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탈당, 우상호·이성헌에 도전장…"페미니즘의 가치, 모든 이들의 평등"
[더팩트|서대문=이철영·문혜현 기자] "서대문갑 지역이 망가진 한국사회를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거대 양당이 20년 넘게 핑퐁하면서 서로가 서로의 존재 이유가 되는 상황 아닌가."
신지예(30) 후보가 8년 간 몸담았던 녹색당을 떠나(지난 18일 탈당) 서울 서대문갑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6번째 리턴매치를 벌이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이성헌 미래통합당 후보에 "그따위 정치는 끝났다"고 사자후를 토했다. 또, 그는 얼마 전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두고 전당원 투표를 진행했던 녹색당에 실망감을 토로하며 "새 정치를 담기에는 그릇이 많이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신 후보는 앞서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으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역대 최연소 출마자였던 그는 정의당·민중당을 제치고 1.7% 득표율로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많은 사람이 신 후보를 '여성 의제 전문가'로만 기억하지만, 그는 기본소득 등 진보 정치가 추구하는 이슈를 섭렵하고 있다. <더팩트>는 지난 24일 연남동의 한 카페에서 신 후보를 만나 서대문갑 무소속 출마와 추구하는 정치적 방향 등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는 1시간 넘게 진행됐다.
◆ 비례연합정당 '반대'…"명분·과정·결과 모두 좋지 않아"
체크무늬 정장에 운동화를 신은 모습은 보통 청년 정치인과도 사뭇 대조적이었다. '페미니즘'이 먼저 떠오를 수밖에 없어 '여전사' '센언니'를 생각했다. 첫인상에서 그 선입견은 보기 좋게 깨졌다.
그는 8년을 함께했던 녹색당을 과감히 떠났다. 신 후보는 "비례연합정당 참여 결정 과정의 비민주성 뿐만 아니라 번복하고 다시 재논의하는 과정을 봤다"며 "저는 녹색당에 기대했던 모습이 있었다. '거대 양당을 부수고 제3지대를 여는 모습을 기대했고, 그것 때문에 정치를 해왔는데 녹색당은 새 정치를 담기엔 그릇이 많이 약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허탈해 했다.
하지만 녹색당은 결국 비례연합정당 논의에 불참했고, 이번 총선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으로 원내에 진입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 게 사실이다. '(당선) 가능성을 타진하지 않고 탈당한 게 다소 놀랍다'는 물음에 신 후보는 "만약에 녹색당 뿐 아니라 한국 정치가 연합정치를 할 수 있을 만한 충분한 제도와 논의가 있었다면? 그 전제가 있었다면 논의할 수 있었다"면서 '선거연합 제도 미비' 문제를 지적했다.
신 후보는 "정치개혁연합 등의 주장으로는 해외에서도 선거연합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독일과 같은 경우 정당 간 정책에 대해 논의하고 합의해서 정치적 연대를 결정한다. 연정 협약서를 보면 매우 두꺼운 것을 알수 있다"며 "그런데 과연 선거연합 안에서 그런 논의가 충분히 있었나? 민주당 사무총장께서 이야기했던 '성 소수자 발언'부터 그런 논의가 전혀 전제돼 있지 않다고 봤다"고 비판했다.
이어 "또 다른 점으로 해외에선 선거 연합을 이룰 때 투표 용지 안에서 연합정당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연합정당 칸에 각 당에 투표할 수 있게 돼 있다. 이것을 합치면 총 몇 퍼센트가 나오는지 알 수 있고, 의석 수도 그에 따라 분배된다"며 "지금(한국)은 제도가 없고 헌법에 위배되는 형태로 위성 정당을 만드는 거잖나. 국민은 어느 정당에 투표했는지 알 수 없고, 그 정책을 실제로 해 나갈수 있을 지도 알 수 없다. 그렇게 불명확한 상태에서 양당체제를 공고화하는 방식의 선거연합은 명분도 없고, 과정 자체도 잘못됐고, 결과도 좋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중량급 선수' 우상호·이상헌과 결전…"양당 정치 깨자"
그의 대답에는 막힘이 없었다. 정당정치와 한국 정치에서 소수정당의 위치와 방향 등에 대한 본인만의 생각이 확고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선거를 치른 경험이 있는 신 후보는 이번 총선에선 지역구 후보로 나선다. 정치 연륜이 수십년인 베테랑들과의 대결이다. 그는 무슨 생각으로 서대문갑에 무소속 출마를 결정했을까.
신 후보가 출마한 서대문갑은 서대문구 충현동, 천연동, 북아현동, 신촌동, 연희동, 홍제제1동, 홍제제2동을 아우르는 선거구로 다양한 계층이 한데 어우려져 있어 '민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서대문갑은 3선의 우 후보가 17대, 19대, 20대 총선에서 당선됐고, 재선 이 후보가 16대, 18대에서 승리했다. 21대 총선에서도 이들은 6번째 승부를 앞두고 있어 '중량급 리턴 매치'로 주목받는다. 젊은 정치인 '무소속 신지예'가 낄 자리가 없어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그는 서대문갑 출마 이유로 "양당 정치가 20년 넘게 핑퐁하면서 정당의 간판은 사라져도 양당체제의 구조 안에서 서로가 서로의 존재 이유가 되는 정치의 상황을 계속 보여줬다"며 "서대문갑은 청년과 여성의 도시다. 서울 안에서 19세부터 30세 유권자가 39%에 달한다. 그런데 청년들의 목소리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어 "서대문갑은 빈부격차도 심하다. 빈부격차와 관련한 이야기도 하고 싶어서 출마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유권자분들께 '우리 양당체제를 넘어서 한국 정치의 공고한 벽을 깨자'고 말하고픈 마음에 서대문갑 출마를 결정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젊음의 패기라고 하기엔 위험부담이 상당한데도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그의 캐치프레이즈는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었다. 정치인 '신지예'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번 캐치프레이즈도 파격적일 것 같았다.
그는 "이번 캐치프레이즈는 '그따위 정치는 끝났다'다"라며 웃었다. 기존 정치 언어로는 불가능한 표현이다. 기성 정치를 향한 비판이면서 도발이다. 신 후보는 "586정치는 이제 끝났다. 정치권의 부패, 조국 사태와 라임 사태 때도 그랬고 이전의 이념과 이데올로기를 보호하거나 묵인했던 분위기가 있었다"며 "그따위 정치를 그만하고 새로운 정치를 펴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후보는 서대문갑을 위한 정책 아이디어 발표에 앞서 '개발 공약 범람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서대문만을 위한 공약, 특히 개발 공약은 뛰어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기존 정치인들이 뉴타운을 약속한다. 그건 서대문만이 아니라 모든 지역의 지역구 의원들이 말한다. 하지만 그래서 '개인의 삶이 나아지는가'라고 질문하고 싶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회의원은 그 지역만을 돌보는 자리가 아니다. 결국 대한민국 국회의 의원이고 제대로 정부가 돌아갈 수 있도록 감시하고, 입법 노동자로서의 역할도 해야 한다"며 "서대문 국민들께, 우리 서대문만 보는 것이 아니라 서대문을 시작으로 우리 한국 정치와 사회를 바꿔나가고자 제안드리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득권 정치가 이야기하지 못했던 걸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페미니즘 △청년 △4차 산업혁명 플랫폼 노동 분야 △의료 대마 산업 △에너지 전환 문제를 언급했다.
◆ '여성 정치인' 신지예 "미래정치에서 '페미니즘' 빠지면 안 돼"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자처했던 신 후보는 각종 여성 의제를 두고 보수 인사들과 토론을 벌이는 등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일각에서 나오는 '보수적인 정치권에서 '페미니스트' 이미지를 갖는 게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신 후보는 "미래정치에서 페미니즘이 빠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정치인이 물론 많은 분들의 표를 얻어야 하고 당선돼야 하겠지만, 더 중요한 건 '기존에 있었던 정치와 무엇이 다르고 어떻게 세상을 바꾸고 싶은가'를 계속 설득해나가는 일"이라며 "지금 일어나는 이 N번방의 사태라든지, 불법 촬영물 문제나 강간죄 개정의 문제 등 저도 당사자로서 바뀌어야 할 지점들인 것을 충분히 설득드리려고 한다"고 했다.
신 후보의 페미니즘 정치는 유권자에게 다가가기엔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 특히 지역구 기성세대들이 페미니즘을 받아들이기는 어렵지 않을까. 정치적 제약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에 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는 "페미니즘이 단순히 여성만을 위한 건 아니다. 여성운동에서 시작했지만, 모든 정책에 적용할 수 있다. 결국 지향하는 가치가 모든 이들의 평등"이라며 "서대문이라는 곳도 그렇고 어르신들은 기존 정치에서 배제된 사람이 많다. 독거노인, 빈곤층에게 '존엄하게 살고 죽을 수 있는 사회, 요람에서 무덤까지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제안드리려고 한다. 그것 관련한 캐치프레이즈는 '건강하게 살고, 안전하게 돌보고, 존엄하게 죽을 수 있는 사회'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떠오르고 있는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신 후보는 긍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그는 "한국도 진지하게 기본소득을 실험할 때"라며 "여러 계층, 다양한 직업에 있는 분들을 놓고 기본소득을 실시했을 때 이후에 심경의 변화, 삶의 태도의 변화, 무엇이 장단점인지 논의해봐야 한다"고 했다.
또한 "기본소득의 장점은 모든 사람이 받을 수 있는 것이기에 의외로 큰 동의를 얻을 수도 있다고 본다. 한편으론 사회적으로 재분배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약자들을 위한 정책이기도 하다.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면 실험을 통해서 해결하고 방법을 찾아나가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 후보는 문재인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데칼코마니'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개개인의 삶이 얼마만큼 달라졌나 여쭙고 싶다"며 "얼마 전 민주당, 미래통합당에 계신 분들과 이야기를 했는데 '그래도 미래통합당은 솔직하기라도 하다, 민주당은 위성정당이라고 말하지도 않고 더 나쁘다'라고 말을 하더라. 그게 이 사태의 본질이 아니지 않았나. 그러다보니 사실 서로 다르지 않던 두 정당이 간판만 바꾸고 존재해온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꼬집었다.
특히 신 후보는 최근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준 'N번방 사건'과 관련해 "말뿐인 정치가 이어져온 탓"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투 때도 관련 법안 200개가 나왔지만 통과된 법은 소수에 그친다. 'N번방 사건'과 관련해서도 불법 촬영물 소지, 유통, 플랫폼 등 해외 사이트 차단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번번이 막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정치권이 '기회주의적 측면'이 강하다. 이번에라도 불법 촬영물 소지죄가 신설되고 불법 촬영에 대한 전면적 대응 방향이 마련돼야 한다. 지금 상황은 '정책'이 없는게 아니라 '의지'가 없다"고 했다.
21대 총선 무소속으로 서대문갑에 출사표를 던진 신 후보의 목표 득표율은 15%다. 거대 양당제로 회귀하는 성향이 더욱 짙어진 선거판에서 신 후보가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는 "이 싸움은 당선의 싸움이 아니라고 본다. 당선되려고 나왔지만, 이번 21대 총선이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떻게 새로운 정치의 판을 바꾸느냐가 달려 있다"며 "양당 체제를 깨고 새로운 정치에 힘을 싣기 위해 도전할 때"라며 "제가 너무 적은 표를 받고 사라진다면 도돌이표에 머무는 거다. 당선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기대하는 만큼의 득표를 얻어 제3지대를 여는 데 힘을 쏟을 생각"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신지예 무소속 후보는 누구?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콘텐츠학 졸업하고 전 서울특별시 청년정책위원회 주거분과 위원장, 제20대 국회의원선거 녹색당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 후보, 전 녹색당 정책대변인, 전 녹색당 서울특별시당 공동운영위원장,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시도지사선거 녹색당 서울특별시장 후보, 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현 여성신문 젠더폴리틱스연구소 소장, 현 오늘공작소 대표를 맡고 있으며 21대 총선에서 녹색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서울시 서대문갑에 출마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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