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이 인재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대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이 상당한 만큼 '새로운 얼굴들'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주요 정당들도 이러한 기류를 고려해 '인재 모시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23일 기준 더불어민주당은 12명, 자유한국당은 15명의 인재를 영입했다. 각 당은 대대적 환영식을 열며, 인재영입을 홍보했다. 하지만 이후 이들이 당내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당'으로 온 인재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편집자 주>
토크콘서트로 당원과의 만남 기회 제공부터 총선 교육까지
[더팩트ㅣ국회=박숙현·문혜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3일까지 총 12명의 인재를 영입했다. 여성·청년·장애인·경제·군사·법조계·환경 등 사회 전 분야를 망라해 발표된 영입인재들은 저마다 특색을 살려 당 활동에 임할 전망이다. 다만 이들은 언론과의 개별 접촉을 철저히 피한 채 당원 교육·전국 순회 토크 콘서트 추진 등에 집중하고 있다. 일부 인재는 최근 지역구 출마를 선언하는 등 정치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설 이후 선대위원 합류 여부 등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 첫 인재 '스토리'에 집중… '안보·법조·경제' 전문가도 줄줄이
가장 먼저 민주당에 영입된 최혜영 강동대 사회복지행정과 교수는 '청년·여성·장애인'이라는 키워드를 단번에 잡았다. 최 교수는 신라대 무용학과에 다니던 2003년 교통사고로 사지마비 장애를 갖게 됐다. 그는 장애인 사회 활동가로 일하며 2009년 한국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를 설립하는 등 영역을 넓혔다.
민주당은 인재발표 초반부터 '스토리'를 가진 인사에 초점을 맞췄다. 영입 인재 2호인 원종건 씨도 2005년 각막 기증 프로그램에서 시청각 중복 장애인인 어머니와 함께 방송에 출연해 화제가 된 인물이다. 원 씨는 이후 장애인권을 위해 활동하다 이베이코리아의 사회공헌팀에 입사해 공익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등 일해왔다. '청년 소방관'으로 알려진 오영환 전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항공대원도 '청년 인재' 타이틀에 이름을 올렸다. 영입인재 12호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아들 태호군을 잃은 '정치하는 엄마들' 소속 이소현씨다. 그는 "아이들의 안전과 생명,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아가는 일에 관한 한 아이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헌신적으로 일을 해보려 한다"며 정치 입문 계기를 밝혔다.
이들에 이어 전문성을 가진 인재들도 화제를 모았다. 먼저 '안보' 분야에서 김병주 전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의 민주당 입당은 눈길을 끌었다. 김 전 대장은 민주당 영입인재 '3호'로, 최초의 미사일사령부 출신 대장이자 문재인 정부 첫 대장 승진자다. 지난 21일 입당한 '30대' 최기일 건국대 산업대학원 겸임교수는 우리나라 최초의 방위산업학 박사다.
이 외엔 법조계 인사들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에 대한 의지로 입당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영입인재 '6호' 소병철 순천대 석좌교수는 전 대구고등검찰청 검사장 출신으로, 2013년 검찰을 퇴직한 뒤 로펌의 영입제안을 거절하면서 '전관예우' 관행을 끊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탄희 전 판사의 입당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민주당 영입인재 '10호'로 들어온 이 전 판사는 2017년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부임한 후 '사법부 블랙리스트'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와해 계획' 문서 등의 존재를 알리면서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
'8호' 인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의 기후환경에너지 전문가 이소영 변호사다. 이 변호사는 대통령 자문기구인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내저감위원회 간사로도 활동했다.
21대 총선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경제'다. 민주당의 경제 분야 전문가 대거 영입은 그만큼 당이 경제 현안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는 시그널로 분석된다.
영입인재 '6호' 홍정민 로스트리 대표는 경제학 박사 출신 변호사다. 대표적인 '워킹맘'인 홍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의 법률적 제도마련에 나설 전망이다.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의 입당도 화제가 됐다. 이 대표는 실물경제 전문가로 2015년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를 맡아 업계의 예상을 깨고 출범 2년 만에 흑자 전환을 이끈 인물이다. 그는 민주당에 입당하기 위해 100억대에 달하는 카카오뱅크 스톡옵션 52만 주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었다. 세계은행 선임이코노미스트 최지은 박사는 글로벌 경제전문가로 민주당 '9호' 인재가 됐다.
◆ 언론 접촉 엄격 관리...민주연구원 유튜브 채널로 새 얼굴 홍보
민주당은 설 연휴가 끝나고 다음 달 초순까지 20명 안팎의 영입 인사 발표를 이어갈 예정이다. 다만 민주당은 인사 발표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을 이유로 앞서 발표된 인재들에 대한 언론 접촉을 철저히 관리했다. 공보국 관계자는 "이미 발표된 영입인재들에 대한 개별 인터뷰나 취재 요청은 공보국에서 관리하고 있다. 공보국에서 먼저 질의를 받아 영입인재들과 논의해 일정을 확정한 뒤 진행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더팩트>와 연락한 영입 재들 역시 "공보국을 통해 취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당분간 언론 접촉을 최소화하는 대신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유튜브 채널 '의사소통tv'에선 새 얼굴들의 홍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 22일 기준 '의사소통tv'는 영입인재 8호 이소영 변호사편까지 공개한 상황이다. 이 자리에서 그들은 기자회견에서 밝히지 못한 구체적인 정치 입문 계기나 현안에 대한 의견 등 원론적인 이야기들을 털어놓는다. 한 편당 약 25분 분량이다.
당은 오프라인에서 당원들과 영입인재들이 직접 만나는 자리도 마련했다. 설 연휴 전 주말이었던 지난 19일 민주당은 1~10호까지의 영입 인사들을 한데 모아 '좋은 사람 좋은 정치'를 주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콘서트 참여를 사전 신청한 당원들이 수용인원 400여명 정도의 강당을 가득 채웠다.
행사는 당원들의 질문을 사전에 받은 뒤 사회자로 나선 진보논객 이동형 작가가 대신 물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영입인재의 주량이나 영입 발표 후 가족들의 반응 등 소소한 이야기부터 '공정'과 같은 현안에 대한 주제도 다뤘다.
이 과정에서 현장에 온 민주당원들이 영입인재들을 향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서울 양천구 갑에 거주한다는 한 당원은 "2016년에 영입됐던 분들께 물어봤던 걸 또 물어본다"며 '당론과 개인적 소신이 다를 경우 어떻게 행동할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영입인재 대표로 답변에 나선 원종건 씨는 "정치인으로서의 행보도 있겠지만, 사람으로서 양심이 가리키는 것을 위해 무조건 택하겠다"고 답해 당원들의 박수를 받았다. 약 2시간 가량의 토크콘서트 뒤에는 참석한 당원들과 인재들이 기념사진촬영을 하며 친밀감을 높이는 자리도 마련했다.
◆ 애프터서비스? '벼락치기' 당원 교육도 실시
민주당은 영입된 인재들에게 중앙 당사 차원의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비공개 운영되는 인재영입위의 위원으로 알려진 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은 이와 관련해 "애프터 서비스를 잘 해야 한다"며 "지난 일요일(19일)에 별도로 교육이 있었고 그 전에도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영입인재들은 지난 19일 토크콘서트 '당원과의 대화' 일정을 마친 후 곧바로 당사로 향했다.
당에 따르면 교육 프로그램은 정치일반과 선거 관련, 국회의원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소양 등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그룹별로 진행 중이다.
이는 민주당이 지난해 6월 당내 경선에 출마하는 모든 예비후보를 대상으로 기본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이를 이수하지 않으면 공천 심사에서 불이익을 주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 소속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들은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교육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 국정 목표와 과제' 등 문 정부와의 정체성 교육부터 품격 있는 정치, 성 인지와 양성평등 등 교양교육, 공직선거법과 선거운동 이해 및 위반사례와 판례, 선거 캠프의 구성 운영과 조직관리전략 등 선거교육 관련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대해 '영입인재 2호' 원 씨는 <더팩트>와 만나 "(예비후보자들이 받는 교육과) 일맥상통한 기초교육이었다"며 "당에 대한 경험이나 국회의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당과 정치권의 생리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좋은 강의였다. 학교 수업을 듣는 기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민주당은 설 연휴가 끝나고 이달 말부터 이해찬 대표와 영입인재들이 함께 전국을 순회하는 행사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광주시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지금 현재 중앙당에서 논의 중이고 (중앙당이) 광주에 요청은 한 상황이지만 개최여부와 날짜를 확정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도 "2월 중에 부산에 오는 걸로 알고 있다"며 "영입인재들이 다 올지 부산 출신분들만 올지 모르겠지만 2월 초쯤에나 배정하고 있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도 민주당은 문재인 당시 대표가 영입한 인재들 중심으로 '더불어 콘서트'를 열며 지방 당원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했었다. 첫 방문지 광주를 시작으로 부산, 대구, 강원, 대전, 인천, 제주, 전주 등을 찾으며 당원들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 선대위 출범 후 본격 '신인 정치인' 행보
영입인재들은 선거대책위원회가 출범하면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서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공보국 관계자는 "조만간 선거대책위원회가 꾸려지면 대변인실을 포함해 모두 선대위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그때 가서야 구체적인 계획이 생길 것 같다. 현재로선 (영입인재들 관련) 특별한 일정이 없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선대위를 설 연휴가 지난 1월 말이나 2월초 쯤 출범시킬 예정이다. 선대위가 꾸려지면 우선 영입인재들이 직접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대 총선 김종인 선대위원장 체제에서도 16명의 선대위원 가운데 5명(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 이철희 두문정치연구소장,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이 새로 영입한 인사였다.
경제, 법률, 안보 전문가 등을 영입인재로 선정한 만큼 21대 영입인재들은 선대위 산하 조직과 결합한 각 분야별 위원회에서도 활동하며 당내에서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알릴 것으로 보인다.
장경태 당 청년위원회 위원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청년 영입인재들이 청년위원회에 배치되거나 합류할 예정인지'에 대해 "아직 정책적으로 의견을 나눌 만한 상황은 아니라 별도로 (만나거나 한 건) 없다"며 "아마 선대위 조직이 확정되면 (합류하게 될 것)"이라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선거법 개정으로 민주당이 예상하는 비례대표 의석수가 줄어들며 영입인재들의 지역구 출마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원 씨는 23일 12명의 영입인사들 가운데 가장 먼저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지만 비례보다는 지역구, 전략공천보다는 경선을 생각했었다"며 역량이나 전문성 부족 우려에 대해선 "제가 가장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부분은 다양성이다. 기성 정치인의 반대는 다양성 존중이다. 많은 분들이 '왜 내 문제를 대변해주는 국회의원이 없지'라고 생각이 들면 그땐 원종건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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