구하는 국회 청원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졸속 심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은 딥페이크(특정 인물의 얼굴 등을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영상에 합성한 편집물)처벌 규정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송 의원은 "과거 디지털 성범죄 처벌 규정이 마련됐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과 환경이 급변해 그 파급력과 변동가능성, 이에 따른 피해가 과거와는 다른 차원으로 무거워졌다"며 "민주당 법사위에서는 양형문제 지적이 나온 것과 관련해, 근본적인 문제인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법정형을 국민 법감정에 맞게 고치겠다"고 했다.
불법촬영물 소지와 관련해서도 "아동성착취물이 아니면 처벌하는 규정 없어서 불법 촬영물이 유포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 점을 깊이 살피고 있고 이에 대해서도 조속한 입법 추진 방안을 같이 강구하겠다"고 했다.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진선미 의원은 "(디지털 성범죄는) 이미 2015년부터 이 문제가 지속돼왔고 그 과정 속에서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피해자와 가해자를 만들지 않을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이제 새로운 피해자와 가해자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다시 한번 가져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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