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위에서, 정치적 책임 기피하는 정당에 누가 표를 주겠는가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법 위반으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됐지만, 조사받는 것을 기피한다. 범법 혐의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을 거론한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 이야기다. 한국당의 비상식적 마이웨이 행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24일 선거·사법제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건에 연루된 의원들에 대한 '공천 가산점' 논란에 대해 "당을 위해서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에 대해서 그에 상응한 평가를 하는 것은 마땅하다"고 했다.
앞서 지난 22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패스트트랙 수사를 받는 소속 의원 60명에게 공천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황 대표에게 제안했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의 제안에 황 대표가 원칙적으로 동의한 것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정치 역사상 다시없는 역대급 코미디 공천"이라고 했고, 바른미래당은 "법 위에 군림하는 구제불능 인식"이라고 질타했다. 정의당·민주평화당도 "이것은 정당인가 조폭인가", "당내 범죄 양성소를 만들겠다는 것인가" 등의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여야 4당이 한목소리로 한국당의 비상식적 논의를 규탄한 것이다.
한국당 투톱이 거론한 공천 가산점은 패스트랙 취지를 왜곡하고, 본인들이 주도해 만든 국회선진화법마저 무시하는 행위다. 국회법 제85조2항에 규정된 패스트트랙은 여야 이견으로 법안 처리가 무한정으로 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법이다. 여야 합의가 안 되도 일단 지정만 되면 최장 330일 이내에 국회 본회의 표결이 열리기 때문에 발동 조건이 까다롭다.
안건 소관 상임위원회 재적위원 과반수 서명으로 지정요구를 할 수 있고, 통과를 위해선 재적위원 5분의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 국회 구성상 여당인 민주당이 독단적으로 밀어붙여 추진할 수 없다. 다른 야당들의 동의가 필수고, 실제 여야 4당이 힘을 합쳐 패스트트랙을 성공시켰다.
한국당은 지난해 12월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패스트트랙 지정 때도 그랬고, 지난 4월 선거·사법제도 개혁안 패스트트랙 지정 때도 다른 야당의 동조를 얻는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정치력에서 밀린 한국당의 선택은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한 육탄저지였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라고 해도 이미 만들어진 법을 어겨도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당은 '정당한 정치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정치적 행위도 법 위에 있지 않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정적들에 대한 철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면서, 본인들은 검찰의 소환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 사법당국의 수사가 시작된 만큼 수사를 받으면서 정치적 행위라는 본인들의 주장을 증명해야 한다.
정치인의 정치적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범법 혐의자를 우대하고, 검찰 수사를 거부하면서 책임을 기피하는 한국당에게 기존 지지층이 아닌 무당층이나 여당에서 떨어져 나오는 이탈층이 표를 줄 것 같지는 않다. 이번 선택은 득보다 실이 클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사건 연루 의원들에게 공천 가산점을 주고, 얻을 수 있는 것은 대상자 60명을 중심으로 한 소속 의원들의 동요 방지와 현 지도부에 대한 지지 외에는 없다. 대신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 내년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에 지지율이 밀리는 한국당은 지지층 확대를 통한 '총선 승리'가 최우선 과제다.
이제라도 한국당이 책임지는 정치, 상식적이고 생산적인 정치, 여당의 실정을 바로 잡을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를 하기를 기대한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당에게 내년 총선은 재집권을 위한 '기회의 장'이 아니라 더 큰 '몰락의 장'이 될 수도 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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