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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한 달 전에만 말해주세요"…'하루살이' 국회 보좌진의 외침

  • 정치 | 2019-11-15 17:25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자유한국당 보좌진협의회가 주최한 '국회 보좌직원 면직예고제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선 불안정한 국회의원 보좌직원의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논의가 이어졌다. /국회=문혜현 기자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자유한국당 보좌진협의회가 주최한 '국회 보좌직원 면직예고제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선 불안정한 국회의원 보좌직원의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논의가 이어졌다. /국회=문혜현 기자

"면직예고제, 의원과 보좌진 상호신뢰를 위한 징표"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우리는 일용직보다 더 쉽게 해고당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것을 잘 알지 못한다. 과연 우리는 누구일까?"

19대 한나라당보좌진협의회 회장을 지낸 류길호 국회 입법정책연구회 사무총장은 열악한 보좌진의 처우에 대한 질타를 쏟아냈다. 국회의원 보좌진은 의원의 의사에 따라 오늘이라도 당장 해고될 수 있어 '하루살이'에 비유되기도 한다.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가장 가까이서 돕는 국회 보좌직원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특수경력직공무원 중 별정직공무원으로서 보좌직원의 면직 절차는 '국회별정직공무원 인사규정'에 따라 국회의원이 국회 사무총장에 팩스 등으로 면직요청서를 제출하면 면직처리하도록 돼 있다. 근로기준법상엔 '해고 예고제도'가 있지만 국회 보좌진은 그러한 법적 근거가 미비한 상태다.

때문에 각당 보좌진협의회에선 '고용 안정성이 낮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연일 이어졌고 관련 처우 개선을 위한 법안도 2016년부터 다수 발의됐지만 아직까지 통과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자유한국당 보좌진협의회가 주최한 '국회 보좌직원 면직예고제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엔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추경호·송희경·김성원 한국당 의원, 정춘숙 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해 보좌진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인사말에 나선 이 원내대표는 "모두 알다시피 국회의원은 보좌관 없이는 스스로 할 줄 아는 것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늘속에서 자신의 가치와 진가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어떤 이름과 명예, 능력을 알아주는 걸 떠나서 그 전에 그렇게 헌신하고, 성실하게 근무하는 것에 걸맞는 어떤 경제적·사회적·정치적인 지위가 안정화돼 있나 생각해보면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 노동자들 같은 경우는 해고되기 30일 전 예고가 의무화돼있고, 일반 공무원 같은 경우 특별한 경우 없이는 해고하지 못하는 등 면직 사유가 엄격해서 신분 안정성이 확고하게 보장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무직 보좌진은 법과 제도의 뒷받침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 있다. (이 토론회는) 이제 바뀌어야 할 때가 되었다는 문제의식의 발로"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모두 면직예고제를 지지하며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모두 면직예고제를 지지하며 "늦었지만 서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혜현 기자

이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보좌진의 경우는 여러 가지 조건 속에서 일반 노동자나 공무원과 같은 적용이 어려운 여건도 있다. 업무 특성상 보좌직원을 임명하면서 탄력적으로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지금의 제도는 지나칠 정도로 보좌진에게 노동자로서의 기본적 권리를 훼손하고 있다. 신변의 안정성을 지나칠 정도로 떨어뜨리는 게 사실인 만큼 적절한 수순의 면직 예고제 도입은 필요하다고 본다. 늦었지만 서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원내대표는 주요 쟁점인 형평성 문제를 언급하며 찬성 의견을 드러냈다. 그는 "자료를 보니 형평성과 예산을 지적하고 있다"며 "기존에 있는 다른 별정직 공무원들과 달리 어떻게 국회 보좌진들을 달리 대우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저는 그것이 타 기관의 고용에 대한 불안정으로 인해서 항상 늘 위기에 처해질 수 있는 근로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오히려 지위를 끌어올리는 쪽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국회 보좌진들은 행정부와 사법부, 정작 국회사무처의 별정직 공무원보다도 제도나 시스템에 취약한 것도 사실"이라며 "적어도 제도개선을 통해 지위의 안정성, 또 오히려 전문성을 계속 발휘할 수 있도록 의원들과 함께 동지적 관계에서 정치 일선에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는 측면에서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당·민주당·바른미래당의 보좌진 다수가 참석했다. 오 원내대표는 "정당의 이해관계를 떠나 국회 보좌진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늘 상시고용에 대한 불안정으로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직업군이 있다면 같이 고민해서 형평을 맞추고, 예산을 확보하는 쪽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보좌진 출신 초선 국회의원인 김성원 한국당 의원도 열학한 노동환경을 지적하며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국회 인사시스템의 가장 좋지 않은 점 중 하나가 이 예측 가능성이 없다는 것 아닌가 한다"며 "예측 가능성이 담보됐을 때 역량이 충분히 발휘되는데, 그게 없어서 단기간의 실적에 치우치게 되고 멀리 보지 못하는, 여유가 없지 않나 싶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면직되는 보좌직원의 수는 18대 국회부터 꾸준히 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보좌진들은
면직되는 보좌직원의 수는 18대 국회부터 꾸준히 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보좌진들은 "면직예고제는 의원과 직원의 상호 신뢰를 위한 최소한의 징표"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혜현 기자

이날 발제자로 나선 류 사무총장은 "우리는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제9조에 근거함으로써 수당, 입법활동비, 특수활동비보다 더 뒤에 위치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공무원으로서의 위치 정립을 위한 법안 변경 △준비되지 아니한 갑작스런 해고 금지를 위한 법안 변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께서 대표발의한 면직예고제도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20대 국회에 발의된 해당 법안은 "현행 법률이 국회의원의 수당과 여비를 규정하고 있는 '국회법 제30조를 구체화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보니 보좌직원에 관한 조항이 수당에 관한 조항의 뒤에 놓여 있고 법률의 제명 또한 법률의 내용을 대표하지 못하는 문제를 보이고 있다"며 "보좌직원의 직무안정성과 정무·정책적 역량을 향상시켜 궁극적으로 국회의 성과를 높이고자 보좌직원의 면직예고제도를 신설하고자 함"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날 현장에선 현직 보좌진의 목소리가 가감없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건호 바른미래당보좌진협의회 부회장은 "저는 면직예고제가 상호 신뢰를 위한 최소한의 징표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징표가 규정으로 돼 있을 때 보좌진의 업무 만족도와 안정성을 높이고, 국민이 국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좋게 만드는 데 일조할 거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의원님들께서 내가 아침에 의원실 문을 열면 보이는 보좌직원들이 부하가 아니라 의정활동 파트너라는 생각을 해주시길 바란다"며 털어놓기도 했다.

실제 매년 면직 처리되는 보좌진의 수는 증가 추세다. 국회사무처 자료에 따르면 20대 국회 면직 처리된 보좌진은 10월 말 기준으로 1524명에 달한다. 18대 국회 1154명, 19대 국회 1342명에 이어 늘어나고 있다.

21대 총선을 몇개월 앞둔 시점에서 또 다시 많은 보좌진은 면직 등을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여야 한 목소리로 면직예고제 도입의 필요성을 촉구한 만큼 의미있는 논의와 법안 통과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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