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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택의 고전시평] 위안부 망언 사태, 한국인 역사 인식이 더 문제다

  • 정치 | 2019-09-28 00:00
 일본의 왜곡된 역사인식도 문제지만 그들의 인식과 궤를 같이 하는 한국인의 역사인식이 더 큰 문제다. 사진은 최근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류석춘 연세대 교수./더팩트 DB
일본의 왜곡된 역사인식도 문제지만 그들의 인식과 궤를 같이 하는 한국인의 역사인식이 더 큰 문제다. 사진은 최근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류석춘 연세대 교수./더팩트 DB

[더팩트 | 임영택 고전시사평론가]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위안부 배상 판결을 빌미로 지난 7월 수출 규제를 강행했다. 일본은 독일과 달리 제국주의 시절 그들의 범죄행위를 은폐하거나 없던 일로 치부해 버리고 있다. 위안부 판결에 대한 극력 반대는 일본의 야만적 역사인식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일본의 왜곡된 역사인식도 문제지만 그들의 인식과 궤를 같이 하는 한국인의 역사인식이 더 큰 문제이다. 한국 안에서 분열을 조장하고 왜곡된 인식을 전파하며 악영향을 직접적으로 미치기 때문이다.

연세대학교 류석춘 교수는 최근 강의 중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다’는 망언을 늘어놓아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 주로 학계에는 류 교수와 같은 인식을 갖고 있는 매국 학자들이 즐비하다. 그들은 때로는 노골적으로 또 때로는 암암리에 왜곡된 매국적 역사인식을 퍼뜨리고 있다. '반일 종족주의'의 공동저자인 이우연 낙성대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위안부가 살아있는 신이냐"며 류석춘을 옹호하고 "일본군 군 위안부 제도를 공창 제도의 일환으로 봄은 일본군 위안부를 성매매업 종사자로 규정한 것"이라며 "공창이든 사창이든, 합법이든 불법이든, 성매매업은 성매매업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류석춘이나 이우연이나 위안부를 매춘부로 낙인찍고 있다. 사실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위안부’보다 ‘성노예(Enforced sex slaves, Military sexual slavery by Japan)’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한국은 이 용어 자체가 피해당사자들에게 어감 상 상처가 될 수 있어 위안부로 쓰고 있다. 하지만 용어의 정의나 본질의 측면에서 보면 성노예가 훨씬 더 적절하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하여 현 방위성 장관 고노 다로의 아버지 고노 요헤이가 1993년 8월 4일 발표한 고노 담화에서 ‘종군위안부 문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장기간, 그리고 광범위한 지역에 위안소가 설치되어 수많은 위안부가 존재했다는 것이 인정되었다. 위안소는 당시의 군 당국 요청에 따라 마련된 것이다. 위안부의 모집에 관해서는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주로 맡았으나 감언, 강압에 의하는 등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모집된 사례가 많았다’고 발표했다. 이것이 위안부 만행을 자행한 일본의 공식입장이었다. 물론 일본의 공식입장은 수시로 변하기도 하지만 어찌됐든 일본 정부에서 자체 조사하여 류석춘이나 이우연 등 매국 학자들의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주장과 배치되는 입장을 1993년에 일본 스스로 공인했다.

일본이나 국내의 왜곡된 위안부 인식은 크게 보면 식민사학과 일본 제국주의 잔재의 결과이다. 우리의 역사를 근거도 없이 과장·미화하는 주장에는 전적으로 반대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일부러 역사를 축소·왜곡하는 주장 또한 철저히 배격한다. 중국이나 일본 그리고 국내의 역사 왜곡을 바로잡아 우리와 후손들이 사실 그대로의 역사를 배우며 민족의 건강한 미래를 모색하기를 바랄 뿐이다.

한국 사회는 류석춘 등의 위안부 망언을 자체적으로 걸러내고 오염되지 않을 정도로 시민의 역사의식이 성장했다고 보지만 자주 접하다 보면 세뇌당할 수도 있고 특히 기성세대가 아닌 자라나는 세대에게는 치명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경계해야 한다. 조선 숙종 때 북애자는 "조선의 근심은 국사(國史)가 없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없다"고 했다. 그는 중국 중심의 역사 기술을 개탄하며 우리 민족의 관점에서 자주적으로 쓴 국사가 없는 사실을 안타까워했는데 지금도 그때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은 그때와 달리 중국 뿐 아니라 일본의 왜곡된 관점이 우리 역사관에 깊게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일본 극우파와 국내의 매국 학자들의 위안부 왜곡은 역사전쟁이다. 역사전쟁은 현실에서 실제 피를 튀기며 싸우는 전쟁보다 훨씬 중요하고 생명력이 길다. 역사는 기록을 통해 오랜 세월 동안 유지되며 사람들의 뇌를 장악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바야흐로 모든 분야에서 개혁을 단행할 호기를 맞았다. 하지만 그 어떤 개혁보다도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 하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스스로 훼손하고 방기하고 있다. 우리 역사 기록을 중국이나 일본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그들의 논리의 대변인인 국내 식민사학 후예들 손에 맡겨놓아 그들의 입맛대로 왜곡·조작된 사실이 마치 진실인 듯 유포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식민사학과 일본 제국주의의 잔재를 청산하고 우리 민족의 관점에서 자주적인 역사책을 만드는 일이야말로 그 어떤 개혁보다 중요하고 시급한데 애석하게도 이 작업에 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역사를 우리 민족의 관점에서 다시 써야 할 때이다.

물론 민간 분야에서는 뜻있는 학자들 중심으로 이미 자주적인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주류 사학이나 교과서는 중국 중심 사관 및 일제의 식민사학의 노예가 되어있다. 자주적인 국사책을 쓰는 작업은 민간분야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고 정부가 주도하든 민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든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 부디 정부가 다른 개혁 못지않게 자주적인 국사책을 쓰는 작업에 적극적이고도 실질적인 관심을 갖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신채호의 "영토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있어도 역사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일본의 왜곡된 역사인식도 문제지만 그들의 인식과 궤를 같이 하는 한국인의 역사인식이 더 큰 문제다. 사진은 최근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류석춘 연세대 교수./더팩트 DB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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