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협상 지연…우리 정부 '촉진자' 가능할까?
[더팩트ㅣ외교부=박재우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연말까지 미국과 결판을 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북미 간 기 싸움으로 북핵 실무협상이 지연되면서 김 위원장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주목된다.
현재 미국은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 비핵화와 체제 안전 보장·제재해제 등을 놓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존 볼턴 전 국가안보 보좌관의 '리비아 모델(포괄적인 비핵화)' 방안을 비판했지만, 그렇다고 아직 큰 입장변화는 없다.
일각에서는 남북 간 펼쳐지는 오는 15일 열릴 예정인 평양 월드컵 예선, 11월 예정된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김 위원장 부산 방문이 북미 협상을 더 가속화 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도 '촉진자' 역할을 하기 위해 지난달 24일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미 간 팽팽한 기 싸움으로 중재로서 우리 정부의 역할이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북미 실무협상' 여부가 향후 제3차 북미정상회담 성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의 깜짝 회동 이후 실무협상이 가속도를 붙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금까지 계속 미뤄져 왔을 뿐 이렇다 할 진전이 전혀 없는 상태다.
최근 북미 실무협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북중 정상회담 성사가 가시화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에서 북·중수교 70주년인 10월 6일을 전후로 북중 정상회담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또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남북 예선경기가 북한 평양에서 15일 열릴 것으로 예정돼 소강된 남북관계의 물꼬를 틀지 관심을 끌고 있다. 통일부는 북한과의 월드컵 예선 경기에 응원단을 보내는 것에 대해 "응원단 관련해서 다각도로 의사를 타진 중이다"고 했다.
국제축구경기 관련해 현재까지 대규모 응원단이 방북한 적은 없었지만, 북미 실무협상이란 특수성을 고려해 승인할 가능성도 있다. 북미 실무협상이 실현되고 김 위원장이 11월 한-아세안 정상회의 참석한다면, 북미 정상회담에 '모멘텀'을 살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 대해 김 위원장의 부산 방문 등은 촉박하고, 북한에게 다른 무엇보다 북미 실무협상이 가장 우선순위에 있다고 분석했다.
박재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 대학원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북미 간 협상은 톱다운 방식이기는 하지만, 지난번 하노이에서 서로 간에 요구하는 게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견을 줄여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실무협상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평양 월드컵 예선, 아세안 계기 부산 방문 등 이벤트를 통해서 실무협상을 만드는 게 아니라, 실무협상 결과가 나온 뒤 이벤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길섭 원코리아 대표는 통화에서 현 상황에 대해 "막바지 기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미국의 정치 일정을 고려했을 때 북미회담이 안 열릴 가능성은 적다"며 "통 큰 합의를 통해 주목을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또한,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월드컵 예선에서처럼) 극적인 장면이 이뤄지기는 어렵다"며 "한-아세안 정상회의는 실질적으로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 북한 입장에서 이러한 이벤트보다는 '북미정상회담'에 더 중점을 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은 실무협상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미국에 촉구한 상황이다. 지난달 27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조선중앙통신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고, 29일에는 유엔주재북한대표부의 리기호 참사관도 '뉴욕 컬럼비아대 글로벌 평화포럼'에 참석해 "미국은 심사숙고해 진정성과 대담한 결단을 가지고 조미공동성명의 이행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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