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 책임적 자세 없인 반짝 효과만 있을 뿐" 비판도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의 집권여당이 내년 총선에서 2030 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태도에 실망했던 청년층의 마음을 되돌려야 이해찬 대표가 언급한 '20년 장기집권 플랜'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청년들은 "정치권이 정쟁과 홍보의 도구로 청년들을 활용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불평등 해소 요구에 답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권 핵심 인사의 사퇴 등 책임지는 모습 없이 지원정책을 넓혀 내미는 수준으로는 2030의 적극적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내년 21대 총선에 대비해 벌써부터 '2030 챙기기'에 시동을 걸고 있다. 현 정권의 적극적인 지지층이었던 2030의 이탈이 심상찮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리얼미터의 지난 11월 1주차 주간집계(tbs 의뢰, 11월 11일~13일 조사, 전국 성인 1508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누리집 참조)에선 민주당에 대한 20대와 30대 지지율이 각각 8.8%포인트, 2.9%포인트 하락해 한국당과의 간격이 좁혀지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 총선기획단은 17일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를 설치했다. 특히 위원회는 2030 청년과 여성이 각각 50%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내년 총선 예비후보자의 혐오 발언 이력을 검증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각종 총선 준비 기구에도 청년층을 투입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총선기획단은 전체 15명 중 4명을 40대 이하 청년으로 채웠다. 또 선거 투입 과정에서도 경선비용·공천심사비 면제 등을 검토키로 하고, 청년에 대한 가점 범위를 최대 25%까지 확대한다는 공천룰을 확정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취임 6개월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처음 출마했을 때가 만 36세였는데 돌아보니 청년들에게 얼마만큼 기회를 만들어주고 디딤돌이 돼주었나(라는 생각)"라며 "(최근 '후배들의 다리가 되어주겠다' 발언이) 정치적 덕담 수준이라고만 보긴 어렵다"고 했다. 다만 청년 인사들의 총선 투입과 중진 물갈이를 연관지어 해석하는 데는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은 최근 내년 4월 총선에 맞춰 청년 맞춤형 공약 발굴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제안으로 월급 300만 원을 지급하는 모병제 도입 검토, 청년신도시 조성, 주거공간 마련에 취약한 2030 세대들을 위한 전·월세 현금 지원 등을 담은 '청년주거 국가책임제' 등이 당 정책위 논의 테이블에 올라가 있는 상태다. 민주당은 다음 달 중 이같은 제안들을 바탕으로 내년 총선 공약 초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오는 19일 홍익대 인근에서 청년정책 비전을 발표하며 청년 민심 사로잡기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정작 청년들 사이에선 조국 사태 이후 '청년 이슈'가 과하게 부각됐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 논의는 여전히 부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청년층의 민주당 지지 하향세가 조 전 장관 건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조 전 장관 이후 공정에 대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청년이 겪고 있는 불평등이나 미래 불안 등 문제의 핵심을 들여다봐야 한다. 교육과정 개편 논의만 해도 새로운 시대라는 전제하에 새로운 관점과 진단이 필요하지만, 현상유지나 과거 회귀 얘기만 있다"고 했다. 이어 "정쟁의 도구로 청년을 활용하는데 실제 청년 관련법이나 정책 입법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고 항상 후순위로 밀린다"고 지적했다.
엄 대표는 정치권의 청년 정치인 영입 확대 움직임에 대해선 "생물학적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인물이 어떻게 자각하고 있는지, 청년 이슈와 다양한 의제를 관심있게 다루는지가 중요하다"며 "단순히 청년이 몇 명 들어간다고 크게 바뀔진 모르겠다"고 했다.
여당 내에서 나온 모병제 도입 검토 방안에 대해선 "논의는 필요하다고 보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꺼낸 것은 청년들을 지지율 지점에서 건드는 것 같아 이에 대한 논의를 오히려 폭좁게 만드는 게 아닌가"라고 우려를 표했다.
김병민 정치평론가도 "본질을 바꾸지 않고 몇 가지 전략적 요소로 다가가며 표를 호소하는 모습이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조국 사태에 대해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청년들이 외쳤던 목소리 중에는 86세대에 대한 무능과 위선도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86세대 등 기득권에 대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 (다른 목소리를 냈던) 금태섭 의원 같은 이들에게 기획단 한 자리를 준 것으로 끝낸다면 지금은 반짝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총선이 다가올수록 높아진 국민의 정치적 눈높이를 맞출 순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이 청년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선 사회불평등 문제를 완화할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청년에게 어떻게 지원하겠다는 것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론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사회구조적 불평등을 어떻게 완화할지 개혁 방향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조국 사태 이후 민주당을 이탈했지만, 한국당에 흡수되지도 않고 무당층으로 떠도는 청년층을 주목해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은 최근 연구원 칼럼에서 "'서초동과 광화문 사이'에서 대의되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은 '진보'가 함께 할 수 없는 편에 있는 '보수'가 아니다. 오히려 스스로에게 적절한 정치적 효능감을 안겨줄 수 있는 정치 세력의 등장을 필요로 하는 존재"라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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