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중도실용정당' 이미지 피력 전략…한국에서 통할까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영화 '링컨'을 감명 깊게 봤다. 13차 헌법 개정안을 하원에 통과시키기 위한 그의 리더십을 보면서, 여야를 어떻게 잘 설득하고, 어떻게 전략적으로 사고해서 일을 완수해내는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2013.3.11.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발언)
"권력 투쟁에 신물이 난 프랑스 국민들이 양당을 다 처단해 새로운 실용적 중도 정부가 세워질 수 있었다…(중략)…마크롱의 실용적 중도정치가 무엇인가,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프랑스 인구 정책이 어떻게 성공을 거뒀는지, 에꼴42라는 혁신적 교육 개혁에 관한 실제 사례도 접할 수 있었다." (2020.1. 30. 프랑스 대사관 방문 당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정계에 복귀할 때마다 '화제의 인물'을 들고 비전을 피력하면서 이목이 쏠린다. 지난 2013년 안 전 대표는 영화 '링컨'을 언급하며 '소통과 포용의 정치'를 표방했고, 최근 '안철수신당'을 창당하면서는 2017년 중도정당으로 대선에 승리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중도 정치'를 추켜세웠다.
2012년 대선 후 미국 체류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안 전 대표는 링컨 대통령의 게티스버그 연설문에 등장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부'를 인용해 2016년 2월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안 전 대표 본인도 "(해당 문구의) 줄임말이 국민의당인 것이라 해석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안 전 대표는 때마다 유명 정치인을 언급하며 본인의 비전을 알리곤 했다. 귀국 때부터 '중도실용정치'를 강조한 안 전 대표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중도정치 성공 케이스인 '마크롱'을 강조하며 '새 얼굴, 실용주의' 행보에 자신을 투영하는 모습이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7년 대선에서 현역 의원 한 명 없는 중도신당 '앙 마르슈!'를 창당하고 66.06%에 달하는 높은 득표율로 승리했다. 프랑스 역대 최연소 대통령인 그는 경제 장관 시절 실용주의 노선을 택하면서 본격적으로 중도주의를 표방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013년 언급한 '링컨'을 통해 소통, 협치를 강조했다면 이번엔 중도실용주의정당으로 '탈진영·탈이념' 가치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앞서 안 전 대표는 2017년 대선에서도 마크롱 대통령을 언급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안 전 대표가 트렌드에 맞게 전략을 취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정치인들은 자신의 롤모델이 다 있다. 실질적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것도 있고, 시대상황, 역사인식에 따라 바뀌는 것도 가능하다"며 "그런데 본질적인건 롤모델보다 대중에게 피력하기 위한, 한국 정치 상황에서 이 인물이 나와 맞는다는 걸 알리려는 데 목적이 있다. PI(personal identity)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링컨은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누구나 존경하는 사람이다. 이후 안 전 대표는 스티브 잡스를 언급하곤 했다. '혁신의 아이콘', '신기술 선도자' 등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했다"면서 "마크롱은 (2017년) 조기 대선에 나서기 전부터 강조했었는데, 감정이입한 것 같다. 신당을 만들어서 이번 총선에 승리해야 하고, 대권주자로 집권까지 가기 위해선 선진국 대통령 중 마크롱이 안 전 대표가 꼽을 만한 롤모델이 맞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안 전 대표의 '마크롱 마케팅'이 총선에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선 마크롱 대통령 당선 때와 비슷하게 중도층, 무당층 유권자가 많은 상황에서 중도를 표방하고 있지만, '안철수신당'은 중도층을 노리는 호남 통합신당과 보수통합신당, 자유한국당의 자매정당인 미래한국당 등과 경쟁해야 한다.
또한 21대 총선에선 '경제 문제·공공 이슈'가 화두가 될 전망이다. 안 전 대표는 귀국 후 김경율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을 만나며 조국사태 등에 비판적 자세를 취했다. 다만 아직 신당이 완전히 꾸려지지 않아 경제 이슈 선점에서 두각을 보일지 여부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 평론가도 "문제는 프랑스와 우리나라 상황이 다르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치지형상 중도에 대한 열망이 강한 유권자도 있다고 본다. 무당층이 20%를 넘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정당을 급조해서 성공할 수 있는가. 유권자들이 정당에게 신뢰를 주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정당 지속성 등으로 봤을 때 신생정당이 지지율 20%를 얻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 평론가는 "안 전 대표는 그걸 한 번 해봤다"며 "다만 자기 힘으로 한 게 아니다. 국민의당의 성공은 박주선·박지원 의원 등 중량급 호남 정치인·비문계 의원들이 힘을 합쳐 성공했다. 지금은 혈혈단신이고, 이태규 의원 등이 있지만, 비례대표로 묶여 있는 상황이다. 그때와 훨씬 다른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심플해도 강력한 무기로 △세력△함께하는 인물△날카로운 비전 등이 있어야 한다"며 "한국과 유럽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2020년 총선에선 마크롱이 먹히지 않을 수 있다. 그에 맞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8년차 정치인의 능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전과 같이 모호한 이야기, 추상적인 개념, 구호를 외칠 게 아니라 다른 무엇, 인물, 자원이나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 대안을 제시하는 컨텐츠 등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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