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정시' 늘린다는데…다른 교육정책은 시각차 극명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전국의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운명의 날이라 할 수 있는 대학수학능력시험(14일)을 앞두고 정부와 야당이 앞다퉈 '정시 비중 확대' 방안을 내놨다. 이는 임기 반환점을 지난 문재인 정부의 기존 교육정책과 결이 다른 방안으로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정책을 3년도 안 돼 수정하겠다는 것이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학생의 능력이 아니라 부모의 능력이 대입 결과를 좌우하는 '수시 전형'의 불공정성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양측이 서둘러 나름의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와 자유한국당의 새로운 교육정책 구상은 '정시 확대' 외에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정부, 야당 '대입 정시 확대' 한목소리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3일 '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대입과 관련해 수능으로 선발하는 정시모집 비율을 50% 이상으로 명시한 게 핵심이다. 이는 전날(12일)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교육정책 대안을 제시하면서 예고한 것이다.
황 대표는 이날 사학의 원조 격인 배재학당에서 한국당의 교육정책 비전 '개개인의 성장을 위한 공정한 교육'을 발표했다. △대입 정시 50% 이상 확대 및 수시 전형 단순화 △기초학력 보장체계 강화 및 학생·학부모의 학교 선택권 강화 △교육감 직선제 폐지와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도입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폐지 반대 등이 골자다.
'정시 확대'는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민들이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 불공정"이라며 "최근 시작한 학생부종합전형 전면 실태조사를 엄정하게 추진하고, 고교서열화 해소를 위한 방안도 강구하겠다.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발언이 나온 이후 지난 7일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2025년부터 자사고·외고·국제고 모두 일반고로 전환 △교과특성화학교 확대 및 학교장 개설과목 활성화 지원 △교원 전문성 향상 위한 주기별 맞춤형 연수 등의 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유 장관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시 확대와 관련해 "대상 학교와 비율을 검토하고 있다"며 "고른기회전형, 지역균형선발 등 사회적 격차·계층 격차 해소할 수 있는 전형 비율을 조금 더 높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수시·정시 비중 조정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문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발언이 나온 이후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교육부는 아직 확정안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 쏠림이 심한 대학에 대해 2022~2023학년도부터 정시 비중을 40% 안팎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2020학년도 기준 전국 대학 정시 비중 약 20%).
◆공교육 정상화, 학업성취도, 교육행정 등은 이견
정시 확대 폭이 다를 뿐 '확대' 자체에는 이견이 없는 셈이다. 하지만 다른 부분은 인식과 방향성이 전혀 다르다. 대표적인 예로 공교육 정상화 방안과 관련해 정부는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폐지를 통한 '고교서열화 해소'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한국당은 정부 방침대로 하면 강남 8학군, 목동 등 학군이 좋은 지역으로의 쏠림이 더 커지고, 하향 평준화가 우려돼 '절대 불가'라는 입장이다.
학업성취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양측의 견해가 다르다. 정부는 2017년부터 학업성취도 평가가 지나친 경쟁을 조장하고 점수로 학생을 서열화한다는 이유로 표집평가 방식으로 바꿨다. 반면 한국당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방식을 전수조사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예고했다.
한국당이 제안한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도 현 교육행정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이를 국정과제로 추진하지 않고 있으며, 별다른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는 투표로 직선제인 현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교육계에선 백년지대계인 교육정책은 심사숙고해 결정하고, 쉽게 바꿔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입에 초점에 맞춰진 현 교육제도 아래에서 정부가 바뀔 때마다, 또 같은 정부 내에서도 정책을 바꾸는 것은 교육 현장에 혼란, 고통을 주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교육은 백년지대계로 확실히 만들어 바꿔선 안 된다"며 "정권 때마다 교육정책이 바뀌고 심지어 한 정권 안에서도 교육과정이 바뀌어 어린 학생들, 키우는 학부모들의 어려움이 많다. 법제화해 정부가 바뀌어도 변경이 어려워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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