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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인터뷰] 日강제동원유족協 이주성 이사장 "문희상안 반대 없어"

  • 정치 | 2020-01-02 05:00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및 유족 39개 단체의 이주성 대표는 지난달 24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및 유족 39개 단체의 이주성 대표는 지난달 24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1965년 협정으로 일본 정부의 사과는 기대할 수 없다"며 "우리 정부라도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명예회복을 시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발의한 강제징용 배상 법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광화문=임세준 기자

"日 '사과' 안 할 것…정부라도 명예회복 시켜줘야죠"

[더팩트ㅣ광화문=박숙현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대표발의해 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 기부금으로 피해자들에게 배상토록 하는 강제징용 법안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우리 정부는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 기반해 일본과의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이지만, 피해자 유족들 사이에서도 문희상안에 대한 찬반이 나뉜다.

문 의장이 한일간 강제징용 배상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의한 법안은 '기억·화해·미래재단법안'과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안' 등 2건이다. 우리 기업과 일본 기업, 우리 국민이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모아 '기억·화해·미래재단'을 설립해 피해자 및 유족들에게 위로금을 전달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강제동원 피해자가 재단에서 위자료를 받으면 피해자 개인은 재판청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돼 일각에서 일본에 면죄부를 주게 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이주성 일제강제동원희생자유가족협동조합 이사장 등 39개 강제동원 피해자 단체는 문희상안 지지 성명을 냈다. <더팩트>는 지난달 24일 광화문 이마빌딩에 있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서 이 이사장을 만나 문 의장 안을 지지하는 이유 등에 대해 들었다.

이 이사장은 "1965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일본으로부터 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를 받았다. 3억 달러를 피해자 유가족에게 주라고 일본이 준 것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유족과 상의도 하지 않고 썼다. 3억 달러 중 1억 2000만 달러를 포항제철에 줬고, 나머지 1억 8000만 달러는 도로공사, 코레일 등 13군데 기업에 줬다. 3억 달러를 금값 변동률로 따지면 1500조원 가치 이상이다. 경부고속도로, 한강철교, 춘천댐을 일본 정부에서 받은 우리 돈으로 놨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우리 피해자들이 박태준 (포스코) 창업자가 살아 있을 때 '우리 돈을 달라'고 했다. 그래서 박 회장이 '100억 드리겠다. 재단을 만들어라'고 해서 만들었다. 재단 내에 정부 등록 정식단체는 13개, 임의로 세무서에 신고한 임의단체는 15개로 모두 28개가 있다. 공식적으로 2014년에 재단이 생길 때 행정안전부에서 내게 '유족 대표' 임명장을 줬다. 그게 5년째 들어섰다"고 했다.

이 이사장이 문희상안에 관한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이 이사장이 문희상안에 관한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그는 문 의장 안을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해방이 되고 76년 만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법이 정식으로 나오는 셈"이라며 "과거 강창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것을 포함해 이미 관련법(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9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2개)이 있지만, 모두 20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의장이 발의한다고 하니 얼마나 좋은가. (배상 관련) 돈 액수를 따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배상 받아야 할) 사람이 많으니 액수를 따지지 않고 돈을 받으면 정부에서 우리 아버지가 억울하게 죽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명예회복이 되는 것"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배상을 주장) 하는 것이라 우리 (단체에 속한) 피해자들은 반대하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다"고 부연했다.

특히 그는 이번이 아니면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사실상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때도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변인일 때 제게 'BH(청와대)에서 지시가 내려와 일본 의원들과 다 합의했다. 다른 건 다 일본에서 해결하고 전사자는 한국에서 돈을 가져갔으니 한국에서 해결하자고 했다'고 해서 법안을 만들어서 같이 만들어 올렸다. 그런데 돈 문제를 조정하다가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중단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의장 안에 일본 정부의 '사과'가 명시되지 않았다며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선 "어차피 사과는 못 받는다"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박정희 때 해결(1965년 한일협정)이 됐는데 무슨 사과가 되겠나. 옛날에 아버지가 동네 어른하고 싸워서 고소해서 보상금 받았는데, 뭘 또 지금와서 보상을 하라고 하나"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일본이 1965년 협정으로 개인의 강제징용 피해 보상 청구권 문제까지 해결됐다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대법원이 일본 기업에 대해 배상 판결을 내렸지만, 실제적인 집행이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그는 또 "나는 일본 정부에 대한 면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이 이사장은 "이렇게 해서 (한일 갈등을) 해결하자는 뜻이다. 면죄부는 짝퉁 운동권 얘기고, 정부에서 (한일협정으로) 5억 달러를 받아썼으니까 우리 건 우리끼리 해결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문희상안에 반대하는 일부 소수 피해자 및 유족들 역시 현실 가능성 없이 일본 정부의 사과만 기다리기보다 배상을 받고 우리 정부로부터 명예회복되는 차선책을 바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운동권 시민단체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임세준 기자
이 이사장은 문희상안에 반대하는 일부 소수 피해자 및 유족들 역시 현실 가능성 없이 일본 정부의 사과만 기다리기보다 배상을 받고 우리 정부로부터 명예회복되는 차선책을 바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운동권 시민단체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임세준 기자

특히 이 이사장은 본인이 소속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을 실제로 대표하고 있으며, 문희상안에 반대하는 일부 소수의 피해자와 유족들에겐 운동권 출신 시민단체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소송에 참여해 온 변호인과 시민사회단체들은 문희상안이 발의되자 반대 성명을 밝히며, 제국주의 시기에 일본 정부의 국가 차원의 불법행위를 눈감아 주는 법안이라고 반발했다.

이 이사장은 "2000년부터 5년 동안 행정안정부에서 전수조사를 해서 피해자와 유족들을 신고 받은 게 22만6000명이다. 내 경우는 진짜 판별이 된 사람이다. 호적등본에 '부친이 파푸아 뉴기니 전사'라고 쓰여 있다. 이런 확실한 사람들만 거르고 걸러 2007년에 6만5000명만 피해보상을 해줬다. 전사자들이 2000만 원으로 가장 많이 받았고, 나머지는 500만 원, 80만 원 등으로 해결했다. 일제 피해자라고 해서 신고 받은 건 23만 여 명이지만 국가에서 인정해준 사람은 6만5000명뿐"이라고 했다.

이어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는 이용순 할머니와 김복동 할머니 두 분만 계시고, 광주 정신대시민모임과 민족문제연구소도 함께 하는 피해 당사자가 적다. 어떻게 우리들 23만 명보다 저네들이 강제징용 피해자를 대표할 수 있나"라며 "대안도 내놓지 않고 (요구하는 일본 사과 같은) 이슈는 운동권 단체가 돈벌이 하려고 하는 게 아니겠나"라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말하는 내내 답답함을 토로하면서 한일 갈등 촉발의 계기가 된 부산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노무자들이 부산 지법에 가서 최초로 이겼을 때 원고에 여운택 할아버지가 있었다. 내 아버지뻘이다. 그 분들은 살아 돌아와 소송에서 이겼다. 그런데 여 할아버지가 재판에 이겨놓고 3년 전에 돌아가셨다. 어느 날 그 분 아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버지가 예전에 일본에 가서도 재판했는데 모두 졌다. 이후에 모 변호사와 상의해 우리 법원에도 소송을 했다. 지금까지 재판에 들어간 돈만 2억원 이상이다. (재판으로) 1억 돈을 받아도 1억 마이너스 손해다. 아버지가 이겨놓고 돈도 못받으니 화 나서 돌아가셨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이 이사장은
이 이사장은 "국가를 위해서라도 한일관계를 순조롭게 풀어야 한다"고 했다. /임세준 기자

고인이 된 여 씨는 1997년 신천수 씨와 함께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에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지만 2003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이어 2005년 서울중앙지법에 같은 취지로 소송을 냈고, 1심과 항소심이 신일본제철에 배상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도 배상 시효가 지났다고 했다. 이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심으로 넘어가고 신일철주금이 상고를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가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신일철주금은 여 씨 등 4명에게 각 1억 원씩 배상토록 판결했다.

이 이사장은 문희상안이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악화한 한일관계를 풀고 새로운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실현 가능성 있는 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에 경제보복을 당해서 솔직히 답답하지 않나. 기업이 살아야 대한민국에 돈이 돌아가고 국민들도 괜찮아진다. (현 정권이) 정치적으로 반대하는 제스처를 취했어도 문재인 대통령도 한일 문제가 해결되길 바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위안부 합의 때와 달리 이번 문희상안은 마련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이 65년에 (일본으로부터) 돈을 받아와서 (피해자들과) 상의했으면 말도 안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똑같다. 당사자들과 상의를 안해 제가 윤병세 장관에게도 욕을 엄청 많이 했었다"며 "이번에는 몇 번을 만났다. 문 의장은 한 번 만났지만, 그 전에 비서진과는 여러 차례 만났다. 지난 11월 26일에도 문 의장 비서진이 와서 전국 단체장 49명과 회의도 했다"고 했다.

다만 이 이사장은 피해자 단체들이 각자의 입장을 주장하는 만큼 배상 문제에 우선 순위를 확실히 두고 피해자들과 협상을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문희상안은 초기에는 노무자 중심이었다. 그래서 제가 전사자들 몫까지 넣어야 한다고 요청했다"며 "위안부와 노무자는 살아서 돌아왔다. 하지만 우리는 아버지 유족도 못 찾았다. 누가 더 분한 사람인가. 그래서 우리가 1순위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이사장은 문 의장 측에 전한 메시지를 소개했다. 그는 "전국 강제징용 전사자 대표인데 액수 안 따진다. 죽기 전에 해결해야 한다. 다만 노 전 대통령처럼 전사자를 1순위로 차등으로 주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공평하다고 했다"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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