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통일부 장관 "장관으로서 죄송스럽게 생각"
[더팩트ㅣ국회=박재우 기자]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남북 축구가 남북 격투기도 아니고"
17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지난 15일 열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경기와 관련해 우리 정부와 통일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 경기에 대한 녹화 중계도 취소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북한 선수들의 욕설이 담겨 방송이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왔다. 평양 원정을 마치고 이날 새벽 인천공항에 도착한 손흥민 축구국가대표 주장은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으로도 큰 수확"이라며 "심한 욕설도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이날 열린 통일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남북 축구 경기를 무관중으로 연 북한 당국을 비판했다. 야당은 통일부 장관에 대해 비판을, 여당은 북한 당국에 항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먼저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연철 통일부 장관에게 "왜 관중도, 취재원도, 응원단도 없이 경기를 치르게 한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의 소강국면일 것"이라며 "북한 나름대로는 우리 응원단을 받지 않은 것에 대한 '공정성'으로 무관중 경기를 치렀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에 박 의원은 "나도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거라고 본다"며 "하나는 남북관계 소강상태, 또 하나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진다는 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실망스럽고 유감스럽다는 의사표명을 꼭 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반면 야당은 통일부 장관을 강하게 질타했다.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깜깜이 무관중 축구로 유례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그런데 지난 4일 대통령은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을 주최하겠다고 말했다"고 현 정부를 비난했다.
이어 "당장 남북 축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무슨 공동 올림픽 주최냐"며 "국민들에게 되지도 않는 말로 희망고문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원유철 한국당 의원은 "남북 축구가 축구가 아니라 전쟁을 방불케 했다는 코치·선수들의 말을 듣고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며 "남북 축구가 격투기가 아니고…"라고 힐난했다.
외통위 야당 간사인 김재경 한국당 의원은 "이 냉각된 분위기를 끝까지 끌고 가겠다는 북한의 속내"라며 "축구에 대한 국민의 싸늘한 반응이 지지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터넷 댓글 내용을 소개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경기를 봤네요', '평양냉면 먹고, 백두산에서 손가락 하트하고, GOP 철수하더니 정작 축구 중계도 허락 못 받았다'는 등의 내용을 열거했다. 이 글을 다 읽더니 "다 읽지도 못하겠다"며 "그 행간을 정부 당국자, 정치인이 잘 읽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김 장관은 "축구협회는 협회대로, 통일부는 통일부대로 응원단 문제와 중계방송 문제를 마지막까지 성사시키려고 노력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성사되지 못했다"며 "선수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축구를 할 수가 없었다는 점에 대해 통일부 장관으로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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