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유승민·조원진·이정현·이언주'에 '안철수'까지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사분오열(四分五裂)된 보수가 4·15총선을 앞두고 너도나도 '보수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통합 방법론에 대해선 각 진영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이 연상될 정도다. 통합을 외치는 보수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보수진영의 큰집 격인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는 7일 자유민주국민연합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올해가 자유대한민국 수호의 중대 기로"라며 "자유민주세력이 대동단결해서 더 힘차게 싸워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힘을 내겠다"고 말했다.
◆황교안 "자유우파 대통합으로 문재인 정권 제동"
황 대표는 이어 "싸워 이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하나있다. 그것은 우리 자유우파가 힘을 뭉치는 것, 대통합"이라며 "우리가 피땀 흘려서 일궈낸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체성을 훼손하고 자유대한민국을 파괴하려고 하고 있는 저들을 막아내기 위한 첫 과제는 통합"이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문재인 정권의 행보에 제동을 걸기 위해선 이른바 '반문(반문재인)연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보수진영에서 두 번째로 큰 정당인 새로운보수당은 통합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지만, 방법론에 있어 이견을 보이고 있다.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는 이날 오후 황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보수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를 많이 듣고 있는데, 그 해답은 '보수개혁 매진'에 있다"고 '개혁'에 방점을 찍었다.
또한 하 책임대표는 보수 재건을 위한 핵심 주체로 '청년'을 지목하며 "청년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고, 우리 보수가 청년을 먼저 대변하는 정당이 된다면 문재인 정권의 전횡을 막아낼 수 있다"고 했다. 한국당의 핵심 지지층이 장년층인 것과 대조적이다.
오신환 새보수당 공동대표도 이날 당대표단회의에서 "진정성 없이 당장 눈앞에 불리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통합을 하면 통합은 시작도 못 해보고 국민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라며 "총선에서 이겨야 하니 대충 '모일 사람들은 모여라'는 식으로 흘러가면 통합도 안 되고 설령 된다 해도 같이 망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새보수당의 대주주격 인사인 유승민 의원은 황 대표에게 '보수통합 3대 원칙'으로 △탄핵의 강 건너기 △개혁보수로 나아가기 △새로운 집짓기를 제시한 바 있다. 이중 새로운 집짓기에 대한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새보수당의 한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오늘(7일) 황 대표가 유 의원이 제안한 3원칙을 수용하려다 친박(친박근혜)계 반발로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통합을 위해선 불파불립(기존의 낡은 것을 부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세울 수 없음)이 핵심인데, 이를 위해선 한국당 지도부를 허물고 통합을 하려는 이들이 모여 통합 지도부를 새로 꾸려야 한다. 황 대표가 이 부분을 수용하지 않으면 통합 논의에 진도가 나갈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 보여지는 황 대표의 통합 방식은 한국당 밑으로 들어오라는 것인데, 이건 통합이 아니라 '반통합'"이라며 "그 방식을 고집하면서 대표직, 공천권을 양보 못한다고 한다면 통합 논의에 역주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보수당 "통합 위해선 불파불립…황 대표, 기득권 내려놔야"
우리공화당도 통합에 대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도여정 우리공화당 국제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보수정당들이 문재인 정권의 심판을 위한 보수통합에는 동의하고 있으나 구체적 합의에 이르기에는 사실상 '연목구어(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굳이 하려 함)'에 불과한 것이 작금의 정치현실"이라며 "보수분열의 근원적 문제를 두고 탄핵의 강을 건너려고 하는 것은 다 같이 탄핵의 강에 투신 하자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도 대변인은 이어 "보수통합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당이 보수통합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탄핵 찬‧반세력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국민 여망에 부응해 진정한 보수통합을 이루기 위해선 탄핵 5적(김무성·권성동·김성태 한국당 의원,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을 보수의 호적에서 삭제하는 결단이 있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가 통합의 또다른 대상으로 지목한 이정현 무소속 의원도 새로운 정치세력화에 무게를 두고 움직이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새로운 정치세력화에 무게 중심을 두고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황 대표가 제안한 통합 제안에는 어떤 입장인가'라는 질문엔 "그 부분과 관련해선 특별하게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정계 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행보도 관심사다. 황 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설 연휴 전 중도·보수가 함께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겠다"며 안 전 대표도 통합의 대상으로 거론했다.
이와 관련해 바른미래당 당권파에 속한 한 의원은 통화에서 "안 전 대표의 현실적 선택지는 바른미래당으로 돌아와 당을 리모델링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당을 만드는 것인데 ,여러 정황을 봤을 때는 리모델링을 하는 쪽을 택할 것 같다"며 "우리는 중도개혁이고, 보수를 천명한 새보수당, 한국당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보수통합 동참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전문가 "도로 새누리당식 통합…총선 파급력 의문"
이처럼 보수·중도통합에 대한 각 진영의 입장이 제각각인 가운데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총선 전 보수통합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그 파급력에 대해선 의문을 표했다.
박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안 전 대표는 보수가 아닌 중도인사여서 그를 제외한 한국당, 새보수당, 우리공화당 등의 통합은 결국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으로 돌아가는 셈인데, 똘똘뭉친 보수도 지난 총선에서 패배했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이뤄진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21대 총선에서 도로 새누리당이 이길 것 같지는 않다. 큰 힘을 발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박 정치평론가는 현재 보수통합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과 관련해선 "국회의원 108명을 보유한 한국당이 8명(새보수당), 2명(우리공화당)뿐인 정당과 동등한 입장에서 통합을 위한 지분을 양보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른 보수 야당, 인사들이 자신들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이런저런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데, 결국 공천권만 보장해주면 한국당에서 흡수통합하는 방식으로 통합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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