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세균 국무총리(서울 종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서울 광진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경기 고양병),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서울 용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경기 고양정),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서울 구로을)이 21대 총선에 불출마한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어쩔 수 없지만, 민주당은 당장 수도권 지역구 6곳이 현역 없이 21대 총선을 치르게 됐다. 일부 장관은 지역민들에 감사를 표하며 눈시울까지 붉혔다. 지역민들도 그럴까. <더팩트>는 최근 지역구 탐방을 다녀온 '종로'와 '고양정'을 제외한 네 지역구를 찾아 장관들에 관한 솔직한 평가와 새 인물에 대한 기대감 등을 직접 들어봤다. <편집자 주>
5선 추미애 떠난 무주공산 '광진구을' 오세훈 전 시장 꿰차나?
[더팩트ㅣ광진구=박숙현 기자]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4·15 총선에 불출마하게 됐다. 20여년 자리를 지키다 떠난 추 장관에 대해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 주민들은 "대체로 무난했다"라고 평가했지만, 동시에 5선 의원에 대한 피로감도 쌓여 있었다.
여당 대표까지 맡았던 중진인 데 비해 지역구 발전을 위한 활동에는 미흡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주민들의 지역 개발에 대한 욕구로 자유한국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엿보였다.
광진을은 구의1·3동, 자양1·2·3·4동, 화양동을 포함하는 지역구로, 추 장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낙선했던 17대를 제외하고 15대부터 20대까지 내리 5선을 지낸 민주당의 텃밭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대 총선에서도 추 장관은 모든 동에서 상대 후보보다 더 많이 득표해 당선됐다. 연립과 다세대주택을 중심으로 한 서울 강북의 전형적인 주거 지역으로 호남 출신이 많아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다. 건국대와 세종대가 있는 화양동은 젊은 층이 유입돼 있고, 주상복합아파트와 한강변 아파트촌이 있는 자양3동은 부촌으로 통한다.
<더팩트>는 법무부 수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지역구를 떠난 추 장관에 대해 주민들은 어떻게 평가하는지, 또 무주공산이 된 광진을 차기 국회의원에 대한 관심은 어떤지 파악하기 위해 구의1동과 자양2동, 화양동 주민센터 중심으로 일대를 취재했다.
◆ 70%는 잘한 것 같다 vs 이번에는 떨어졌을 수도
추 장관의 지역구 활동 자체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지만, 문재인 정부와 '검찰개혁'에 대한 반응이 맞물려 있다는 점은 공통적이었다.
우선 추 장관의 지역사무소가 위치한 자양 사거리 인근 자양전통시장을 찾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집회에 참여할 만큼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적극 지지한다는 상인 A씨(40대·남성)는 "추미애 의원에 대해 동네 사람으로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법무 장관으로서 제 할 일을 하길 바란다"며 "추 장관이 검찰개혁을 아주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검찰 개혁'으로 추 장관에 대한 입장이 바뀌기도 했다. 상인 B씨(40대·남성)은 "전에는 좀 괜찮았는데 지금은 나라보다 너무 정권 위주에 급급하다. 개혁을 하는 게 아니라 본인들 과오를 덮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본인이 당 대표였으면 장관할 급은 아니지. 정권 방패막이 노릇이나 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든다. 여도 야도 마음에 안 든다"라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자신을 적극적인 보수 정당 지지자라고 밝힌 상인 C씨(70대·여성)는 추 장관에 대해 "노인네들 밥 주고 하는 데 다니면서 잘 했다"면서도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평을 털어놨다. 그는 "(어느 날) 제활용센터에서 할머니들 여섯 명이 수근대더라고. (노인연금) 30만 원 준다고 해서 (문재인) 찍어줬더니 1년이 되도록 안 준다고 욕하더라. 또 박근혜 때는 달라고 안했는데 동사무소에서 김치도 10kg 담가주고 쌀도 주고 그랬다. 그런데 그걸 (문재인 대통령 이후에) 다 끊어버리더라고"라고 했다. 그는 "죽어도 한 길만 걷겠다"며 보수 정당 후보를 찍겠다고 했다.
구의1동 주민센터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만난 40대 여성 D씨는 추 장관에 대해 "잘은 모르겠지만, 나쁘게는 안 하신 것 같다. 잘하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버리면 잘 이어서 할지 몰라 했던 사람이 하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또 다른 당에서 와 더 발전될 부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문 정부에 대해선 "(이전 정권에서) 이미 엎질러진 물을 수습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추 장관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보는 목소리도 나왔다. 구의1동 주민 E씨(40대 남성)은 "사실 추 의원이 여기서 오래하셨잖아요. 오래 하시다보니 사실 이번에는 나오셔도 식상한 부분이 있었어요. 뽑아는 드리지만 민주당의 큰 그릇이 돼서 일은 했을지언정 지역구에선 특이하게 많이 일하진 않았다. 이번에 나왔으면 거의 떨어지지 않았겠나. 그걸 알아서 피해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화양동 주민센터에서 만난 60대 남성은 '추 장관의 지역구 활동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는 물음에 "지역구 활동이고 뭐고 추미애 아주 엑스에요. 공산주의 하자는 거에요 뭐에요?"라며 "민주당 안 찍는다. 공정과 정의 이런 거 내세우더니 말만 그런다"며 언성을 높였다. 자양동 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50대 남성 F씨는 "(추 장관이) 70~80%는 잘한 것 같다. 주민들 애로사항 있으면 들어주고 했다. (장관으로 간 것도) 잘한 것 같다. 그 분 앞날을 위해선"이라고 했다.
◆ 인지도 높은 오세훈 전 시장…청와대 전략공천 반발감?
추 장관의 후임으로 누가 나설지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현재 광진을 예비후보로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추 장관과 경선을 벌였던 청와대 행정관 출신 김상진 건국대 교수와 지난해 초부터 한국당 광진을 당협위원장을 맡아 일찌감치 표밭을 다져온 오 전 시장이 있다. 오 전 시장의 인지도는 역시 높았다. 취재진이 만난 주민 대다수가 오 전 시장의 출마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자양전통시장 내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50대 남성은 "오 전 시장이 시장으로서 옛날에 일을 잘 했다. 그런데 이 지역이 굉장히 현재 여권에 기울어진 지역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오 전 시장의 과거 영향을 어떻게 커버할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며 "(오 전 시장이) 인지도가 있고 거기다가 자영업자가 굉장히 힘들다. 오 전 시장에 대해 확실히는 몰라도 여성분들에게 알파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구의1동 주민인 70대 여성은 "내가 알던 분이 낫겠지. 나도 한번 찍은 일이 있기 때문에 그리(오 전 시장에게) 마음이 들지. 다 좋다고들 얘기했다. 그 양반(오 전 시장) 돼"라고 평가했다.
경찰 공무원 출신이라고 밝힌 자양동 거주민 F씨도 "오세훈이 좀 깨끗하고 그렇더라고. 나는 뭐 누구 100%라고 생각은 안하지만, 돌아다니다 보면 오세훈 씨가 상당히 인기가 있더라고"라며 "민주당이 여태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보니까 좀 어려울 것 같다. 나는 원래 한나라당(한국당 전신) 별론데 좌우지간 사람으로 봐선 그럴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중앙당에선 이 같은 오 전 시장의 높은 인지도를 우려해 보다 중량감 있는 인물이 대항마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광진을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은 최근 이 지역을 두고 김남국 변호사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를, 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 등에 대해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에 김 전 행정관 측은 지역에선 청와대발 낙하산 인사에 대한 반발감이 있다고 본다. 김 전 행정관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관계자는 "물론 인지도는 오 전 시장이 낫다. 하지만 지역 정서라는 걸 무시하면 안 된다. 지금 주민 여론이 '이젠 전략공천 안 된다'라는 것이다. 특히 이곳은 호남 출신들이 많은데 호남 향우회에선 외지에서 (전략공천 후보가) 오면 오세훈을 찍겠다는 소문도 있다. 또, 추 장관이 여성으로서 20년간 했기 때문에 이제 남성이 했으면 좋겠다는 여론도 있다"고 설명했다.
◆큰 그릇만 생각한 추 장관? 지역 개발 욕구 커
지역민들이 차기 광진을 국회의원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일까. 광진을 지역 현안은 이전한 동부지검·지청 부지 개발과 과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 성수역에서 강변역 사이의 지하철 2호선 지하화 등이다. 지역민들은 광진을이 주변 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됐다며 개발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구의1동 주민인 E씨는 "지역이 발전돼야 한다. 사실 지금 한강을 끼고 강남은 송파서부터 김포까지 발전했다. 광진구는 자양4동만 좀 발전했다. 광진구에 만 30년째 살았는데 조금씩 발전은 했겠지만 집값이나 땅값을 보면 다른 구 대비 거의 밑바닥이다. 물론 세수 나올 곳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뭔가 광진구를 위해서 일할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지역 개발을 위해 오 전 시장을 선택할지에 대해선 "추 장관도 큰 그릇이 돼서 민주당 당대표까지 했던 사람인데도 발전을 이룬 게 없잖아요"라며 "너무 큰그릇이 되다보면 힘을 쓰긴 쓰는데 (지역 발전은 없다)"라고 했다. 자양동 거주민 F씨도 "사실 강남보다 여기가 남향이다. 오 전 시장이 그 전에 여기에 (아파트) 하려다가 못했는데 이번에 와서 공약할지 말지 모르겠지만 그걸 했으면 좋겠다. 여기도 개발 좀 되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김 전 행정관도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이 지역이 개발 욕구가 굉장히 강하다. 강남에 밀접해 있고 인근 성동구보다 개발이 안 됐다. 이렇게 지리적으로 좋은데 개발이 안 된 것에 대해 지역민들이 아쉬워한다"라며 "하지만 개발보다 종합적인 그림을 어떻게 그릴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이나 청년들을 위한 주거 확대에 대한 요청도 있었다. 초등학생 아이를 뒀다는 D씨는 "여기가 아파트 단지가 생기고 있는데 아이들이 설 곳이 없다. 제가 언젠가 구청에다 민원을 넣은 적도 있다. 동대부여고 같은 곳만 좀 개방해줘도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다). 대공원이 있다고 해도 자전거 탈 여건이 안 된다"라며 아쉬워했다.
화양동에 거주하는 한 건국대 재학생(20대 여성)은 "임대주택이나 주거 문제 때문에 주민센터를 방문했다"며 "근처에 세종대도 있고 건대도 있고 하니 청년 주거 관련된 공약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상=한건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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