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삼권분립·축의금·택지개발 의혹 두고 공방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7일 열린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자료제출 문제를 두고 내내 공방을 벌였다. 또 전임 국회의장의 총리 지명과 관련해 제기된 의전서열 문제와 삼권분립 문제를 두고 여당 의원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언급해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후부터 시작된 보충질의에서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황 대표의 총리 시절을 언급하면서 "황 대표도 과거 의전서열 5위인 국무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했지만 현재는 의전 서열 7위인 '야당대표'로 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총리였던 정홍원·황교안 두 분의 공통점은 검사라는 점"이라며 "저는 박근혜 정부 시절 실패 원인 중 하나를 평생 검사 일을 했던 분을 총리로 연달아 임명했던 것이 실패의 중요 원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당시 황교안 총리에게 대정부 질문을 했을 때 굉장히 권위적인 것을 지우지 못했다"며 "조금만 불편한 질문을 하면 분노가 얼굴에 보이고 어려운 질문엔 답을 하지 않았다"며 "야당 의원의 공세에 대해 그렇게 얼굴을 울그락불그락 하겠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정 후보자는 "제가 그런 성격은 아니지만 그 자리에서 그러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성일종 한국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요청하고 "김영호 의원이 황 대표가 총리 시절 대답할 때 '분노를 봤다' 이런 이야기를 했다"며 "상대 당의 대표다. 예의는 지켜주십사 한다. 분노를 봤으면 국민들이 가만히 있었겠나. 주관적 판단으로 청문회에서 야당 대표가 분노를 보였다고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에 다시 의사진행발언을 요청하고 "야당 의원들을 자극시킬 생각은 없었다"면서도 "이미 TV로도 확인할 수 있고, 국민들이 유튜브를 통해 당시 화면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후 청문회에서는 정 후보자의 '개인정보 동의 자료'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요청이 빗발쳤다. 이에 나경원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정 후보자가 '비동의' 의사 표현을 한 것을 나열해 읽고 자녀의 유학비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 대학 측에 연락해서 관련 자료를 빨리 받아 달라. 의혹을 제기했는데도 자료를 준비해주지 않으면 청문회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한 이야기 또 하고 또 하고 한다"며 "한 두번 이렇게 (자료요청) 했는데도 지금 이렇게 말하신다. 짧게 하시라"고 따졌다.
정 후보자도 "아시다시피 저희 아이가 미시건 주에서 공부했다. 미국 제도를 잘 아시지 않나. 지금 연락해서 그게 되겠나"라고 말하자, 나 위원장은 "이메일을 보내보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정 후보자는 "제가 보기엔 물리적으로 안 될 것 같다"며 "제가 선서하지 않았나. 증인 선서 했고, 장학금으로 학비 면제, 생활비 면제를 받았고 강사 활동 하면서 소득을 냈다고 했다. 그런데 (위원장이) 물리적으로 안 되는 걸 말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고 본다. 제가 방금 말한 것 중 가능한 국내에서 낼 수 있는 것들은 내도록 하겠다. 제가 굳이 자료를 안 낼 이유가 없는 사람이다. 계속 '자료 청문회'가 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럼에도 주호영 한국당 의원이 "본인이 동의를 하지 않고 있으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고 반박하자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즉각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했다.
윤 의원은 "위원장께서 정확히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회의를 진행하는 건 좋은데, 그렇게 나열식으로 계속 부동의한 내용을 언급하면 국민들이 오해한다"며 "여기 부동의는 굉장히 제한적으로 적시돼 있다. 남은 부분을 생략한 채 오히려 위원장이 하나 하나 말하면서 마치 전부 다 부동의한 것처럼 한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지상욱 새로운보수당 의원은 정 후보자의 지역구인 종로구의 시위·집회 소음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지 의원은 "작년 11월 청운동 앞에서 주민들이 모여 시위했다. '제발 우리 동네에서 시위하지 마라'는 거다"라며 "집회시위 결사의 자유와 헌법을 보장하지만 이분들 삶의 행복 추구권도 있다. 파출소에 전화하면 '그냥 참고 살라고 한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정 후보자는 "경찰과 협의하고 주민과 이야기도 나눴는데 성과가 없어서 시위에 나선 분들도 많다. 최근에 법에 호소를 했는데도 성과를 내지 못해 상당히 고통스럽고 고민스러운 일"이라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밖에 나와서 시위를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거다. 국회가, 정치권이, 대의 정치가 제대로 살아나서 광장의 정치가 대의정치를 대신하는 일을 하루빨리 마감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답했다.
이밖에 이날 청문회는 정 후보자의 재산 신고내용을 바탕으로 한 '출처 분명 자금 의혹' 등이 있었다. 특히 자녀의 결혼 축의금이 3억에 달한 것과 관련한 지적이 나오자 정 후보자는 "결혼 축의금은 소득세 부과 대상이 아닌 걸로 안다"며 "과세하지 않고 사용한 게 문제가 되는지는 세무당국과 알아보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날 김상훈 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불거진 '화성도시공사의 동탄 택지개발 업체 선정 불법 의혹'에 정 후보자가 연루됐다고 주장하면서 한 차례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의원이 채인석 전 화성시장·서철모 현 화성시장과 정 후보자의 관계 등을 언급하면서 "정 후보자가 화성명예시민으로 위촉된 날 왜 거기를 갔느냐"고 질의했다.
그러자 정 후보자는 청문회날 처음 강하게 반발하면서 "참 기가막힌 말씀을 듣는다"며 "제가 아무리 후보자이지만 이건 인격모독이라고 생각한다. 합리적 의심을 할 만한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김 의원의 말대로라면 제가 이런 데 관여하고 돈을 받았다는 것 아닌가. 만약 그런 일을 했다면 제가 지금까지 정치를 하면서 견딜 수 있었겠느냐"라며 "제가 24년을 정치했는데 이런 모욕적인 말씀은 처음 듣는다. 아무리 제가 후보자라도 이렇게 하는 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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