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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취재기] 조국은 왜 야당이 아닌 기자들을 선택했을까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아닌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동안의 의혹에 대해 해명했지만, 여전히 의혹이 일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국회=남윤호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아닌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동안의 의혹에 대해 해명했지만, 여전히 의혹이 일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국회=남윤호 기자

조국, 인사청문회 법정 시한이었음에도 급하게 기자간담회 개최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혹시나 했는데 역시였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여야의 줄다리기는 끝내 멈췄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줄이 끊어졌다. 조 후보자가 나서겠다고 했다. 지난달 예견했던 이른바 국민 청문회다. 다만 공식 명칭은 기자간담회로 정했다.

2~3일로 예정됐던 국회 인사청문회 무산이 확정되자 조 후보자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불과 3시간여 만에 대국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취지는 이랬다. '법정 시한 내 청문회가 열리지 못하게 됐으니 이런 방식으로라도 국민들에게 소명의 기회를 갖겠다'는 것이다. 취재진은 미처 제대로 준비할 새도 없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해야만 했다.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부터 들었다.

사전에 조 후보자는 어떤 질문도, 무제한으로 받겠다고 알렸지만, 막상 현장에서 여러 기자는 실소했다. 협소한 공간을 이유로 1사 1인만 취재가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심지어 민주당에 출입하는 매체만 취재가 가능하다고 했다. 비표를 배부받지 못한 기자들, 민주당 출입 매체가 아닌 언론사는 퇴장해야 했다. '대국민' 기자간담회가 아니었나.

그렇게 전례 없던 청문회를 대신할 장관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는 시작됐다. 증인 채택 요구도, 자료 제출 요구도 할 수 없고, 준비조차 되지 않은 채 장관 후보자 검증의 자리에 선 기자들은 딸의 입시, 논문 특혜, 사모펀드 부정 투자 의혹 등에 대해 물었다. 조 후보자는 해명할 건 하면서도 여러 의혹에 대해 "당시엔 몰랐다", "없었다"고 일관했다.

사실관계를 증언할 증인들이 전혀 없는 기자간담회에서 조 후보자의 답변만으로는 충분한 해명을 듣지 못한 기자들은 재차 비슷한 취지의 질문을 해야 했다. 결국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는 말이 현실이 됐다. 온라인상에선 '한국기자질문수준'이란 인기 검색어까지 등장했고, 질문한 기자들을 캡처한 사진들이 돌았다. 생중계가 진행된 민주당 유튜브에선 질문한 기자들을 향한 인신공격이 반복됐다.

물 마시는 조국 후보자. /이새롬 기자
물 마시는 조국 후보자. /이새롬 기자

기자들은 재차 왜 꼭 이렇게 기자간담회를 해야 했느냐고 조 후보자에게 물었다. 기자간담회장 밖에서도 야당이 일제히 "국회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었다. 바른미래당은 "관련 법령들을 검토해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관계자 전원을 권한 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 조치하겠다"고 했고,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과 민주평화당 역시도 "기자간담회가 청문회를 대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 후보자는 "저도 청문회 개최를 희망했으나 법적으로 오늘(2일)까지 무산됐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야당 주장대로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 이후 기한에 청문회를 하게 해달라고 요청할 생각은 없냐'는 질문엔 "인사청문 기한 문제는 정치과정의 문제로, 거기에 대해 후보자가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고 한 예가 없다"고 답했다.

이날 그는 본인의 기자간담회에 대해서도 "유례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이 "유례없는 일"을 여당에 적극 요청했다. 여당에 기자간담회 개최는 적극적으로 요청하면서도 청문회 개최를 요청하지 못한다는 것은 다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본인도 청문회를 하고 싶고, 야4당이 청문회를 열 수 있다는데, 여야 합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국회에서 법정 시한을 근거로 전례 없는 기자간담회를 연 것 자체가 의아스럽다.

그보다 조 후보자가 기자간담회를 한 그 시각은 법정 시한이었다. 이날 오전 여당은 야당과 더는 협상이 불가능하다며 청문회 무산을 알렸다. 조 후보자는 기다렸다는 듯 여당에 전화를 걸어 기자간담회 개최를 부탁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날 자정까지는 법정 시한이었다. 아직 협상의 여지가 여전히 남아있었는데도 조 후보자와 여당은 굳이 급하게 기자간담회를 강행한 것이다.

기자간담회가 열린 오후 3시부터 늦은 밤까지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장에서 그의 답변을 들었다. 조 후보자는 재차 '청문회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그는 기자간담회장에 있다. 그가 야당의 요구를 외면하고 기자들과의 간담회를 선택한 진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새벽 1시를 넘겨서도 계속되고 있는 기자간담회를 바라보며 여전히 짐작만 할 뿐이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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