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론으로 정했는데 서약서 제출 깽판이 무슨 소용?"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진보 성향 단체 '파란장미 시민행동(파란장미)'이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의원들을 대상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찬성 서약운동을 벌이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서명 찬반 의원들을 알리는 등 여당 내부에서조차 "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파란장미'는 지난 21일부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및 검경수사권조정안 등 사법개혁법안 찬성 투표 서약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서약 운동 대상은 한국당 국회의원을 제외한 185명이다. 파란장미에 따르면 현재까지 민주당 88명, 대안신당 1명(박지원 의원), 민중당 1명(김종훈 의원), 무소속 1명(손혜원 의원) 등 총 91명의 의원들이 찬성 서약에 서명했다. 전날(27일) 서약서를 제출한 신경민 민주당 의원까지 집계할 경우 총 92명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박주민·박광온·설훈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 다수 의원들도 제출했다.
서약 운동은 자신을 '사회사상 전문 번역가 출신'이라고 소개한 유튜버 최인호씨가 지인과 함께 시작했다. 최씨는 파란장미 출범에 앞서 자신의 유튜브에서 관련 어플리케이션을 "11월 하순과 12월 초에 집중적으로 전화·트윗·댓글로 민주당 의원들에게 압박하고, 찬성 투표 서약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라고 소개했다.
이를 반영해 만든 파란장미 홈페이지에는 국회 본회의 전광판 형식으로 찬반 의원을 띄워 서약서 제출 여부를 알리고 있다.
최씨는 매일 유튜브로로도 서약서 제출 현황을 생중계하고 있다. 185명 대상 의원들을 서약·찬성·반대·유보에 따라 색깔별로 구분해놓았다. 유튜브 채팅창을 통해 회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특정 의원들을 거론하며 "아직도 서약서를 안 보내고 있나요"라고 하는 등 현황을 공유하기도 했다.
서약서를 보내온 국회의원에 대해선 홍보 등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전날 유튜브 방송에서 최 씨는 신경민 민주당 의원이 서약서를 제출했다며 "서약 후 (의원이 운영하는) 유튜브 링크를 보내주면 홍보를 엄청 해드린다는 게 맨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 생각이었다. 신 의원이 모범 답안"이라고 했다.
이 같은 파란장미의 서명운동에 강도가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직원 대상 페이스북 익명 페이지에는 파란장미 측의 서약서 제출은 강요라며 불만을 토로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 게시글에는 "전화 받자마자 욕부터 박고 제 배때지를 쑤셔버리겠다느니 부모님을 어쩌겠다느니 하는 인간들 일주일에 두 세 번은 있다"고 했다.
이 외에도 "생전 처음 들은 시민행동단체가 다짜고짜 서약서를 내놓으라고 하는데 최소한 그 단체가 어딘지 확인하고 검증할 시간은 줘야지(않느냐)" "당론으로 정했고 공식적으로 찬성의사 표시한 사람들한테 우리(파란장미)가 요구하는 양식대로 서약서 제출하라고 깽판치는게 무슨 소용인가" 등 서약운동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글들도 있다.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힌 의원도 있다. 서약서 서명을 거부한 표창원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에 대해 경고 및 문제제기 하는 연락들도 동시에 접수되고 있다"며 "선량한 시민의 공익 기여 심리나 선의를 이용한 사익 추구 행위에 속거나 이용당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파란장미의 서명운동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 표 의원이 찬반 의원 명단을 공개한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표 의원은 파란장미 측에 거부 의사를 회신하며 "다른 의원들과도 문제 의식 공유, 신중히 파악 판단 및 유사 사례 발생 방지 등 엄중히 대처하고 유의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파란장미 회원들로 추정되는 이들은 "표 의원은 경찰대학생으로 특혜와 특권 속에 살아 오다보니 주권재민, 대의민주주의, 헌법이 무엇인지 착각에 빠진 것 같다" "국민들의 순수한 자발적인 이러한 행동을 어찌 그리 쉽게 폄훼하나" 등등의 댓글로 표 의원 글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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