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수당 놓고선 "생활비 쓰고, 밥 사먹으면 있으나 마나한 복지"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을 끝낸 후 처음으로 청년들 앞에 섰지만, 또다시 공감능력 부족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6월 숙명여대 강연에서 아들의 스펙을 설명하며 빈축을 산 바 있다. 이렇다 보니 황 대표가 청년들과 만날수록 더 멀어진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6일 황 대표는 서울대 관악캠퍼스 멀티미디어 강의동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특강'에서 문재인 정부의 노동·복지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황 대표는 "소주성(소득주도성장의) 축은 근로시간 단축"이라면서 "노사간 협의를 거쳐서 해야 하는데, 이 정부 문제는 52시간 줄인 것도 과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좀 더 일해야 한다. 발전을 계속 하려면 조금 더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젊은 사람들은 돈 쓸 데도 많고, 젊고 건강하니 (일할) 시간을 늘릴 수 있는데 그걸 막은 것"이라며 "기업이 일을 시킬 수 없게 말로 막은 게 아니라 처벌로 막은 거다. 경색증이 걸린 것"이라고 힐난했다.
황 대표는 이날 또한 문재인 정부의 '청년 수당'을 비판하며 '맞춤형 생산적 복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자유한국당이 내놓은 경제 정책인 '민부론'을 설명하면서 "예를 들어서 50만 원을 현금으로 준다고 하면 그게 어떻게 사용되느냐 보면 잘 쓰는 청년도 있고 잘 못쓰는 청년도 있다. 그런데 생활비에 써버리거나, 심지어 밥 사먹는 데 쓰거나 하면 그건 있으나 마나 한 복지가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저희가 생각하는 청년 수당은 앞으로 취업하는 데 학비가 필요할 때, 인턴이나 수습 생활을 할 때 오가는 경비"라며 "쓰고 없어지는 복지가 아니라 써서 활용해 미래를 준비하도록 하는 복지가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날 강의 내용을 두고 정의당은 "귀족정당·꼰대정당의 대표다운 면모를 보여준 강연"이라고 맹공했다.
유상진 정의당 대변인은 황 대표의 '일 더해야 한다'는 발언을 두고 "노동현장을 알리도 없는 황 대표가 자본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본심과 꼰대 정당의 대표다운 면모를 그대로 드러냈다"고 힐난했다.
그는 "현재 2100시간대의 세계 최장노동시간과 온갖 산업재해 위험으로 매일 죽음과 고통으로 버티며 사는 노동자들을 향해 제1야당 대표이자 차기 대통령 후보가 기껏 하는 말이 '좀 더 일해야 한다'는 얕은 수준의 혀놀림에 대한민국 청년과 국민들에게 있어선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한국은 ODED 국가 중 노동 시간 2위를 기록했다.
유 대변인은 "젊은 사람들이 돈이 더 필요한 것은 맞다. 이는 불평등 해소를 통한 소득격차를 줄이고 최저임금을 증대시킬 방안을 찾는 것이어야 한다"며 "그런데 손쉽게 노동시간을 늘려서 해결하겠다는 발상이 여전히 과거 군사 독재시절에 그대로 머물러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노동시간은 줄이고, 기본 소득 수준을 올려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황 대표는 정녕 서민들의 삶을 청년들의 삶을 제대로 알기나 하는가. 이러니 자유한국당이 귀족 정당, 꼰대 정당이라는 세간의 비판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 대표의 강연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는 "편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허리띠 졸라매고 또 뛰었다. 이정도 살면 국민이 누리며 살아야 하지 않겠나"라며 "누구를 위해 무얼 이루겠다고 계속 희생만 당해야 하나"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25~29세 1인 가구 청년 빈곤율이 21.2%에 달하고 '근로시간 최장국'이라는 오명을 받은 상황에서 황 대표의 발언은 청년 세대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 대표는 지난 6월 숙명여대 특강에서도 '꼰대 논란', '특혜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당시 황 대표는 청년 취업과 관련해 아들의 성적과 스펙을 공개하고, KT에 입사한 사실을 알리면서 논란은 커졌다.
황 대표는 "내가 아는 한 청년은 3점도 안되는 학점에 800점 정도 되는 토익으로 취업을 했다"며 "졸업 후 15개 회사에 서류를 내 10개 회사에선 서류심사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5곳에서 최종 합격을 했다"고 밝혔다.
민감한 청년 주제를 놓고 불거진 논란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뜨겁게 달궜고 , 당시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황 대표가 강연에서 강조한 것은 '스펙보다 원하는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특성화된 역략을 쌓으라는 것이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총선을 앞두고 2030 세대를 향한 외연 확장이 정치권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황 대표와 자유한국당의 이러한 행보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한국당은 지난 11월 당 청년정책 발표회를 다수 청년이 생업에 종사하거나 학업에 임하는 시간인 오후 2시에 열면서 매서운 질타를 받았다.
당시 참석했던 청년 백일우 씨는 "청년들 목소리를 듣겠다고 주최된 행사가 아닌가. 평일 오후 2시면 정상적으로 사회생활하는 청년들은 오지 말라는 행사"라며 "이 시간대를 보고 (청년들이) '부르면 오는 여의도 백수들, 금수저나 청년으로 보고 행사를 기획한거 아니냐'고 말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편 이날 있었던 황 대표의 강연에서 이어진 학생들과의 질의응답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당 측은 학교의 요청으로 비공개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청년들의 돌발 질문이나 부정적인 의견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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