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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환의 '靑.春'일기] 싹 다 갈아엎는 '유산슬 국정'을 기대한다

  • 정치 | 2020-01-16 05:00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전반적으로 최근 윤 총장과 관련한 현안과 검찰 개혁에 대한 질문이 집중됐다.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자를 지목하는 문 대통령. /청와대 제공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전반적으로 최근 윤 총장과 관련한 현안과 검찰 개혁에 대한 질문이 집중됐다.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자를 지목하는 문 대통령. /청와대 제공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文, 취임 후 세 번째 신년기자회견…국민 체감 '확실한 변화' 기대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14일 청와대 영빈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세 번째 신년 기자회견이 열리는 장소에 도착하니 큰 구조물이 눈길을 끌었다. 푸른색 바탕의 이 구조물 양쪽엔 큰 화면이 있었다. 가운데는 '확실한 변화 대한민국 2020' 글자가 쓰여 있었다. 국민에게 '확실한 변화'를 피부로 느끼게끔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사실 이 문구는 문재인 정부 집권 4년 차 캐치프레이즈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여러 정책의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이자 목표다.

지난해와 달리 이번에는 앞에서 네 번째 자리였다. 우측 끝쪽이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다른 출입기자들과 함께 문 대통령의 입장을 기다리는 동안 청와대 관계자들은 리허설을 하며 막바지 점검을 했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고 전국에 생중계되는 행사인 만큼 '사고'를 막기 위한 차원이다. 준비한 질문을 되뇌었다. 다른 기자들도 질문을 다듬거나 가벼운 담소를 나누며 문 대통령을 기다렸다. 국민이 궁금해할 만한 질문을 하고 싶었다. 사실 신년 기자회견 일정이 공지된 이후 고민해왔던 일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와 항명 파동, 검찰 고위급 인사 논란, 남북 관계와 북미 간 비핵화 협상 등 굵직한 현안보다는 온라인 댓글을 통해 살펴온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하자고 생각했다.

그중 젊은 층의 고민을 대신 전달하고자 했다. 정부의 육아휴직제도 개선 대책과 보육 지원을 확대하는 등 노력과 기업의 문화·인식이 차츰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여성들의 경력 단절과 미복직 문제는 여전하다. 특히 남성의 육아휴직은 아직 걸음마 수준인데 특단의 대책이 있느냐고 묻고자 했다. 또한,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올라온 '민식이법' 논란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공정'을 두고 남녀 간 이념 대립 현상을 완화하거나 해소하기 위한 구상이 있는지, 세수 확대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등의 질문도 장전해뒀다.

200여 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문 대통령으로부터 질문할 기회를 얻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문 대통령. /청와대 제공
200여 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문 대통령으로부터 질문할 기회를 얻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문 대통령. /청와대 제공

질문을 계속 되뇌는 와중에 노래 한 곡이 영빈관 허공을 가르며 귓등을 때렸다. 유산슬의 '사랑의 재개발'이라는 노래였다. 비교적 차분했던 앞선 노래와 달리 신나는 리듬의 트로트라서 그런지 귀를 기울이게 했다. 처음 듣는 노래였는데, 가사가 귀에 쏙쏙 박혔다. "싹 다~ 갈아 엎어주세요~" '선거송인가?' 싶었다.

오전 10시 정각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문 대통령은 인사말을 한 뒤 본격적으로 기자들과 질의응답에 나섰다. 예상했던 대로 200여 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문 대통령으로부터 질문할 기회를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문 대통령은 정치사회, 경제민생, 마지막으로 외교안보 세 분야로 나눠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전반적으로 최근 윤 총장과 관련한 현안과 검찰 개혁에 대한 질문이 집중됐다. 문 대통령도 예상했다는 듯 비교적 담담하게 생각을 밝혔다.

예정된 90분을 넘겨 100여분 동안 문 대통령과 눈을 마주치기 위해 노력했지만, 끝내 질문권을 얻지 못했다. 아쉽게도 2년 연속 문 대통령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보다 더 아쉬운 것은 문 대통령의 국정 방향과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올해 신년 기자회견은 평이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춘추관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 기자는 "이번 신년 기자회견은 예상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이 답변을 통해 내놓은 국정 운영 방향과 구상은 올해 신년사와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기였다. 또 다른 기자도 '뻔'했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어느 정도 수긍했다. 국민은 생활과 밀접한 점들을 더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아직도 많은 궁금증을 갖고 있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약속했듯 앞으로 소통의 기회가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혁신, 포용, 공정, 평화, 여러 분야에서 만들어낸 희망의 새싹이 확실한 변화로 열매를 맺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부디 그 노력의 열매를 맺어 올해는 국민이 더 희망을 품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중독이라도 된 듯 개그맨 유재석이 트로트 가수로 분한 유산슬의 '사랑의 재개발' 노래를 계속 흥얼거리게 된다.

"싹 다~ 갈아 엎어주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조리 싹 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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