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장례미사 이후 모든 일정 비공개…정치·외교권 추모 행렬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고난의 삶'을 살았던 모친 고(故) 강한옥 여사와 영영 이별한다.
지난 29일 향년 92세를 일기로 소천한 강 여사의 장례가 31일 끝난다. 임기 중 부모상(喪)을 당한 처음의 사례로 남게 된 문 대통령의 모친상은 가족장·삼일장으로 치러졌기 때문이다. 이는 고인의 뜻에 따른 것이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빈소가 마련된 부산 남천성당에서 강 여사의 장례미사가 있을 예정이다. 생전 천주교 신자였던 고인이다. 이 영향으로 문 대통령 역시 세례를 받은 천주교 신자다. 장례 기간 문 대통령은 고인이 다니던 성당 교우들과 연미사를 올리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한 야당 대표들과 달리 장례미사를 함께함으로써 조문을 대신하는 차원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에서 조문을 오지 말고 평소와 다름없이 국정을 살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장례미사 이후 모든 일정은 모두 비공개로 치러진다.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협조를 부탁했다. 조용하고 절제된 장례를 치르겠다는 유가족 측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직 대통령의 부모상에 대한 정부의 장례 예규나 절차는 별도로 정해진 게 없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모든 장례 일정을 마치고 곧바로 청와대로 복귀할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국가공무원법 복무규정에 따라 부모장을 치른 이번 경우는 5일간 휴가를 쓸 수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9일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의 휴가가 며칠이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장례 일정을 마친 뒤 청와대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에서도 조문을 오지 마시고 평소와 다름없이 국정을 살펴달라"고 당부하며 국정을 걱정했던 문 대통령이다. 청와대는 그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정상 근무했으나 대통령의 공백이 있었다. 문 대통령은 비운 사이 국정 현안들을 보고받고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내달 3일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하기 위해 태국을 방문하는 일정을 앞두고 있다. 또 13일부터 멕시코 공식 방문 등 일정이 있다. 때문에 문 대통령은 외교 일정과 관련한 보고를 받고 주요 현안 등을 살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모친상 기간 여야는 정쟁을 멈추고 고인을 애도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비롯해 야당 대표들은 빈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애초 문 대통령은 조문은 가족에 한해서만 원칙적으로 받기로 했지만, 결국 야당 대표들의 조문을 받아들였다. 이는 화합과 통합, 나아가 협치를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또한, 한일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 대사가 직접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도 했다. 향후 한일관계 개선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이밖에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 대사와 추궈홍 주한 중국 대사 등 외교 사절들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도했다. 다만, 관심을 모았던 북한은 강 여사의 별세에 조의를 표하지 않았다.
고인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29일 7시 6분쯤 운명했다. 북한 함경남도 흥남에서 태어난 강 여사는 1950년 12월 '흥남 철수' 당시 미군 수송선을 타고 경남 거제로 월남했다. 이후 고인은 행상과 연탄 배달 등으로 생계를 꾸려가며 가족을 부양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새벽 페이스북에 "평생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워하셨고 이 땅의 모든 어머니처럼 고생도 하셨지만 '그래도 행복했다'는 말을 남기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슬픔을 나눠주신 국민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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