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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한글날 광화문 메운 '조국 반대'… 황교안·나경원 참석

  • 정치 | 2019-10-09 16:13
한글날인 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보수단체가 주최한 문재인 정권 규탄, 조국 법무부 장관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광화문=임영무 기자
한글날인 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보수단체가 주최한 문재인 정권 규탄, 조국 법무부 장관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광화문=임영무 기자

3일 개천절 집회보단 적었지만 광화문 일대 '마비'

[더팩트ㅣ광화문=이원석·박숙현 기자] 한글날인 9일 서울 광화문 일대가 인파로 가득 찼다. 보수 단체 주관으로 조국 법무부 장관 반대, 문재인 정권 규탄 집회가 진행된 가운데 보수 정당 당원을 비롯해 조 장관 반대 의사를 표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지도부도 참석했다.

이날 오전부터 모여든 사람들로 정오께 광화문 광장 일대는 마비됐다. 주최 측에선 오후 1시께 최소 100만 명 이상이 모였다고 밝혔다. 500만 명 이상이 모였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CCTV 영상 등을 통해 확인해봤을 땐 지난 3일 개천절에 열린 집회 때보다는 적은 것으로 추산됐다. 그럼에도 이동이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일부 구간에선 50m를 이동하는 데 20분 정도 소요됐다.

참석자들은 손에 태극기와 성조기, '문재인 하야', '조국 OUT' 등 문구가 적힌 피켓 등을 들었다. 문 대통령과 조 장관이 그려진 풍자 포스터 등도 눈에 띄었다. 그림으로 그려진 문 대통령 얼굴을 땅에 두고 밟는 이들도 보였다.

인파가 많이 몰린 곳에선 50m 이동하는 데 20분가량 시간이 소요됐다. /이원석 기자
인파가 많이 몰린 곳에선 50m 이동하는 데 20분가량 시간이 소요됐다. /이원석 기자

참석자들 중 대다수는 보수 단체 지지자 혹은 보수 정당 당원들로 보였다. 우리공화당 당원이라는 60대 여성 전모 씨는 "문 대통령 내려와야 한다. 나라가 다 망해간다"며 "조국이 문제가 아니고 이제 대통령을 탄핵시켜야 한다"고 했다. 한국당 당원이라는 김모(65·남) 씨는 "경제가 다 망해가고, 조국 때문에 국민들이 참담해졌다"며 "조국은 빨리 사퇴하고 문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정 당의 당원이 아니지만 조 장관 반대 의사를 표하기 위해 나왔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같은 학교 학생들과 함께 집회를 찾은 대학생 이모(23·남) 씨는 "지난 개천절에도 광화문에 왔었다. 정치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조 장관 임명이 잘못됐다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느껴졌고, 이렇게라도 (반대 의견을) 보여줘야 할 것 같아 나왔다"며 "저뿐만 아니라 동기, 선후배들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걸 서로 알게 돼 함께 오게 됐다"고 했다.

30대 회사원 김모 씨도 "휴일이라 쉬고 싶었지만, 서초동에도 사람이 많이 모인다는데, 의사를 표시해야 할 거 같아서 직접 나오게 됐다"며 "검찰개혁이 중요하다는 건 동의하지만, 문제가 있는 장관이 한다는 것은 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목동에 거주하는 박모 씨는 "제 남편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민주당 골수빠였다. 그런데 이번 조국 사태를 보며 완전 돌아서서 오늘 자기 친구들과 나왔다"고 전했다. 검찰개혁에는 찬성한다고 밝힌 박모(51) 씨도 "꼭 조국 장관이 검찰개혁을 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면서 "회사에서도 이 문제로 자주 다툰다. 문 대통령을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젊은 친구가 '광화문 집회는 돈 받고 한다'라고 해서 우리 회사 부사장이 '직접 여기 와서 그런 사람 보면 1억 주겠다'라고도 했다. 부사장도 검찰개혁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청와대 앞 집회 현장에서 만난 문모(52) 씨는 "저는 민주당이니 한국당이니 우리공화당이니 당은 하나도 모른다. 그냥 나라가 심각해지고 있구나 하는 걸 느껴 나왔다"며 "정치 집회에 가지 말라는 남편과 요즘 자주 다툰다"고 했다.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임영무 기자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임영무 기자

황 대표, 나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도읍·전희경 등 한국당 의원들도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 다만 이들은 공개 발언 등은 하지 않았고, 일반 참석자들 사이에 앉아 집회에 참여했다. 나 원내대표는 집회 전 기자들과 만나 "오늘 대한민국 국민, 시민 한 사람으로 이 자리에 왔다"며 "국민들의 뜻이 오늘 청와대에 전해지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청계광장에선 조 장관에 반대하는 서울대생들이 집회를 열기도 했다. 서울대 광화문집회추진위는 참가자 선착순 1000명에게 '서울대학교 문서위조학과 인권법 센터장' 명의의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를 나눠주기도 했다. 이는 조 장관 딸과 관련 허위 인턴 증명서 논란을 풍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임영무 기자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임영무 기자

한편 이날 집회는 전광훈 한국기독교 총연합회 회장이 총괄대표를 맡고 이재오 전 의원이 총괄본부장을 맡은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주도로 열렸다. 연사로 나서 무대에 오른 이들은 한목소리로 조 장관과 문재인 정권을 강력 규탄했다. 현역 의원 중에선 심재철 한국당 의원이 유일하게 마이크를 잡았다. 심 의원은 "조 장관은 사퇴해야 한다"면서 "앞으로도 많은 국회의원들이 이투쟁 동참해서, 조국 아웃 물결에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예배 형식으로 진행된 집회 도중 주최 측은 헌금을 걷기도 했다. 이미 지난 집회에서도 이로 인해 논란에 섰던 전 목사는 "지난 3일 국민대회에서 헌금할 때가 가장 기쁜 시간이라고 했더니 특정 언론사가 불법 모금을 한다고 하더라. 공부 좀 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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