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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민주·정의 '비례정당' 줄다리기, 흔들리는 유권자 권리

  • 정치 | 2020-03-04 05:00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정치개혁공동행동이 3일 국회 정론관에서 미래한국당의 해산과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민주당 등이 '정치개혁연합'(가칭)에 합류할 경우 의석수 배분은 쉽지 않은 과제다. 자의적인 의석배분으로 또 다른 표심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참여연대 제공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정치개혁공동행동이 3일 국회 정론관에서 미래한국당의 해산과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민주당 등이 '정치개혁연합'(가칭)에 합류할 경우 의석수 배분은 쉽지 않은 과제다. 자의적인 의석배분으로 또 다른 표심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참여연대 제공

"비례연합정당 의석 배분은 표 나눠먹기"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진보진영의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 창당 제안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범여권이 팽팽한 줄다리기 중이다. 최종적으로 비례연합정당에 모두 참여하더라도 뚜렷한 의석 배분 원칙 없이 당리당략만 추구한다면 유권자의 권익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제의 취지를 훼손하는 위헌적인 위성정당의 배에는 몸을 실을 수 없다"며 독자노선을 걸을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현 지지율을 반영한다면 바뀐 선거법에 따라 정의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최대 10석 이상 확보할 수 있어 연합정당을 받아들일 명분도 실리도 없다는 판단이다.

민주당은 비례연합정당 합류에 따른 득실을 계산하며 고심 중이다. 당내에선 친문 핵심 최재성 의원이 제안한 '비례대표 선거 무공천' 안으로 정의당과 녹색당 등에 비례 투표를 몰아주는 방식도 고심 중이지만, 이미 당 비례대표 후보 선출 절차가 진행 중이라 이를 현실적으로 중단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당의 비례대표 후보를 비례연합정당에 파견하는 안이 최선책이라는 게 중론이다.

연동형비례제 도입을 함께 추진했던 범여 정당의 반발이 관건이다. 이미 연합정당 창당에 정의당과 민생당, 민중당 등 원내 소수 정당은 반대하고 녹색당과 미래당 등 원외 정당은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방향으로 갈렸다. 강신업 민생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아무리 이름을 바꾼다 한들, 아무리 정당화를 시도한다 한들 위성정당은 위성정당일 뿐"이라며 "민주당이 그 어떤 형태의 비례 위성정당을 만든다 하더라도 미래한국당과 마찬가지로 국민과 역사의 심판 아래 해산되는 운명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당 내에선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민주당의 파견 후보를 후순위로 두는 양보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이 모여 비례연합정당을 창당하더라도 의석 배분 과정에서 유권자 표심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개혁연합 측은 창당 이유로 미래한국당을 지지하는 표가 더 많은 가치로 인정받는, 표의 등가성을 훼손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진보진영이 추진하는 비례연합정당도 이 같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의당이 진보진영의 비례연합정당 제안을 거절하면서 비례대표 선거를 놓고 민주당과 정의당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심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당이 진보진영의 비례연합정당 제안을 거절하면서 비례대표 선거를 놓고 민주당과 정의당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심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가장 먼저 비례후보 명부를 작성할 때 어떤 원칙을 세울지가 문제다. 하승수 정치개혁연합(가칭) 집행위원장은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가령 청년 후보들을 최대한 원내에 진입할 수 있게 하는 원칙들을 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범여권의 비례연합정당 창당 움직임에 이현종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가 진짜 고난도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민주당도 득실을 따져볼텐데 녹색당 등이 비례순번을 앞쪽으로 요구하면 (합의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표심은 완전히 왜곡될 수 있다. 완전히 번호로 나눠먹기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 역시 "(의석 배분할 때) 나름 원칙을 정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각 당별로 당선권 안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그것부터 합의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25명까지를 당선권으로 보고 배정했는데 그만큼 표가 나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하겠나. 각 당별로 몇 명씩 배정할지도 문제다. 그렇다고 배분 기준을 이전 총선 때 의석수로 놓고 산정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개혁연합 핵심관계자는 비례명부 작성시 표심이 왜곡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원칙은) 참여 정당이 확정되고 나서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그는 민주당의 명부 후순위 방안에 대해 "민주당이 결단을 내려 정의당이나 다른 정당들이 흔쾌히 참여할 수 있는 안을 제안해주면 좋을 것"이라고 답했다.

민주당의 결단에 따라 비례연합정당에 합류하는 진보진영 세력의 규모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정치개혁공동행동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마저 위장정당을 만든다면, 선거제 개혁 이전보다 의석과 지지율간의 불비례성은 커질 뿐"이라며 반발했다. 다만 오유진 참여연대 간사는 연합정당에 대해선 "비례대표 명부를 작성할 때 순위를 어떻게 할지, 현 정당의 당적은 어떻게 정리할지 등 현실적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논의 과정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합류 가능성을 열어뒀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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