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타이틀 내세운 출마? 20년 동안 묵묵히 당 위해 헌신"
[더팩트ㅣ경기 광명=이철영 기자] "재개발, 재건축, 재생 등 삼재가 가장 뜨거운 요구였다. 삼재가 들었기 때문에 광명의 미래는 앞으로 10년이 중요하다."
임혜자(52) 전 청와대 국정기록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문재인 정부 2년간의 청와대 생활을 마치고 경기도 광명에 보금자리를 튼 뒤의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내년 4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각 당의 세대 교체가 활발한 가운데 임혜자 전 행정관은 경기 광명갑에서 지역 발전과 정치 개혁의 기치를 높이 든 신진 후보로 꼽히고 있다.
19일 오후 경기도 광명사거리역 임 전 행정관의 사무실을 찾았다. 베이지색 니트에 운동화를 신고 수줍게 인사를 하는 임 전 행정관은 아직은 인터뷰가 낯선지 사진기자를 보고 무척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사진도 찍어요? 아무것도 준비 못 했는데…"라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럴 만도 하다.
그는 지난 7월 2년 1개월간의 청와대 생활을 뒤로하고 내년 총선을 위해 야인이 됐다. 사진 촬영이 수줍다던 임 전 행정관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막상 인터뷰에 들어가자 자기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했다. 그는 <더팩트>와 만난 1시간여 동안 광명갑 현안과 개선 방향 등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인간에게 9년 주기로 돌아온다는 3가지 재난인 '삼재(三災)'를 재치 있게 '삼재(三再)'로 바꿔 지역의 문제점을 보다 명확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광명의 삼재는 이해관계에 따른 충돌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임 전 행정관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청와대에서 그의 업무가 갈등조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우리는 갈등의 시대에 살고 있다. 계층·지역·세대·이념 간 갈등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제 갈등조정은 시대 과제"라며 "22년간 현장에서 훈련된 소통능력, 공감지수, 실무 감각을 통해 갈등을 조정해 왔다. 100%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광명시는 갑, 을 지역구의 차이가 상당하다. 광명을 지역보다 광명갑 지역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것으로 평가된다. 임 전 행정관이 삼재를 풀어야 하는 이유다.
"도시에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차별은 없어야 한다. 도시의 차이는 아이덴티티(정체성)로 특색 있게 하지만, 차별은 다르다." "차별에 대한 섭섭함이 상당하다." "환경, 조건, 배경 등 차이가 있겠지만, 차별이 너무 심하다. 행정구역이 다르면 모르겠는데, 같은 광명인데 '을'에 집중돼 있다. '갑'은 너무 낙후돼 있다."
그는 광명갑의 낙후는 차이가 아닌 차별로 보았다. 그에게 광명은 특별하다. 1989년 겨울, 전북 부안 산골에서 태어나 대학 졸업 후 상경해 첫발을 내디뎠던 곳이 광명이다. 제2의 고향이다. 30년 전 정겨운 풍경의 반가움은 낙후된 도시라는 안타까움의 양가 감정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임 전 행정관은 "당시 광명은 이름처럼 희망을 품은 곳이었다. 그런데 지금 광명동, 철산동을 한 시간만 돌아도 맥이 끊겨 있고, 빛을 잃었다는 걸 알게 된다"라며 "광명을 재태동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어둠의 도시로 가게 할 순 없다. 본래 광명의 의미, 빛을 품은 빛나는 도시로 만들고 싶다. 제 심장과 함께 광명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광명 사랑 때문인지 주민들은 30년 만에 돌아온 그를 반겼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청와대 근무' 경력만 내세운다는 시기도 있다. "별 기여도 없이 청와대에 좀 있었다는 것만 내세워 출마하려는 사람들도 있다"라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발언도 경쟁자들에겐 공격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민주당의 이런 움직임은 '공정'이라는 사회적 요구와도 부합한다. 청와대 출신 경력이 경선에서 프리미엄으로 작용해 '불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임 전 행정관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동의한다."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시원했다. 임 전 행정관은 "양 원장의 취지와 원칙을 왜곡해선 안 된다. 청와대 타이틀만 달고 무기로 내세우는 것에 대한 지적"이라고 했다. 그리고 양 원장의 발언 취지와 자신은 무관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1997년 새정치국민회의 당보기자 공채로 들어가 김대중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 2000년 이후 새천년민주당과 통합민주당에서 홍보부장, 공보실장으로 활동했다. 2002년 대변인실 부국장으로 이낙연 대변인을 보좌하며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도 헌신했다. 2008년부터 추미애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했으며, 2012년 대선 문재인 대통령 후보 부대변인을 지냈다. 2017년 대선 문재인 대통령 후보 부대변인을 지낸 뒤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단순히 청와대 경력만을 내세우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20년 동안 개인의 영달을 위해 일하지 않았다. 늘 밤을 새워 일했다. 정권 교체하면 다 청와대에 들어가자고 약속했다. 늘 양보해야 했다. 당을 위해 묵묵히 헌신했고, 그렇게 20년 만에 청와대에서 일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임 전 행정관은 "저는 흙수저였다. 정당에 계보정치가 판을 칠 때 당에 들어갔다. 당시 제게 '누구 계보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순진한 기자에서 시험 보고 공채로 들어온 제가 무슨 계보가 있었겠나"라며 "계보가 없다는 사실에 저를 유의미하게 보지 않았다. 그렇게 20년의 세월 동안 일했고, 공정한 기회가 주어져 이 자리에 왔다"라고 지난 20년을 회상하며 웃었다.
"민심보다 앞서 뛰거나, 뒤처져 낙오해서도 안 된다. 국민으로부터 고립된 뜀박질은 실패를 향한 돌진에 다름 아니다. (중략) 목적이 정의롭고 고상할수록 '국민과 함께'라는 방법상의 원칙은 더욱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 김대중 대통령
"평범함의 위대함, 광야에서 새로운 꿈을 펼치세요!" -문재인 대통령
임 전 행정관은 고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큰 정치를 배웠다고 했다. 문 대통령으로부터는 '평범함의 위대함'을 배웠다. 민심과 합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예전에는 스타 정치인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민원이라는 건 개개인 삶의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는 삶의 길을 가르쳐 주는 것이어야 한다"라며 "기계도 채널을 맞춰야 제대로 작동하듯이 인간과 인간은 공감지수와 소통이 중요하다. 갈등? 풀릴 수 없는 것이 많다. 그래도 같이 가는 것이다. 균형, 화합, 조정 등 정치가 해야 할 영역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정치를 하기 위해선 당장 넘어야 할 벽이 있다. 20년 동안 갈고 닦은 내공이라지만, 정치인은 어떤 직업보다 정신력과 체력이 강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다. 약간은 버거워 보였다. 그는 "체력도 멘탈(정신)이 좌우한다"라고 반박했다.
임 전 행정관은 "고 김대중 대통령은 대중과 호흡하고 대중의 요구를 받았을 때 더 열정적으로 나갔다. 정치인은 대중으로부터 에너지를 받는다"라며 "정치하기 전에는 염치를 아는 게 박수를 받았는데 지금은 주변에서 '뻔뻔해져라'라는 조언을 많이 듣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제일 힘든 게 떠다니는 루머 즉, 가짜뉴스다. 들을 때마다 정말 힘들다. 일에 대한 평가는 받아들이겠는데 악성 소문은 참 힘들다. 제 집이 16층인데 늦은 밤 창밖의 아름다운 불빛을 보는 데 눈물이 나더라. 그러면서 든 생각은 당당하게 가야겠다는 것이었다. 또, 이 과정은 저를 단단하게 해주는 프로세스로 받아들이며 '시련이 곧 축복이다'라고 받아들이고 있다"라며 해맑게 웃었다.
또 하나의 벽이 있다. 같은 당 3선 중진 의원과의 경쟁이다. 당장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임 전 행정관은 차분한 표정과 침착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광명이 요새처럼 느껴졌다. 요새를 무너뜨리는 건 대포가 아닌, 사람의 마음이다. 이곳에 오면서 삼심(三心)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진심, 성심, 충심이다. 여기에 국무총리 시절 이해찬 대표의 '삼실(三實)주의'인 진실, 절실, 성실을 담으면 불가능은 없다고 믿는다"라고 힘줘 말했다.
임 전 행정관은 다음 달 10일 오후 5시 광명스피드돔 광명홀에서 '갈등, 진심을 만나다' 북 콘서트를 열며 지역민들과의 소통을 이어간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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