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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녹색·미래당 빼고 비례민주당 만든 與, '셀프 제명' 제동 염두?

  • 정치 | 2020-03-18 10:42
더불어민주당은 17일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구성과 관련해 플랫폼으로 조국 사태 때 수호 운동을 주도했던 개혁국민운동본부 주도의 '시민을 위하여'와 손을 잡았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례연합정당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 등을 밝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17일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구성과 관련해 플랫폼으로 조국 사태 때 수호 운동을 주도했던 개혁국민운동본부 주도의 '시민을 위하여'와 손을 잡았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례연합정당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 등을 밝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정치개혁연합' 아닌 친여 성향 '시민을 위하여' 선택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7일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플랫폼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지지했던 개혁국민운동본부 주도 정당 '시민을 위하여'와 손을 잡았다. 기존 연합 논의 대상이었던 녹색·미래당과의 연합 가능성은 불투명해졌다. 사실상 민주당이 '비례민주당'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총선 이후 각 당 해산 과정에서 '셀프 제명'이 어려워질 경우에 대비해 친여 성향의 플랫폼과 세력들을 끌어모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비례연합정당 플랫폼으로 '시민을 위하여'를 택하고 협약까지 마무리했다. 당초 민주당은 연합정당 플랫폼으로 함세웅 신부 등 시민사회계 원로들이 주축이 된 '정치개혁연합'과 논의해왔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정치개혁연합'이 아닌 '시민을 위하여'를 택한 이유에 대해 "촉박한 비례후보 등록 일정을 감안했을 때 '시민을 위하여'가 창당등록과 정당교부증을 받은 유일한 플랫폼이라는 점 때문에 신속하고 질서 있는 비례정당 추진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니 개문발차하고 향후 다른 정당들과도 통합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개혁연합과의 연합 논의는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정치개혁연합에 대해 "시민사회 대표성을 가진 플랫폼이어서 시민사회가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며 "민주당을 어떻게 다른 정당과 동렬에 놓을 수 있는지 부정적 견해가 있다"고 했다. 앞서 정치개혁연합은 민주당 주도의 비례연합정당에 반발하며 참여 정당 간 수평적 논의를 요구해왔는데 이에 대해 민주당이 탐탁지 않아 하는 것도 통합하기 어려운 이유로 보인다.

민주당은 '시민을 위하여'를 택한 이유로 비례연합 논의가 시급한상황에서 정치개혁연합과 달리 정당 등록을 마쳤다는 점을 들었다. 플랫폼 비례연합정당 '시민을위하여' 우희종, 최배근 공동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비례연합 참여에 대한 최종 입장을 촉구하는 모습. /뉴시스
민주당은 '시민을 위하여'를 택한 이유로 비례연합 논의가 시급한상황에서 정치개혁연합과 달리 정당 등록을 마쳤다는 점을 들었다. 플랫폼 비례연합정당 '시민을위하여' 우희종, 최배근 공동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비례연합 참여에 대한 최종 입장을 촉구하는 모습. /뉴시스

아울러 민주당은 이날 협약에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가자환경당, 가자평화인권당 등 군소정당과도 비례연합정당 결성에 함께 하기로 했다. 반면 '정치개혁연합'과 함께 하는 녹색당과 미래당, 민중당은 제외됐다. 그러면서 이들 정당이 '시민을위하여'에 합류할 가능성에 대해 "이념 문제나 성소수자 문제로 소모적 논쟁을 일으킬 정당과의 연합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옛 통합진보당 출신 인사들이 있는 급진적 진보성향의 민중당과, 트랜스젠더를 비례대표 후보로 정한 녹색당과 사실상 연합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치개혁연합은 녹색당-미래당 등과 함께 민주당에 다시 한번 수평적 연대를 제안한 후 18일 기자회견으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정치개혁연합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김정헌 창당준비위원회 공동대표가 당대표 후보를 발표하는 모습. /뉴시스
정치개혁연합은 녹색당-미래당 등과 함께 민주당에 다시 한번 수평적 연대를 제안한 후 18일 기자회견으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정치개혁연합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김정헌 창당준비위원회 공동대표가 당대표 후보를 발표하는 모습. /뉴시스

정치개혁연합과 녹색당, 미래당은 민주당의 이 같은 결정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오태양 미래당 공동대표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시민을 위하여'를 택하면 이는 민주당 위성정당을 공인하는 것이다. 게다가 '시민을 위하여'는 조국 전 장관 이슈와 연관돼 있다"며 사실상 합류 불가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민주당은 소수당에 비례대표 앞순위를 양보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선거법 개혁 취지를 훼손하는 미래한국당과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비례연합정당이 사실상 민주당 위성정당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기본소득당 등은 비례를 위해 만들어진 선거용 정당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녹색당 등 오랜 역사를 가진 정당을 제외한다는 건 민주당이 한국당에 맞대응하는 비례위성정당을 만드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이를 물타기 하기 위해 군소정당을 끼워맞춘 것이다. 결국 거대 정당 중심의 진영 싸움으로 몰아가겠다는 것으로 상당한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녹색당-미래당이 17일 국회 정문 앞에서 비례연합정당 관련 공동선언을 하고 있다. /국회=박숙현 기자
녹색당-미래당이 17일 국회 정문 앞에서 비례연합정당 관련 공동선언을 하고 있다. /국회=박숙현 기자

민주당이 이처럼 예상된 비판을 감수하면서 친여 성향 플랫폼과 군소정당들을 택한 이유는 총선 이후 비례연합정당 존속 문제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 있다.

최근 법원은 의원총회 결정만으로 이른바 '셀프 제명'한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의원들의 탈당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비례연합정당도 총선 이후 해산을 목적으로 당선된 비례대표들을 각 정당에 돌려보낼 계획이었기 때문에 이번 법원 판단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원래 계획과 달리 셀프 제명이 어렵게 되니 한국당처럼 독자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이라며 "셀프제명이 안 될 경우 결국 비례정당 체제로 계속 가야 하는데 그에 대비해 우리 편으로 당을 만드는 게 안전하다고 본 것 같다"고 했다.

물론 비례연합정당 출범 후 당헌당규를 통해 제명 절차를 간소화 할 수 있지만 이 역시 민주당과 결이 다른 소수정당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관계자는 "(제명이) 단계별 정치적 의사결정 단계에 따르지 않고 최고위원회 결정만으로 하는 등 쉽게 되는 것도 문제다. 지금은 셀프 제명을 위해 만들지만 나중에 당대표가 최고위에서 당사자 뜻과 상관 없이 제명하게 될 수도 있다"면서 "민주당이 소수당 의원들을 다 제명하고 해산하거나 합당할 경우 소수당이 아무런 문제제기를 안할지도 예측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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