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금태섭 평가'…"내 편 구분 못한다" vs "바른 소리 하는 사람"
[더팩트|강서=문혜현 기자] "괜찮아요~ 그런 말 할수도 있는 거죠. 맨날 예스맨만 있나."
최근 '소신발언', '내부총질러'라는 엇갈린 평가를 받는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구갑 송화벽화시장에서 만난 건어물집 점주(60대·남)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넉살 좋은 미소를 보였다. 스스로 민주당 지지자임을 밝힌 그는 '금 의원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자마자 "괜찮다"는 말을 꺼냈다. '일부 비판이 있는 것도 알고 계신가' 묻자 "그런 사람도 있고, 칭찬하는 사람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당내 비판도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최근 전해지고 있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태도와는 달리 온화한 모습이었다.
<더팩트>는 지난 9일 직접 강서구를 찾아 금 의원을 향한 유권자들의 진솔한 생각을 들었다. 금 의원은 지난 6일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조 후보자에게 비판적 발언을 했다가 여권 지지자들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
금 의원은 마지막 질의 순서에서 조 후보자를 향해 "후보자의 딸은 사실상 의학전문대학원 재수를 위해 적을 두고 있던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장학금을 받았고 그때 후보자는 서울대 교수였다. 동양대 교수인 부인이 재직하는 곳에서 딸이 연구보조원으로 등록하고 급여를 받았다"며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서울대·동양대 교수인 부모는 딸이 원했다고 해도 자기가 재직한 곳에서 그렇게 하지 못하게 했어야 한다. 언론 보도에 문제가 많았다고, 개인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하지만 저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강한 어조로 지적했다. 해당 발언으로 금 의원은 같은 당 김종민 의원으로부터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금 의원이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여야 양쪽에서 주목받고 있는 금 의원의 '튀는 발언'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검사 출신으로 국회에 입성한 그는 지난 4월 공개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과제인 '공수처 설치'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는 검찰 개혁에 도움이 되지 않고 일종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며 "설치에 성공한다면 개혁과는 반대 방향으로 갈 위험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공수처가 설치되면 경찰·검찰·법원의 문제점이 개선될 것"이라며 금 의원과 반대 입장을 냈다. 금 의원의 마이웨이는 사실 이때부터였다. 그는 당 회의에서도 "공수처 설치를 당론으로 채택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할 정도로 강한 의견을 드러냈다. 그런 그가 검찰 개혁을 주도할 법무부 장관에 오를 조 후보자에 반대 의견을 내는 것은 어쩌면 예상된 상황이기도 했다.
강서구는 갑·을·병 세 지역으로 나뉜다. 그 중 금 의원의 지역구인 강서구갑은 강서구 화곡1동·2동·3동, 화곡8동, 발산1동, 우장산동을 아우르고 있다. 강서구을은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강서구병은 한정애 민주당 의원 지역구다.
최근 들어 신혼부부 등 젊은 세대의 유입이 늘고 있는 강서구 지역의 정치성향은 어떨까. 강서구갑은 지난 18대 총선 당시 구상찬 한나라당 의원이 뽑힌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진보 성향의 국회의원이 당선됐다.
특히 강서구갑은 신기남 전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의원이 15·16·17·19대 국회의원을 지낸 민주당 텃밭이기도 하다. 20대 총선에선 당시 당원권이 정지된 신 의원 대신 금 의원이 공천을 받아 구상찬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한국당 의원이 3선을 내리 해온 강서구을 지역과 다르게 강서구갑은 역대 대선·총선·지방선거에서도 친민주당 성향을 보여 왔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음에도 강서구갑은 근소한 차이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여오다 국민의당 바람이 분 20대 총선에서는 힘겹게 지지를 유지했다. 이후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2017년 19대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압도적으로 민주당을 향한 지지 성향을 보였다.
이런 추세는 아직 진행 중인 듯 했다. 취재진이 만난 지역구민들은 대체로 여당 지지 성향이거나, 중립이라고 밝힌 이들이 많았다. 대부분이 "어르신들은 보수 성향이 많다"고 했지만, 고령층에서도 여당을 지지한다고 밝히는 이들이 있었다.
취재진은 먼저 최근 항의 전화를 다수 받은 것으로 알려진 금 의원 지역구 사무실을 찾았다. 국정감사 준비로 바쁜 업무를 보고 있던 사무실 관계자는 "인터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인터뷰는) 방침상 의원실 내부 협의를 거쳐 해야만 한다"고 말을 꺼렸다. 최근 금 의원 발언으로 파장이 적지 않은 듯 했다. 일상적으로 만나는 지역구민들의 의견에 관해 묻자 "인사를 다니며 들어볼 것"이라고만 밝혔다.
금 의원 지역구 사무실과 바로 마주보고 있는 송화벽화시장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각종 햇과일과 음식들이 즐비한 가운데 밤과 대추를 다듬고 있는 상인에게 금 의원에 대해 묻자 대뜸 "아웃(out)"이라고 말했다.
시장 상인 김모 씨(70대·여)는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민주당으로서 바르지 못하니까"라며 "그 사람 이번 청문회에서 다 드러났다. 그 사람 안철수 대변인이다. 우리는 그 사람의 전모를 다 알고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금 의원은 이곳 송화시장을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이번에 나와봤자 막장"이라며 더이상의 언급을 원하지 않았다. 최근 민주당 자유게시판에 올라온다는 지지당원들의 글과 비슷한 어조였다.
근처에서 땅콩 등 견과류를 판매하고 있는 박모 씨(60대·남)의 생각도 일면 비슷했다. 그는 "다음 공천을 받으려고 하는 건지 뭔지 속내를 모르겠다"고 했다. 자신을 민주당 지지자라고 소개한 그는 당내 비판에 대해 "아무래도 다 욕을 한다. 자기 편 총질하는 꼴이니까"라며 "자기 딴에는 편파적이지 않고 나름대로 중립적으로 하겠다는 거겠지만, 비치는 건 그렇게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청문회가 제대로 간다고 생각했는데 속내를 들어보니 결국 (조 후보자를) 공격하는 말이었다. 저 사람이 무슨 배짱으로, 다음 공천도 받을 작정으로 저런 건가. 공천을 못 받을 확률이 높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당장 총선 공천을 앞두고 당 지도부의 영향력이 커지는 시기다. 박 씨는 "내일 모레 공천인데, 뒷배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부정적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인근 상가에서 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 씨(50대·남)는 지역에 살고 있지 않지만, 금 의원과 관련한 인근 주민들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바른 소리 한다고 한다"며 "저는 솔직히 중립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 사람 (금 의원) 바른 소리 한다, 치우치지 않게 바른 소리한다고 이야기 한다"고 설명했다.
화곡동에 위치한 다운어린이공원에서 만난 시민은 다소 객관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아이와 함께 외출한 김모 씨(30대·여성)는 "(금 의원을) 청문회때 반대 의견 낸 분으로 알고 있다"며 "바른 질문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질문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같은 당에도 반대 의견은 한두 사람 존재해야 한다고 믿고 있고, 다른 당에도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원론적으로 알고 있다"며 "(금 의원에 대해) 악의적이지도, 호의적이도 않다"고 밝혔다.
이렇듯 금 의원을 향한 평가는 현재 조 후보자를 향한 여론 지향과 비슷하게 엇갈렸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있는 금 의원 경쟁자의 생각은 어떨까. 취재진은 강서구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문진국 한국당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을 찾아 인터뷰를 시도했다. 문 의원 사무실은 금의원 사무실과 5분 거리로 상당히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
임문주 강서갑 당원협의회 사무국장은 최근 논란과 관련해 "조 후보자를 반대하는 사람이 조금 더 많고 찬성이 조금 적으니 전체 여론도 그렇다고 보면 된다"며 "이 지역구는 여야가 비슷하게 형성돼 있고 야당이 조금 더 강한 편에 속했는데, 요새 와서 상황이 이렇게 가니까 반반으로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임 국장은 지역구 민심을 놓고 "조 장관 때문에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기지 않았나 싶다"며 "극단적인 (반대파)분들도 있지만 그만큼 여론이 안 좋은데, 어느 정도 좋지 않아야 임명을 하잖나. 그런데 거의 종합선물세트다 보니 그렇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조 장관 청문회 이후 금 의원 사무실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도 전했다. 임 국장은 "솔직히 저쪽은 시끄럽다. 금 의원이 청문회 날 말씀을 하고 다음 날부터 여기(지역구)가 난리가 났다. 민주당 지지자들 통해서 항의 전화가 왔다고 하더라"며 "그런 것들은 조금 지나치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금 의원 사무실과도 가깝게 지낸다는 임 국장은 '여권 내에서도 금 의원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느냐'는 물음에 "일부에서는 그렇다. 이쪽(야권)에서는 많을 거다"라며 "민주당 내에서도 깨어 있는 분들이 그렇다. 그말 했다고 찍히고 이러면 안 되지 않나. 한국당도 박근혜 정부 시절에 지금 같았으면 다 잘렸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문제가 많았나. 아마 여당이든 야당이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느껴봤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내년 총선과 관련해선 "(승산이) 당연히 있다고 본다. 현재 상태로는 우리가 힘들겠지만 지금 조국 장관도 있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실정이 연말에 가면 더 안 좋아진다고 보고 있다. 먹고 사는 게 중요하다. 경제 때문에 민심이 조금 흔들리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려운 지역 경제 상황도 언급했다. "공무원들 빼고 다 (경제가) 어렵다"며 "어려움이 많은 지역인데도 여당 성향이 많다. 어려운데도 '다음엔 또 어떻게 바뀌겠지' 생각한다. 중도에 있는 분들은 많이 흔들린다. 봄만 해도 상당히 (우리 당 반응이)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100% 우리한테 오는 건 아니지만, 여당에서 많이들 멀어지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노동계 출신인 문 의원은 평소 당내에서 소신파로 불리며 차분히 의정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또 강서구를 기반으로 30여년 간 택시운수업계와 한국 노총에 있으면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다. 민주당 세가 강한 지역구지만 금 의원이 공천받지 못할 경우 판세가 달라질 수도 있다.
금 의원에 대한 지역 민심은 제각각이었지만 어느 집단이나 그렇듯 '소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적지 않았다. 맹목적인 비판을 부적절하게 보는 야권의 지적도 있었다. 문 정부 집권 후반기로 접어드는 21대 총선에서 금 의원은 민주당의 강서구갑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할 수 있을지, 더 궁금해졌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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