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일요일의 남자' 안철수, 1년 4개월 만에 국내 정치 복귀도 역시 '일요일'
[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입니다. 정치권도 설 연휴를 맞아 지역구 민심을 달래고 총선 대비에 열 올리고 있습니다. 설 연휴가 끝나면 각 정당은 공천과 관련한 중대 발표를 할 것 같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28일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명단을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명단이 돌기도 했습니다. 여당 의원들로서는 설 연휴 동안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 주 정치권의 가장 핫한 인물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일 것 같습니다.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 낙선 후 독일과 미국에 머물다 지난 19일 1년 4개월 만에 귀국했습니다. 당시 취재진 사이에선 안 전 대표에 관한 평가가 오갔다고 합니다. 아울러 청와대에서는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문제를 놓고 청와대 인사와 출입기자들 사이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럼 먼저, 설 연휴가 불편할 수밖에 없는 민주당 현역 의원들 이야기부터 들어볼까요?
◆ '28일 살생부라니'…잠 못 이룰 설 연휴
-온 가족이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쉴 수 있는 설 연휴지만, 민주당 내부에선 고향 내려가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은 이들이 있다면서요?
-맞습니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명단 공개를 설 연휴 직후인 28일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인데요. 이들 하위 20%인 의원 22명에 대해 당내 경선에서 20% 감점을 주기로 했기 때문에 사실상 '살생부'라고 불립니다. 원래 연휴 전인 지난 21일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명절을 앞두고 너무 가혹하다'는 내부 목소리가 있어서 뒤로 미룬 겁니다.
-그런데 이번 주 내내 그 살생부가 정치권을 달궜지 않습니까.
-네. 명단 공개 여부에 대한 취재진의 관심은 대단했습니다. 암암리에 알려질 경우 기자들 용어로 '물을 먹을 수가'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이해찬 대표의 새해 첫 기자간담회 때도 살생부를 공개할지 말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고 이 대표가 "지금 하위 20% 명단은 밀봉해 금고에 보관해놓았기 때문에 아무도 모른다. 적절한 시기에 본인에게 통보하겠다"고 했을 때 취재진은 "제발 통보 전까지 금고에서 풀리지 마라"며 기도했습니다.(웃음)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지난 20일부터 살생부가 두 가지 버전으로 의원실과 출입 기자들 사이에서 떠돌았습니다. 대부분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의원들로 후폭풍이 상당할 것 같습니다.
-명단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요?
-우선 명단에서 거론된 의원실에선 다들 "전혀 근거가 없다" "경쟁자 쪽에서 흘리는 것"이라는 반응들이었는데요. 한 의원실 관계자는 "사실무근 지라시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도 없다. 의원실에 전화가 미친 듯이 와서 힘들고 어이가 없을 뿐"이라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취재진 사이에선 "이 짧은 지라시에 이름이 중복되는 것도 있고 여러모로 신빙성이 없다", "당내 존재감이나 활동 내용을 봤을 때 그럴듯하다"라는 반응이 엇갈렸습니다.
-아무리 지라시 수준이지만, 사실 확인을 해야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취재진은 민주당 핵심 관계자를 따라다니며 '개별 통보를 했느냐'부터 '혼자만 명단을 알고 있나' '명단을 혼자라도 본 거 아니냐' 등등 질문들을 쏟아냈습니다. 그러자 이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명단을 직접 확인한 뒤 "완전 허위다, 허위"라고 말했습니다. 이 얘기를 듣고서야 기자들은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
-당도 걱정됐는지 24일 의원들에게 '총선승리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계시는 여러분께 원혜영 공천관리위원장님의 말씀을 전합니다'로 시작하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현재까지 그 어느 것도 사실이 아니므로 당직자 여러분들께서는 잘못된 소문이 확대 재생산되는 과정에 관련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중을 기해 달라는 원혜영 공관위원장남의 당부말씀이 있었습니다. 총선 전 유일한 망중한의 시간을 알차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망중한의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웃음) 그런데 설 명절을 편히 지내지 못하는 사람이 또 있죠. 미투 논란이 있었던 그분 맞나요?
-네, 바로 정봉주 전 의원입니다. 지난 22일 21대 총선에 입후보한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이 교육 연수를 받았는데요. 정 전 의원도 이 자리에 모습을 보였습니다. 정 전 의원은 지역구 출마에 대해 "당 지도부와 설 연휴 안에 만나봐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민주당은 총선 출마 후보자 공모를 28일까지 접수하기 때문에 설 연휴 때 지도부와 얘기하고 그때까지는 확정한다는 얘기죠. 기자가 '설에 안 쉬느냐'고 물으니 "12년을 쉬었는데 뭘 또 쉬어요"라며 특유의 입담을 과시했습니다. 살생부가 우려되는 분들이든 '설 대목'을 맞이해 지역구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분들 모두 설 연휴는 편하게 보내진 못할 것 같네요.
◆ 예상 벗어나지 못한 '일요일의 남자' 안철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년 4개월의 해외 생활을 접고 지난 19일 귀국한 뒤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안 전 대표를 향한 취재진의 평가가 다양하게 이어지고 있다는데 무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전과 같은 점이라고 하면 이번 귀국 역시 '일요일의 남자'라는 안 전 대표의 별칭과 같은 행보였다는 평가였는데요. 안 전 대표는 해외로 떠나기 전 국회에 있을 때도 공식 기자회견이나 간담회, 중요한 발표 등을 꼭 '일요일'에 내놓는 걸 좋아했다고 합니다.
-일요일의 정치권 내용이 월요일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기도 하고, 한 주를 시작하는 국민들이 정치권의 소식을 들여다보기도 해서 그렇다는 이유 등이 추측됐었는데요. 안 전 대표는 이번에도 일요일(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습니다.
-또 하나 안 전 대표에 대한 평가가 있다면 기자들 사이의 속어인 '야마(핵심이라는 일본어)가 없다'는 겁니다. 다소 혹평일 수 있는데요.(웃음) 안 전 대표 특유의 두루뭉술한 발언과 모호한 태도 때문에 기자들 사이에서 '야마'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다만 이번 귀국 기자회견에서 힘 있는 목소리로 말한 목표와 총선 불출마, 보수통합 논의에 대한 입장을 들어보면 조금 달라진 것 같기도 하다는 평도 다수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취재진은 안 전 대표의 앞으로 정치 행보를 어떻게 전망하나요?
-사실 총선이라는 정치권의 빅 이벤트를 앞두고 안 전 대표에게 관심이 몰리는 이유는 아무래도 기존 정치권과 연대 가능성 때문일 텐데요. 안 전 대표가 귀국 직후 밝혔던 입장과 이후 "치열하게 혁신 경쟁하면 나중에 파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취재진의 의견은 갈리고 있습니다.
-일부는 '역시 그럴 줄 알았어'라며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안 전 대표의 의중을 분명히 알고 싶은 마음이 강한 탓일 수도 있겠죠. 한편에선 안 전 대표가 선언한 '중도실용정당 창당'과 관련해 "제3정당이 겪을 수밖에 없는 딜레마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는데요. 양극단으로 갈린 한국 정치 지형 특성상 어느 한 쪽에라도 기울면 연대 가능성을 점치는 정치권의 상황을 이해하는 시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0대 총선 당시 '새 정치'를 내세우며 국민의당을 원내 3당으로 만들었습니다. 4년이 지난 21대 선거에서도 안 전 대표가 바람을 일으킬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왜 최강욱 입장을 靑이 대신?" 靑-기자 '옥신각신'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놓고 말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먼저 22일자에 실린 조선일보 보도를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해당 기사는 검찰은 최 비서관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허위활동 확인서를 발급한 혐의로 여러 차례 소환 통보를 했지만 응하지 않았고, 기소하려 했으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결재하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입니다. 그러자 최 비서관은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통해 "조작된 수사, 비열한 언론플레이, 허접한 수사"라는 격한 말을 쏟아냈습니다.
-최 비서관은 "사무실에 변호사 4명이 근무했는데 출근부나 근무시간 기록도 없다. 그런데 이런 사무실에 조 전 장관 아들이 인턴 활동을 했는지 안 했는지에 대해 검찰이 일방적으로, 아무런 근거도 없이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혐의를 만들어낸 검찰권의 전형적 남용"이라고도 했다고 윤 수석은 전했습니다.
-윤 수석은 언론 보도에 대해 "마치 청와대에 근무하는 최 비서관을 봐주려는 것처럼 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데, 검찰 내부에서 어떤 논의가 있는지 저희는 알 수가 없다"며 "그런 내용이 언론을 통해 일방적으로 유포되고 마치 최 비서관이 어떤 범죄와 연루된 것처럼 묘사해 보도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지난 22일 청와대 관계자와 기자들이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면서요?
-윤 수석이 최 비서관의 입장을 전달한 이후 청와대 고위관계자와 기자들이 만났는데요. 먼저 기자들은 왜 최 비서관이 직접 나서지 않고 윤 수석이 대신했느냐는 지적을 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공식 대(對)언론 창구는 소통수석실이고 대변인 등을 통해 입장을 내는 것이 관례이고 관행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필요하다면 추후 최 비서관을 모시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취지의 질문이 반복적으로 나왔어요. 그때마다 관계자는 '도돌이표'였고요. 마치 기 싸움이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죠.
-한 기자는 "소통수석이나 최 비서관은 기자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검찰이) 흘린 것을 (언론이) 받아썼다고 하는데, 누군가가 흘려주는 것에 대해 기자가 무비판적으로 받아적는 것이라고 보느냐"고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따져 물었습니다. 또한 "언론이 검찰 내부에서 벌어진 걸 보도하는 게 잘못이냐. 유포라고 단정하는데, 추정일 뿐이지 팩트는 아니다"라고 직격하더라고요.
-분위기가 다소 싸~해졌는데, 이 관계자는 이러한 물음들에 옅은 웃음을 띠며 청와대 입장을 설명했는데요, 팽팽한 분위기를 다소 느슨하게 만들려는 듯해 보였습니다. 최 비서관의 입장을 윤 수석이 대신 발표한 시간을 포함해 관계자와 브리핑은 1시간 동안 진행됐는데요, 이렇게 오래 브리핑을 했던 적은 기억에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질문이 반복돼 실속은 별로 없다는 뒷말도 나왔습니다.
-결국 검찰은 23일 오전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 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하도록 한 혐의(업무방해)로 최 비서관을 재판에 넘겨 이제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게 됐습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재우 기자, 박숙현 기자, 문혜현 기자, 한건우 인턴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임세준 기자, 김세정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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