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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호·해인 엄마 눈물 외면한 나경원 원내대표

  • 정치 | 2019-11-29 16:37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본회의 법안들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이유를 설명했다. 나 원내대표는 '선거법·공수처법 철회'와 '친문 게이트 국정조사 수용'을 필리버스터 철회 조건으로 제시했다. /국회=허주열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본회의 법안들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이유를 설명했다. 나 원내대표는 '선거법·공수처법 철회'와 '친문 게이트 국정조사 수용'을 필리버스터 철회 조건으로 제시했다. /국회=허주열 기자

어린이 안전법, '필리버스터' 협상 카드로 제시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눈물로 통과를 호소했던 '민식이법', '해인이법', '하준이법' 등 어린이 생명 안전법을 결국 외면했다. 정치적 협상으로 어린이 생명 안전법을 악용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당이 2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예정됐던 200여 건의 법안들에 대한 전면적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한 가운데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그 배경을 설명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철회와 친문(친문재인) 게이트 국정조사 수용을 강요하기 위해 안전·민생·경제 법안들을 볼모로 잡았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3시 13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대한민국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했다. 사상 초유의 헌정 무력화 폭거에 의해 어렵게 쌓아올린 자유민주주의, 의회민주주의가 사정없이 유린되고 있다"며 "공수처는 문재인 정권의 추악한 비리와 부패를 덮고 친문무죄 반문유죄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대한민국을 망치려는 포퓰리즘 세력, 한미동맹 파괴 세력, 반 시장주의에 빠진 경제 황폐화 세력, 민생 도탄에 빠트리고 미래 착취하는 세력, 관권선거 획책도 모자라 정체불명의 위헌적 선거제도로 장기독재를 꾀하는 세력의 야합이 본질이자 민낯"이라며 "헌정질서 붕괴를 두 눈으로 보고도 필사적인 저항을 하지 않는다면 역사에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했다.

'민식이법', '해인이법', '하준이법' 등 어린이 생명 안전에 관한 법안 통과가 무산하자 기자회견을 통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한 부모들. /국회=허주열 기자
'민식이법', '해인이법', '하준이법' 등 어린이 생명 안전에 관한 법안 통과가 무산하자 기자회견을 통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한 부모들. /국회=허주열 기자

또한 나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평화롭고 합법적인 저항의 대장정에 나선다"며 "오늘 본회의에 상정된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이번 정기국회 전까지 이 필리버스터는 계속될 수 있고, 그렇게 할 것이다. 한국당 의원 한 명 한 명의 연설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고 독재 세력에 준엄한 울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저항의 대장정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불법 패스트트랙의 완전한 철회 선언과 친문 게이트 국정조사 수용"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민식이법', '해인이법', '하준이법' 등 어린이 생명 안전에 관한 법과 '유치원 3법', '데이터 3법' 등 안전·민생·경제 법안들의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이와 관련해 나 원내대표는 "수많은 민생 법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민식이 어머니 아버님, 하준이 어머니 아버님, 해인이 어머니 아버님. 저희도 이 법안 통과시키고 싶다"며 "국회의장에게 제안한다.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민식이법을 먼저 상정해서 통과시킬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민식이법을 볼모로 선거법 처리를 막으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이에 취재진이 "유치원 3법과 민식이법을 볼모로 삼은 것 아닌가", "오늘 비쟁정법안 통과가 예정돼 있었는데,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것 아닌가"를 물었지만, 나 원내대표는 답하지 않고 퇴장했다.

나 원내대표의 기자회견을 지켜봤던 민식이 어머님은 "우리 민식이가 협상 카드냐"고 의아해 했다. 태호 어머님은 "오늘 아이들 생명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된다고 해 (국회로) 달려왔는데, 말이 안 된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나 원내대표 측은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던 태호·해인이 어머니에게 '만나자'고 했지만, 어머님들은 "만나기 싫다. 아이들의 생명안전을 여야 간 협상 카드로 쓰려는 것 같은데 드릴 말씀도 듣고 싶은 말도 없다"며 거부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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