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서 4번의 대선, 12번의 전당대회 치러...평당원에서 성장하는 모습 보일 것"
[더팩트ㅣ동대문구=박숙현 기자] "제가 오면서 동대문을도 변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그동안 국회의원은 지방의원이나 보좌진이 '의원님 오셨습니까' 하고 모시는 존재였다면, 이제는 아들 같고 후배 같은 이가 국회의원 후보가 되는구나 하는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 자체가 대단히 의미 있다고 봐요."
더불어민주당 서울 동대문을 공천을 따낸 장경태(37) 후보는 지난 26일 오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 자리에 서기까지 15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의 얼굴에선 긴장감과 설렘이 엿보인다.
장 후보는 대학 재학 시절 반값 등록금 운동을 계기로 민주당 초대 대학생위원장에 임명돼 4번의 대선을 치르고, 12번의 전당대회를 함께 했다. 1983년생으로 당에서 몇 안 되는 30대 '청년 후보'지만, 당의 굵직한 역사를 함께한 인물이다. 2018년 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위원장에 당선되더니 마침내 컷오프(공천 배제)된 현역 민병두 의원 자리에 집권여당 후보로 나서게 됐다. 당은 과거 보수 텃밭이었던 동대문을이 최근 답십리 뉴타운 등 재개발 붐으로 진보 성향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보고 '청년 우선 공천 지역'으로 선정했다.
본선 링 위에 올랐지만, 더 치열한 경쟁이 이제 그를 기다리고 있다. 서초갑에서 옮겨온 이혜훈 미래통합당 의원과 바닥 민심을 다져온 무소속 민병두 의원 사이에서 피 튀기는 3파전을 치러야 한다. <더팩트> 취재진은 26일 오전 동대문구 장안동 선거 사무소에서 그를 만나 청년 후보로서의 비전과 집권당 후보로서의 총선 전략 등을 물었다.
◆"지역에 안착한 청년 정치 첫 모델 만들고 싶다"
'청년 우선 공천 지역' 경선에서 승리한 장 후보는 '젊은 정치'를 강조하고 있다. 말뿐만 아니라 행동에서도 기성 정치인과 다른 솔직함과 전투력이 묻어났다.
그는 상하가 분명한 중앙과 지역 정치의 관계부터 작지만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 후보는 "제가 오면서 동대문을이 변하고 있다. 그동안 국회의원은 지방의원이나 보좌진이 수행해야 하고 모시는 존재였다면, 이제는 아들 같고 동생, 후배 같은 이들이 지역위원장, 국회의원 후보가 돼 오는구나 하는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당에선 상하 관계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많이 없어졌는데 여기 와 보니 여전했다"며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선거 운동 중에 (수행자가) 제게 '상석에 앉으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저는 '들어온 순서대로 앉는 거죠'라고 답했다. 또 물도 직접 떠주셨는데 제가 '그러지 말고 먼저 드세요'라고 했다. 우리 세대에선 그런 문화가 확실히 다르다"라고 했다. 꼰대 문화에 '아니'라고 말하고, 겉치레보다 실속을 강조하는 2030 또래와 다를 바 없었다.
장 후보는 그러면서 "지역에 안착해가는 청년정치 첫 모델을 만들고 싶다"며 "저 역시 지역에서 배우는 중이다.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어우러져 이 지역사회를 어떻게 더 변화시킬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선 시종일관 미소를 지었던 얼굴에 비장함마저 감돌았다.
지역 민심도 청년 정치인에 대한 갈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장 후보는 "지역을 다녀보니 연륜과 경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국회에 가서 다양성을 반영하면 좋겠다는 말씀들을 정말 많이 듣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저에 대한) 당원과 지지자들의 지지도 더 확산하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동대문을과 장 후보의 인연도 깊다. 서울시립대를 졸업한 그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동대문에서 서울 생활을 시작해 10년 넘게 사는 지역 주민이다. 그는 "연고로 따지면 이번에 나온 후보 중에 제가 가장 진하지 않을까요"라며 웃었다. 그래서인지 지역 주민들과 현안으로 소통할 때도 한결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고 했다.
◆여당 지지층 결집 기대…집권여당이 무소속 후보와 단일화 안 해
치열한 3파전에서 동대문을 선거 최대 변수는 장 후보와 민 후보의 단일화 여부다. 이에 대해 장 후보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민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때 '내가 1등이 아니면 청년 후보를 밀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지혜롭게 판단하리라 본다. 제가 어떤 대안을 말할 건 아니다"면서도 "여러 경우의 수 가운데 민 의원이 1등 할 가능성은 가장 저조하다고 본다. 이미 그 지지율이 주저앉고 있는 게 느껴진다. 민 의원 캠프에 있던 분들까지도 '탈당까지 하는 건 아니었다'는 목소리가 있다"고 지역 정가 분위기를 조심스럽게 전했다.
민 의원과의 접촉에 대해선 "경선 확정 전에 제가 연락했지만, 받지 않았다. 확정된 이후에는 아직 안 해봤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야당일 땐 야권연대 등을 하지만, 집권여당이 무소속 후보와 단일화하진 않는다"며 일축했다.
그러면서 집권당 후보인 자신을 중심으로 뭉칠 당원들의 결집력을 기대하며 총선 승리를 다짐했다. 장 후보는 "민주당 전통은 김대중의 역사, 노무현의 정신, 그리고 문재인의 운명과 함께 하는 분들이 당원이자 지지자로 결속돼 있다. 선거는 후보 개인 능력으로도 평가받지만, 사실 당원의 열성적인 지원과 지지자들의 응원으로 치러진다. 민 의원의 의정활동 능력과 출중한 역량을 높이 평가하지만, 개인기로 돌파하겠다는 건 제가 보기에 무리가 있다"고 민 의원의 무소속 출마를 사실상 '무모한 도전'으로 평가했다.
이어 "정당은 운명 공동체다. 함께 승리하고 함께 패배하는 게 정당이다. 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상 지역구로 나온 청년 후보들은 지역 실권자들과의 기 싸움에서 눌리기 마련이다. 같은 30대 청년 후보 오영환 전 소방관 전략공천에 최근 반발한 의정부갑이 대표적이다. 장 후보는 자신에 대한 지역 당원들의 반발이나 이탈 움직임이 없고 안정적이라고 했다. 그는 "거의 대다수 지방 의원분들이 저를 돕고 계시고, 탈당한 분도 안 계신다. 많은 당직자와 당원, 지지자의 마음이 하나로 모이는 상황"이라며 "여론조사 돌리면 민 의원도 깜짝 놀라지 않을까"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역 당원들의 텃세가 없는 건 장 후보가 갑자기 지역구에 출마하는 다른 청년 후보들과 달리 15년간 민주당에서 뚜벅뚜벅 활동했기 때문이다.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하는 장 후보의 파란 점퍼 뒤에는 '당에서 키운 인재'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을 정도다.
그는 "제가 우리당 선거 역사를 외우고 있어 오히려 지역 당원분들께 설명하면 신기해 한다. '우리가 장경태를 잘 만들어보자'라고도 하시더라"며 밝은 표정을 보였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 장의위원으로 영결식장을 지켰고, 노무현 전 대통령 운구 차량 수행원 6명 가운데 한 사람이기도 했다. 민주 60년사 편찬위원회 활동도 도왔다.
장 후보는 공천 절차도 정석대로 밟았다. 지난 1월 현역 의원 컷오프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를 신청하자 주변에서 '이상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는 "정치적인 승부수를 던진 거죠. 제 인생을 건 도전이었다"고 회상했다.
◆경쟁자들 공약은 '우려먹기'…"한국의 블레어 되겠다"
정책 공약을 묻자 그는 거침없이 고등학교·어린이병원 유치와 미흡한 교통 인프라 확충을 공약으로 구상 중이라고 했다.
장 후보는 "동대문구에 부도심이 없다. 예를 들어 서대문에는 신촌 대학가가 형성됐지만, 동대문에도 대학들이 있는데 그런 기능이 전혀 없다"며 "동대문을이 위로는 청랑리와 회기역, 아래로는 답십리역과 장안평역이 지나가는데 모두 지역구를 비껴간다. 버스도 별로 없다. 버스 타고 지하철을 타는 정치인이 없었던 것 같다"며 10년 이상 실거주민의 눈으로 공약사항을 바라봤다. 또, 여기엔 민 의원을 향한 비판도 담겼다.
그는 또 지역민들이 체감할 교육인프라 구축도 강조했다. 서울대표도서관에 미디어 콘텐츠 생산 전문 교육기관 역할을 하는 '크리에이티브 캠퍼스화'를 추진하고, 장안동 자동차 상가 일대를 튜닝 선도지구로 조성하는 한편 드론자동차 연구기관과 드론택시센터 시범지구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경쟁자인 두 현역 의원 공약에 대해선 "이미 계획까지 다 나와 추진 중인 것들이라 우려먹기"라고 지적하며 "추상적이지 않은 실질적인 공약으로 채우고, 실제 일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지역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이 내세우는 서울대표도서관 유치 등에 대해선 집권당 후보인 자신이 추진하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경제전문가를 강조하며 재개발 등을 내건 이 의원 공약에 대해서도 "재정비 사업지구는 이미 확정돼 추진 중이다. 이를 변경해 지금 재건축하는 곳 말고 또 만들 수 있겠나. 지역 주민 내쫓는 난개발만 될 뿐"이라며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이 의원에 대해선 "'서초에서 컷오프된 후보가 동대문에 와서 주민들 선택을 받을 수 있겠나'하는 주민들 의견이 있다"며 "저로선 정책대결과 비전 경쟁을 해서 좋은 후보가 주민 선택을 받았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토론회에서 두 후보와 하루빨리 맞붙길 기대한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장 후보는 이번 총선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당내 청년 당원과 정치에 무관심한 청년층에게 20대부터 직업 정치인의 길을 밟아온 자신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는 "청년 정치인들은 그동안 물 떠주는 심부름꾼 이상이 되지 못했다. 비주류도 아니고 주변인"이라며 "지역구에 출마하면서 요즘 더 뼈저리게 느낀다. 국회의원만 빼고 중앙정치에서 당 주요 보직은 다 해본 저도 지역사회에서 안착하는 과정이 참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러다 보니 청년 정치인들은 정치적 효용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조차 제약이 많아 정치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다. 지역사회가 좀 더 개방되고 낮아지고 다양해져야 한다"며 "(당선된다면) 영국의 블레어나 캐머런처럼 20대 초반 당원부터 내공을 쌓아온 정치인이 우수한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하나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31만 청년 당원들이 바라는 롤모델과 염원을 제가 이뤄보고 싶다"고 수줍게 말했다.
이어 국회 입성하게 된다면 청년 거버넌스 구성의 한 축을 담당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젠 청년 정치와 청년 정책에 나아가서 청년들의 활동이 정부에 반영되는 청년 거버넌스가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청년이 외부인으로서 얘기하는 게 아니라 내부인이 돼 청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당사자성을 갖춰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 장경태 서울 동대문을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누구? 대학 재학 시절이던 2006년 지방선거에서 강금실 당시 서울특별시장 후보자 캠프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며 정치계에 발을 들였다. 이어 2007년 대통령 후보 당내 경선에서 이해찬 2030본부 부본부장을 지냈고, 민주당 중앙당 대학생특별위원장에 임명돼 본격적으로 민주당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민주당 청년비례대표 등 20대부터 수차례 도전해왔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 청년특보, 당 부대변인, 전국청년위원장 등을 두루 거쳤다. 이번 21대 총선에선 청년 전략공천지역인 동대문을 경선에서 승리해 민주당 후보로 나온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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